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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일 금요일

북미평화협정 가능할까?

북미평화협정 가능할까?
지철 국제정세분석가 
기사입력: 2016/07/01 [23:04]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지철 정세분석가     © 자주시보

[편집자 주: 지철 정세분석가는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이면서 통일운동과 국제정세흐름에도 높은 식견을 가진 정세분석가로서 본지에 정세분석에 오랜 동안 자문을 해왔다. 그의 정세분석은 독특한 면이 있다. 그러면서도 해박하고 구체적 근거가 풍부하다. 그의 정세분석의 지향은 오직 한반도 전쟁을 막고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루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국면에서도 늘 전쟁은 그렇게 쉽게 나는 것이 아니라며 신중한 분석을 당부하고는 했다.
그리고 그는 미국 내부의 갈등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다.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돈을 얼마 전부터 미국에 가져가지 않는 것은 군산복합체 무기 구매 대금을 다 들어가버리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했었는데 최근 그 구글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작되었다. 그의 지적대로 미국 내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등장도 우연이 아니라 미국 내부 갈등의 필연적 산물이라는 것이 지철 분석가의 주장이다. 정세분석가들과 경제인들 그리고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의 정세분석 기사를 여기 소개한다.]

▲ 북미관계정상화를 염원하며 누리꾼들이 만든 합성사진

북한은 미국에게 평화협정을 요구한다. 미국은 북한에게 비핵화를 요구한다. 중국은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하자고 한다. 미국은 중국이 내놓은 안에 찬동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북한이 중국의 안을 거부했다. 비핵화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인공위성을 날리고, 수소탄 시험을 했다. 중국과 미국은 화를 냈고, 유엔결의를 통해 대북제재에 돌입했다. 이후, 한미합동 군사훈련인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이 예전에 비해 강도높이 펼쳐지고, 이에 맞서 북한에서는 각종 첨단무기의 시위가 이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이 벌어지는 과정 속에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1. 평화협정은 휴전협정(=정전협정)을 대치하는 것이다. 1953년 휴전을 하면서 맺어진 협정의 조약에는 “3개월 이내에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즉, 평화협정은 불안정한 현재의 정전체제를 끝내기 위해 진작 맺어졌어하는 의무적인 사항이다. 그런데, 왜 미뤄지고 있는 것인가?

2. 북한은 왜 비핵화를 거부하고, 평화협정만을 테이블에 올려놓자고 하는 것인가? 대화하기 위하여 양측이 원하는 것을 서로 양보하고, 한편으로 상대로 부터 양보를 받아 얻어 가는 것이 일반적 협상의 방식 아닌가?

3. 북한은 미국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즉 평화협정에 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 근거는 무엇인가?

4. 북한이 한미합동훈련에 맞불을 놓아 긴장을 조성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이러한 질문들은 어리석은 질문일 수 있다. 각국의 지도자들이 고심을 하면서 풀어가는 문제들을 쉽게 묻고 답을 한다는 것이 매우 의미 없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의 정세를 보면서 한번쯤 궁금해 볼 만한 사항들이고, 나름 그 이유를 찾아봄직 할 만한 궁금증이기도 하다. 한번쯤 우문우답을 독백처럼 펼쳐보았다. 한반도 정세의 판단에 참고가 될 수 있으려는지 모르겠다.


✦ 미국은 왜 평화협정을 거부하는가?

이 글을 읽는 분들의 경우, 이 질문에 대해서는 대체로 필자가 생각하는 답과 유사한 답을 갖고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그럼에도 이 질문은 근본적인 질문이고 앞으로 필자가 글을 풀어가는 데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기에 몇 자 적어본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미국은 북한과의 적대행위를 중단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맺어진 “한미동맹”에도 변화가 올 수 밖에 없다. 한국이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던가, 한미동맹이 깨지던가, 둘 중에 하나는 필수적이다. 그 결과 미국의 한국에 대한 영향력은 현저히 줄게 된다. 따라서 한국의 미국에 대한 의존도도 급속히 감소한다. 그간 미국의 영향력과 한국의 의존성으로 인해 미국이 한국에서 얻어간 수많은 이득을 포기해야할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미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 스타일 완전히 구기는 거다.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권력을 갖고 있는 최강의 미국이 동방의 작은 분단국가 북한의 협박에 넘어가 협정을 맺는 것 자체가 강대국 미국의 권위에 큰 오점을 남기는 일이다. 향후 미국의 패권적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정부의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종이호랑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마당에, 북한과의 평화협정은 세상의 그런 생각에 불을 붙이는 격이 될 것이다. 게다가, 그간 북한을 얼마나 욕하고 우습게 대해 왔던가? 악의 축이니 깡패국가니 인권이 어떻고 하면서 얼마나 비난을 해왔던가? 그런 나라의 협박에 별 대응도 안하면서 협정을 맺는다면 세상국가들이 얼마나 미국을 우습게 볼 것인가?


✦ 북한은 무슨 배짱으로 중국의 제안을 거부한 것인가?

북한의 입장은 일단 미국을 못 믿겠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부터 미국과 북한사이에 비핵화와 관련한 협상이 몇 차례 진행되었지만, 북한은 번번이 미국에 당하기만 했다는 색각을 하고있다. 한국이나 미국은 북한이 협정을 위반하고 판을 깬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실제 협상이 진행되지 못한 것은 미국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 북한의 시각이다.

비핵화협정을 맺는 미국과 북한의 속셈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미국의 목적이 북한의 핵을 무조건 무장해제하는 것인 반면, 북한의 목적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손을 떼게 하는 것이다. 서로가 다른 목적을 이루고 상대에게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도 상대방이 요구하는 것을 상대에게 양보할 수 밖에 없다는 전제하에 협상에 임하고, 그 과정을 단계적으로 검증해 가면서 진행해 나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진행된 몇 차례의 협상과정에서 미국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기존의 핵보유국 5개국 이외에 어느 나라도 핵무기를 새로 가질 수 없고, 5개국 이외의 나라가 다른 용도로 핵을 사용할 경우, 그 과정에서 몰래 핵무기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감시를 해야 한다]는 국제적 합의를 위반한 것은 북한이고, 그런 북한을 다시 국제적 합의의 장으로 들어오게 강제하는 상황에서, 왜 북한에게 그들이 요구하는 양보를 해야 하는 것인가? 매우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을 그리 하다 보니, 협정 속  자신들의 의무사항을 이행하는 데에 별 관심과 열의가 없게 된다. 그러면서 북한의 의무사항 이행은 더욱 재촉하고 감시하게 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게 된다. 미국의 그런 태도에 북한이 화를 내면서 끝내 회담을 뒤엎게 되고, 미국은 북한이 판을 엎은 것만을 강조하면서 북한이 협상을 깬 것이라는 주장과 선전을 해온 것이 이제까지 협상의 대체적 경과요 결과였다.

그에 대한 북의 입장은 명백하다. 미국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 미국은 한반도에 주둔하면서 북한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북한의 표현으로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시정책’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여차하면 북한에 쳐들어갈 준비를 갖추고 항시 지속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을 항시 적대시하고 위협하고 있는 핵무기보유국 미국에 맞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방어적으로 핵을 보유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이 자신들에 대한 적대시정책을 믿을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을 거쳐 철회한다면, 핵무기는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고 적절한 검증절차를 거쳐 폐기할 수 있다는 것이 기존 협상에 임하는 북한의 주장이었다. 북한은 그간 기존의 협상에 임하면서 그러한 북한의 주장을 미국이 이해하고 동의하는 것으로 본 것이고, 그런 생각으로 협정을 맺은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강자의 입장에서 약자를 어르고 달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북한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규정하고, 북한의 주장과 논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잣대로만 북한의 행동을 재단하고 북한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수단으로 협상과 협정을 이용하려한 것이다.

이렇듯 서로 다른 생각에서 협상에 응하면서, 협정은 번번이 파국을 맞이했고, 위에서 말한 대로 북한은 번번이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어떻게 또 믿고 협상을 하겠는가? 이제는 주고받기 식의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북한의 생각이다. 원칙을 놓고 보자면 (서두에서 얘기한 논리라면) 평화협정은 휴전협정 당사자의 의무이다. 당연히 열려야 하는 협상이다. 미국의 적대시 정책은 휴전협정 위반이다, 그 것은 당연히 협상을 통해서 철회되어야 하는 잘못된 정책이다. 그런데 왜 이미 완성된 자주국방의 산물인 핵문제를 양보하면서 적대시 정책을 포기해 달라고 애걸해야하는가?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오히려 북한이 억울해 할 이유가 된다.

그래서 이제 북한의 태도는 변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평화협정을 맺는데 관련될 하등의 이유가 없는 별개의 문제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핵을 문제 삼아 협상을 벌이고 싶다면 그에 상응하는 문제 즉, 국제적인 핵군축이나 적어도 미국의 핵군축 문제를 가지고 나오는 것이 원칙 아닌가? 그간 북한이 미국에게 협상에 응하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한 것을 미국이 번번이 응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게 되었고, 그 결과 북한도 좀 더 당당하게 미국의 적대시정책에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그렇다면, 북한은 지금 미국이 한반도에서 얻는 이익도 포기하고,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국제적 망신이라고 할 수도 있는 북한의 평화협정 제의를 순순히 받을 것이라 생각하고 요구하는 것인가? 너무 무모한 요구는 아닌가?

북한의 요구가 무모한 것인가 아닌 가를 생각하기 전에, 일단 현재 미국이 처한 현실을 먼저 살펴보자.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맹주로 군림하면서 세계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 학술, 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독보적인 힘과 권위에 도전하는 정권은 가차 없이 갈아치웠으며, 그런 국가는 추락을 면치 못했다. 그러한 미국이라는 국가의 권위와 힘을 바탕으로 소위 “군산복합체”라는 미국 내의 특이한 이익집단이 생겨나고 점점 미국의 힘은 이 특정한 집단에 의해, 이 특정한 집단을 위해 굴러가는 형국이 되었다. 각국의 경제력이 커지고, 세계경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힘과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함께 늘어났다. 반면에 그러한 힘과 권위를 이용해서 얻을 수 있는 과실과 이익은 점점 줄었다. 그 결과 미국의 국가 재정은 점점 가난해져 갔다. 그러나 그러한 국가의 전략 속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해온 ‘군산복합체’는 그러한 미국의 기존의 국가전략을 포기하려 들지 않았다.

미국 내의 여러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를 모를 리가 없다. ‘진정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기존 미국의 국가전략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식인들 뿐 아니라, 신기술과 미래 산업을 바탕으로 성장한 자본들까지 미국의 국가운영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미국의 앞선 지식과 기술 그리고 막대한 자본에 근거한 월등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가 간의 일상적인 정치, 경제, 문화적 교류만 하더라도 미국은 세계의 일등국가로서 지금의 위상보다 더 나은 위상을 차지할 수 있다. 각 기업도 정상적인 경제활동 속에서 충분히 국제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며 그것이 미국경제의 활성화를 더 촉진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힘과 패권에 의지해 세계 곳곳에서 국지전과 갈등을 조장하고 약소국을 윽박지르면서 이익을 취하는 비정상적인 국가운영 과정에서 이익을 얻는 것은 ‘군산복합체’로 불리는 특정집단일 뿐이고, 정부와 대다수의 국민은 오히려 그들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정부와 국민은 점점 가난해져 가고 ‘군산복합체’를 이루는 집단만 자신들의 기득권과 이득만은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는 체제! 이는 현재 미국 내에서 지속적으로 공격받고 있다. 물론 기존의 그 권력은 아직도 매우 막강한 힘을 휘두르고 있긴 하지만, 그들도 끊임없이 분출하는 미국 국내외의 변화요구에 그 견고함을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미국의 현실을 보면서 미국에 정상적인 국가로 연착륙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즉,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고 막강한 군사력을 이용해 한반도를 틀어쥐고 남한을 쪽쪽 빨아먹는 기존의 정책은 결코 미국의 국가적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정책이 아니니 이제 그만두라는 경고를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평화협정 주장은 미국에게 무리하고 무모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 그렇다고 미국이 쉽게 변할까? 미국의 미래를 위해 미국의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현재의 이익을 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 게다가 미국 내에서 분출되는 변화의 요구가 과연 현 미국중심의 국제질서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위에서 얘기된 당위성의 문제 말고 좀 더 현실적이고 강제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닌가?

미국의 현실이 자신들의 국가이익을 위해서는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는 것이 더 옳은 방향이라는 것이 당위적이고, 미국의 정책방향이 궁극적으로는 그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하더라도, 북한의 입장에서는 마냥 기다리면서 그 때까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감내하며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한이 미국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좀 더 강제적이고, 위협적인 수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즉, 미국의 궁극적인 이익을 위해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당장 미국의 이익과 패권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에 대한 구체적 실행 방법으로 군사적 압박을 택한 것으로 여겨진다. 북한이 미국에 가하는 군사적 압박은 두 가지 측면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전쟁의 전쟁의 위협이다.

먼저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 지속되고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된다면, 북한은 전쟁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위협이다. 그리고 이 위협은 결코 위협에서만 그치지 않고 실체화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수시로 보여주고 있다. 남한 내에서는 그에 대한 보도가 통제가 되어 잘 다루지 않거나 간단한 사실적 보도정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그렇지 않아도 전쟁에 대한 감각이 둔한 상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그러한 사실을 민감하게 느끼고 있으며, 미 국가 수뇌부에 충분히 전달이 되고 있다. 북미간 전쟁이 일어나면 둘 중 누가 더 손해일까? 흔히 북한이 훨씬 더 손해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미국의 전력이 아직 북한보다 훨씬 막강한 상태에서 죽기 살기로 서로의 전력을 퍼부었을 경우 북한은 국토의 거의 전역이 잿더미가 될 것이고, 미국은 기껏해야 핵심군사시설과 도시 몇 군데 큰 피해를 보고 말 것이다. 그렇게 보면 북한이 더 큰 손해를 볼 것이라는 얘기가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싸움은 많이 가진 자가 더 두려워하게 돼있다. 실제로 많이 가진 자가 더 많이 잃게 된다. 싸움자체가 힘 있고 가진 자에 의한 일방적 싸움이라면 몰라도, 서로가 죽기 살기로 싸우고 결과적으로 둘 다 만신창이가 되면 궁극으로는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던 자가 더 많이 잃고 패배자가 된다. 적게 가졌던 자는 잃은 것도 적고 그만큼 복구도 쉽지만 많이 가졌던 자는 이미 그 많이 가진 자의 위치 자체를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미국의 경우 패권국가로서 세계를 지배하고 각 국가들의 위에서 군림하고 있다. 북한과의 전쟁으로 도시 몇 개 파괴되고, 핵심군사시설 몇 개 공격받는 것의 의미가 단순히 피해정도를 경제적 수치로 계산해 내는 데서 그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지금도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국가경제가 그러한 상황을 맞이했을 때 어떻게 될까하는 문제도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게다가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다. 그들의 애국심은 민족국가와는 좀 다른 면이 있다.

국가의 위기가 어는 정도를 넘어 자신들의 국가관과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될 경우 그 애국심이 어떻게 발현될 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극단적으로는 원심력이 작용할 수도 있다. 즉, 연방의 해체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설마?”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또,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라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의 수뇌부는 양쪽을 다 생각해 볼 것이다. 어느 쪽을 장담할 수는 없다.

이렇게 보면 미국은 쉽게 전쟁을 못한다. 북미간의 전면적 전쟁이 나면 그것은 핵전쟁이고 현재 북의 실력으로도 충분히 미국에 위에서 언급한 우려를 안겨줄 수 있을 정도의 피해는 끼칠 수가 있다.

물론, 북한의 입장에서도 엄청난 피해는 충분히 각오해야 하는 만큼 쉽게 전쟁을 일으킬 수는 없다. 그래서 항상 먼저 핵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위협이 심각한 수준에 다다르고 미국이 공격을 할 징후가 보이면 즉각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미군과 국군의 행동양상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울 때면 한반도에는 항상 위기와 긴장이 감돌면서 조금이라도 불똥이 튀면 금세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은 공포분위기가 조성된다.

북한의 입장에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진다. 실제, 현대전은 선제공격의 중요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미군과 한국군의 선제공격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방어적 의미와 함께 한반도의 이런 적대적 관계의 지속은 항상 전쟁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며, 그 전쟁은 결국 북미 두 나라의 커다란 손실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의미를 함께 가지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측면은 첨단무기 경쟁이다.

흔히 북한이 미국과 첨단무기 경쟁에서 상대가 될까하는 생각들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갈 수가 있다. 최신 기술이라 함은 대부분 컴퓨터에 의존한 기술이다. 자동차의 최신 기술도 가전제품도 전자제품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자동화, 인공지능의 개념이 들어가야 첨단이 되는 시대다. 북한의 IT기술이 세계적이라는 것은 북한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인정할 것이다. 특히 소프트웨어에서는 세계에서도 정상급에 속한다. 그러한 기술이 국방과학에 우선적으로 응용될 수 있다면, 충분히 첨단 무기들이 나올 수 있다.

올해 봄,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등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열리는 중 북한에서 행해진 각종 첨단무기 시험 및 공개훈련 등에서 보여준 각종 무기들은 실제로 미국의 동종무기들과 그 성능에서 충분히 맞설 수 있을만한 것들 이었으며, 일부는 미국의 무기를 능가하는 것들도 눈에 띠었다. 대전차로켓의 경우는 확실히 미국산 보다 성능이 우수했다. 북한의 첨단무기는 대체로 미사일 및 그와 관련한 무기들이 주종을 이루었다.

미국이 전쟁을 할 때 쓰는 작전은 거의 유사하다. 또, 그 작전이외에 별로 쓸 방법이 없다. 먼저, 순항미사일로 적의 방어망을 정밀타격하여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킨다. 다음은 폭격기를 이용한 거점공격이다. 이후 전투기를 이용하여 잔여거점 및 남은 전투력에 대한 약화작전이다. 그 다음 상륙작전을 펼치고 상륙 후에는 전차를 앞세워 주요 도시와 거점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육상 전투력이 약한 미군의 처지에서 육상전투력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해·공군의 공습능력을 최대한 이용해서 상대를 약화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대한 방어에는 레이더망을 위시한 감시체제와 각종 미사일과 전투, 전폭기에 대한 요격체계가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이 미사일들이다. 요격 미사일의 중요성은 최근 군사전략의 핵심적 요소가 되고 있다.

북한과 맞붙게 되는 미군의 경우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 더 많은 수와 더 첨단의 무기들이 배치되어 유사시 언제든지 한반도를 공격할 수 있다. 그들을 방어하고 제압하기 위해서는 멀리서 그들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사일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북한은 미사일에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이러한 대응은 그들을 압도해야하는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작전에 맞게 대응작전을 짜고, 거기에 맞는 무기체계를 그것도 첨단으로 갖추고 있는 북한을 확실히 제압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대응을 할 수 없는 좀 더 최신의 첨단화된 고성능의 무기체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지금, F-22나 B-2와 같은 스텔스기의 스텔스 기능이 러시아, 중국 및 북한과 이란에 까지 발휘를 못 한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이미 그 비행기들의 스텔스 기능을 무력화하고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망이 구축이 된 것이다. 새로운 스텔스기능을 개발하여 적용해야할 상황이다. 차세대 전투기 F-35의 개발은 중대한 결함이 생겨 전반적인 재개발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진행도 재개발도 못하고 보류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북한이 첨단무기를 동원해서 약을 올릴 때 그때그때 그에 대응해서 북한을 제압하고 꼼짝 못하게 할 새로운 첨단무기를 개발해낼 수가 없다. 예전의 미국이라면 했다. 그러나 지금은 못한다. 이게 모두 미국의 국가재정적자에 기인한다. 국방예산을 늘려 각종 첨단장비의 성능을 높이고 새로운 모델의 무기를 개발해야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국방예산을 줄여야만 하는 상황. 이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북한이 미국과 첨단무기 경쟁을 한다. 이는 무엇을 얘기하는가?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어가는 것을 선전하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미국은 더욱 초라한 모습을 만천하에 보여주게 될 것이다. 시간은 미국의 편이 아니라 북한의 편이라는 말이 결코 헛말이 아니다.


✦ 지금 미국에서는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미국의 거의 대부분의 정치지도자, 군부 그리고 군산복합체 관련 자본가들... 등등 모두가 북한이 매우 미워죽을 것이다. 얄미울 것이다. 어찌해보고 싶어 안달이 났을 것이다. 현대에서 힘이란 무력과 경제력이다. 한 가지 더 있다면 첩보력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써서 북한을 제압하고 어찌해보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약이 오르는 만큼 쓸 수 있는 힘을 최대한 써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북한을 붕괴시키기 위해 별의별 첩보전, 심리전도 해보았고, 무력을 동원한 전쟁을 모의해 보기도 했고, 별의별 방법의 외교전을 펼쳐보기도 했을 것이다. 모두 실패했다. 지금 최후의 방법으로 경제봉쇄라는 나름의 필살기를 펼쳐보고 있다.

미국의 막강한 경제력과 기축통화의 힘, 국제금융에서의 영향력, 외교력과 군사력 등을 동원한 각국에 대한 압력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빚어내는 마지막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최후의 걸작 “전면적인 경제봉쇄” 국내언론에 의하면 주요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고, 북한과 매우 친밀한 관계에 있던 이란과 북한과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까지 봉쇄에 동참하여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북한은 매우 곤경에 처해있고 어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의 표정이 영 아파하고 있는 모습이 아니다.

곤경에 빠진 표정이 아니다. 억지로 웃고 있는 것인가? 좀 더 두고 보면 알겠지! 한 1년이면 그 결과가 확실하게 나타날까?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1년쯤 되면 곤궁함과 어려움이 표정에 나타나겠지... 어떻게든 국가의 흔들리는 모습이 밖으로 드러나겠지... 이제 6개월 정도 남았다. 현직 대통령 오바마의 임기도 그 때면 끝난다. 그 때까지는 북한에 대한 큰 정책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한번 기다려보자.

그리고 나서 그때까지 북한이 어려움에 처해있지 않다면, 그 혹독한 경제봉쇄를 1년이나 당하고도 버틸 수 있다면, 그렇다면 북한을 더 이상 어찌해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리고 북한과 더 이상의 대결을 벌이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이 손해를 키우는 일이다.
지금 워싱턴에서는 이러한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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