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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2일 금요일

한국에 두 가지 선택지만이 존재한다: 남중국해 그리고 사드2





“일본과 중국의 관계 악화는 세계 경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략) 양국은 침착하게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2010년 9월 24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의 발언 中 발췌


2010년 9월은 중국이 1차 희토류(稀土類) 전쟁에서 일본을 압살한 날이다. 당시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 열도(혹은 다오위다오)를 두고 첨예한 갈등에 직면해 있었다. 이때 중국 어선 선장 한 명이 나포되면서 갈등은 폭발했고, 중국은 초강경책으로 나갔다. 바로 희토류 수출 중단이었다.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중단 발표 후 딱 하루 만에 백기투항 했다. 이후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중단 건을 WTO에 제소했고, 2015년 중국은 패소하게 된다. 중국은 이를 선선히 받아들였고, 희토류에 부과해 온 25% 수출세를 폐지하며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희토류는 란탄, 스칸듐, 이리듐과 같은 17종의 희귀 금속원소를 말하는데, 화학적 성질이 안정적이고 전도율이 높아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의 핵심 원자재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은 전세계 매장량의 36% 생산량은 한때 97%까지 차지했었다. 중국 내 매장량이 많긴 하지만, 중국 외의 지역에서도 생산된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희토류 채굴을 위해서는 상당한 환경오염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광산을 닫고, 희토류 생산을 중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0년 사태 이후 전 세계는 희토류 광산의 개발에 나섰고, 많은 나라가 희토류 수입 다변화 정책을 채택해 수입처를 다양화했다. 직격탄을 맞은 일본도 인도네시아로 수입처를 다변화하며 생존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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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까짓 돌 부스러기가 뭐 그리 대수냐?”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영국 셰필드 대학의 대니 돌링 교수는 희토류에 대해,

 “세계 인구가 100억 명이 되면 희토류가 미래 자원의 핵심이 될 것.”

이라고 정의했다. 이유는 간단한데, 인구가 늘어나면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의 생산량이 늘어나고 경제규모는 확대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희토류의 소비는 늘어날 것이고, 그 결과 희토류가 지금의 석유자원이 누리는 지위 이상의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찍이 등소평이,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란 말이 현실화된 것이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만 받아들이기에는 곤란한 것이 2010년 사태를 기점으로 전 세계는 희토류 생산을 재개했고, 희토류가 없는 나라, 대표적으로 일본 같은 나라는 희토류 사용을 최소화 하는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적으로도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를 막기 위해 공동전선을 펴기 시작했다. 또 다른 對 중국 포위망이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사실을 도출해 낼 수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경제 대국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 열도를 사이에 두고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둘째, 중국은 ‘영토 문제’ 앞에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싸울 태세가 돼 있다.
 셋째, 눈에 보이는 게 없어 보이는 중국도 WTO 체제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➀ 센카쿠 열도 문제는 꽤 많이 알려졌다. 간단히 말해 독도를 두고 한국과 일본이 으르렁 거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은 ‘도련 전략’까지 걸려 있어서 이야기가 복잡해졌다.

➁ 영토 문제에 있어서는 어느 나라나 민감할 수밖에 없고, 주권과 관계된 문제인데 중국은 그 성격이 좀 다르다. 중국은 대내외적으로 절대 타협할 수 없는 <3가지 핵심이익>이란 게 있다. 그 세 가지가 뭔가 하면,

 첫째, 대만과의 양안 문제
 둘째, 자국에 대한 테러 문제
 셋째, 영토 문제

양안 사태에 대해서는 시사에 대해서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확인할 수 있다. 국민당 정부가 중국 본토에서 물러나 대만으로 쫓겨났을 때부터 양안 문제는 중국의 ‘핵심과제’였다. 50년대 금문도 사태라고 대포 쏘고, 하늘에서 제트전투기들끼리 공중전 벌여가면서 싸웠던 이유가 뭘까?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쯔위’가 하나의 중국을 말하며 울었던 걸 생각하면 이해가 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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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에 대한 테러문제의 핵심은 IS로 대표되는 이슬람 세력권의 테러를 말하는 게 아니라 중국 국내문제라 보는 게 맞다. 대표적인 것이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내의 위구르족 분리 독립운동이다. 위구르 족은 한때 위구르 제국을 세울 정도로 그 위세를 떨쳤으나 청나라 건륭제 시절 청나라에 편입됐었다. 그러다가 일본과의 전쟁으로 중국이 어지럽던 1944년 동투르키스탄 공화국이라고 독립을 했다가 1949년 국민당을 쫓아낸 중국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뒤 곧바로 병합됐다. 그리고 1955년 신장위구르 자치구가 된다.

문제는 이쪽 사람들의 분리독립 의지가 거세다는 부분이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중국은 1980년대부터 한족의 강력한 이주 정책을 폈고, 그 결과 2000년대가 되면 2천2백만 인구의 40%를 한족이 차지하게 된다(위구르인은 약 1천만 명이 안 된다). 이 상황에서 위구르인들의 폭탄테러가 계속 벌어진 것이다. 물론, 테러는 막아야 한다. 그러나 중국에는 더 절박한 그 무엇이 있는데, 바로 소수민족의 독립 의지를 막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의 공식 조사를 보자면,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돼 있다(이중 약 91%가 한족이다). 만약 이 테러사태를 묵과한다면, 자치독립 의지가 강한 민족들이 뿔뿔이 뛰쳐나갈 것이고, 그 결과는 중국의 파멸이다. 중국이 테러 문제에 예민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이 영토문제인데, 그 핵심이 되는 것이 남중국해와 센카쿠 열도 등의 문제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암초나 산호초를 자신들의 ‘영토’라 주장하며, 이 영토 문제에 절대 타협불가란 방침을 줄곧 천명해 왔다. 이는 극히 이례적인 일인데, 외교적으로 퇴로를 차단한 채 극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공식적인 외교채널로 ‘전쟁 불사’를 말하는 것 자체가 중국이 남중국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다.

➂ WTO 체제에 ‘결과적으로’ 승복했다는 대목인데, 여기에는 경제적인 여러 복합변수가 있기에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당장 중국 내 희토류 과잉 생산 문제부터 해서 복잡한 속내가 있다). 그러나 이 모습을 통해 중국이 소련과 다른 한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즉, 소련은 미국과 전혀 다른 ‘체제’를 가지고 미국과 대결을 벌인 국가였지만, 중국은 미국이 만든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뭘 의미하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이 미국의 패권을 떠받들고 있는 ‘근원적인 힘’이 어디서 나오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미국이 지금의 초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3가지 요소가 있는데, 바로 “달러, 군사력, 영어”다(소프트 파워나 기타 등등은 다 빼고 핵심만 보자). 군사력은 설명을 안 해도 될 같으니 달러를 보자. 이게 바로 실질적인 미국의 힘이다.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위력을 발휘하기에 미국은 경제침체의 늪에서도, 엄청난 재정적자에서도 쌩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재미난 것은 이 달러와 군사력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다.

군사력이 있기에 달러가 기축통화의 왕좌로서 굳건히 자리를 잡은 것이고, 군사력은 달러를 배경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1990년대 시작과 동시에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몇 번의 시도는 여지없는 ‘군사적 응징’으로 제압된 것이다.

중국은 이런 시스템을 잘 알고 있었기에 2000년대 들어와서 망상에 한 없이 가까운 <화폐전쟁>이란 책을 써내면서 이 달러체제를 극복하고, 중국이 새로운 기축통화를 만들자고 나선 것이다(물론, 망상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내 짧은 식견으론 ‘망상’이다). 영어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을 안 해도 될 거 같다(이제까지 나와서 국제학술지에 실린 논문의 절대다수는 영어로 쓰였다. 이 하나만으로도 영어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미국은 달러와 군사력으로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중요한 건 중국은 이 달러체제에 들어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자신의 군사력을 키우고, 미국의 뒤통수를 호시탐탐 노려보고 있다는 대목이다. 이는 다시 말해ㅡ 군사적으로는 서로 갈등관계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상호 견제와 균형을 넘어서 협력자 관계란 것이다. 만약 중국이 망하면 미국이 망하고, 미국이 망하면 중국도 망한다는 것이다. 우로보로스의 뱀이라고 해야 할까?

이야기를 조금만 더 확장하자면, 미국 체제 안에서 기어 올라온 중국이기에 미국이 언제든 마음만 먹는다면, 중국 체제를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을 손에 쥐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중국의 전략

2013년 시진핑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국가전략이 하나 있다. 바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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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세계일보>

과거 중국의 황금기 시절을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육로와 해로를 개척해 실크로드를 다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육지는 중앙 및 서부 아시아를 통해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신 실크로드’를 만들겠다는 것이데, 이렇게 연결된 국가의 인구수만 44억, 총 GDP는 2.1조 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63%, 전 세계 GDP의 29%를 차지한다.

이는 중국의 대외 정책이면서, 동시에 대내정책이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이 서방세계에서는 하나의 ‘신화’처럼 각인 돼 있지만, 그 실상을 보면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은 모양이었다. 우리가 보는 중국은 해안 벨트를 따라 쭉 연결된 ‘일부’의 모습이고, 중국 내륙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20세기 초반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이들 사이의 빈부 격차 문제는 물론, 더 나은 삶을 찾아서 도시로 몰려와 농민공으로 전락한 수억의 인구들의 불만을 잠재워야 했다.

결국 중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강력한 서진(西進)정책을 펼쳤고, 그 완성판 격인 프로젝트가 일대일로 전략이다. 이 일대일로 전략의 직접적인 혜택을 보는 지역만 16개 성에 달하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목숨을 걸고 덤벼들어야 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신 실크로드’ 전략을 통해 중국은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➀ 중국 대륙 전반에 걸친 인프라 개발





➁ 주변국들과의 무역 증대를 통한 중국 수출입 활성화





➂ 중국이 쌓아놓고 있는 외환보유고를 통해 AIIB 및 실크로드 기금을 조성. 이를 통해 주변국들에게 금융지원을 해주고, 이를 통해 위안화의 국제화(국제화라고 쓰고 ‘기축통화’ 진입이라 읽는다)를 앞당긴다.





이 육상실크로드를 만들기 위해 시진핑은 미친 듯이 외국을 나갔다. 푸틴도 만나고(철도 연결을 위해), 인도네시아도 드나들고, 몽골도 찾아갔으며, 아시아 21개국을 모아 AIIB도 창설했으며,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의 소외된 국가들을 찾아가 얼르고 달랬다. 태국에 달려가서는 철도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시진핑 정부는 중국-키르키스스탄-우즈베키스탄-터키-그리스-독일-네덜란드를 잇는 육상 신 실크로드를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아직까지는...).

이 대목에서 우리가 잠깐 생각해 봐야 할 것이 미국이다.

중국과 미국은 땅덩이가 비슷하다(면적이 거의 엇비슷하다). 중국은 자신의 영토는 전 세계의 모든 기후대가 있다고 자랑하지만, 실질적으로 미국의 땅보다는 좋지 않다. 여기서 좋지 않다는 평가는 땅의 토질(土疾)이나 자원에 관한 평가가 아니다. 바로 주변국의 문제다. 미국이 세계 패권국가로 올라서기에 유리한 지형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바다’라는 천혜의 해자(垓字)가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과 대서양이라는 천연의 장애물은 적성국의 침략 의지를 사전에 꺾어 버리고(물론, 일본 같은 또라이들이 다시 나오지 말란 법은 없지만), 설사 침공을 계획한다 하더라도 상당한 난관을 안겨준다. 게다가 미국 주변국을 보라. 밑에는 멕시코, 위에는 캐나다이다. 이들이 미국을 침략할 수 있을까?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중국 영토 주변에는 수많은 적대세력들이 눌러앉아 있다(중국이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원래 가까운 나라와는 분쟁할 일이 많다. 이 분쟁은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고, 쓸데없는 갈등관계를 조성해 국력의 낭비를 가져오게 만든다.

중국이 신 실크로드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참여한 국가들을 보면, 국제사회에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나라들이 대부분이었다. 전략적으로 봤을 때 중국은 영토 주변에 적대세력으로 돌변할 세력들을 잔뜩 떠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관리’가 부족했다. 그 틈을 헤집고 미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이들을 포섭 對 중국 포위망을 서서히 완성해 가기 시작했다.

이 대목에서 나온 것이 바로 “진주목걸이 전략”이다. 육상에서 새로운 실크로드를 만들었다면, 해상에서도 만들어야 일대일로 전략이 완성되지 않겠는가? 중국은 중국-말레이시아-인도-케냐-그리스-이탈리아로 이어진 해상 실크로드를 만들어 일대일로 전략을 완성하겠다고 나섰고, 이렇게 연결된 고리를 ‘진주목걸이’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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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일보>

중국은 이때부터 말레카 해협을 나와 인도양을 통해 지중해와 대서양을 넘어가는 해상교통로를 확보하겠다는 강한 욕망을 표출하게 된다. 국가의 전략 수송로이자, 21세기 패권국가로 발돋움하려는 중국으로서는 생명선과 같은 해역인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에 있는 바다가 바로 ‘남중국해’다.

일반인들에게 남중국해와 말레카 해협에 관한 ‘특별한’ 인식은 거의 없다(해운업 종사자가 아닌 이상). 하물며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말해 무엇할까?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곳이 바로 말레카 해협이다(오늘날 싱가폴이 잘살게 된 이유가 이 말레카 해협의 지리적 위치를 활용한 덕분이다. 말레이시아로서는 땅을 치고 아까울 상황이겠지만). 말레카 해협과 남중국해는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당장 한-중-일 세 나라의 배들만 생각해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곳은 중국 해상 물동량의 70% 이상이 드나드는 곳이다. 만약, 누군가가 중국의 목줄을 움켜쥐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이곳만 틀어막으면 된다(수치상으로만 봐도 매년 이 해역을 지나가는 배들만 4만 척 이상이고, 한국, 일본, 대만이 수입하는 석유의 90% LNG의 2/3가 이쪽 해역으로 드나든다. 이곳이 막히면, 한국도 ‘꽤’ 힘들어진다).

남중국해를 거쳐 말레카를 넘어 인도양을 건너는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에서 남중국해는 그 시작점이 된다. 그런데, 이 시작점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미국(혹은 중국 때문에 힘든 나라들)이 이 진주목걸이를 끊어버리려 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을 파훼(破毁)하기 위해 필리핀-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를 엮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80년대부터 준비해 왔던 도련선은 고사하고, 자신의 앞마당도 지킬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이미 미 해군이 수빅만에 자리를 잡아버렸으니 말이다). 이 상황에서 중국은 남중국해에 모든 걸 쏟아붓기 시작했다.


남중국해는 중국 땅이었나?

분쟁지역의 영토를 국제법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3가지를 증명해야 한다.

 “내가 먼저 발견했다.”

 “내가 저 녀석들보다 먼저 선점했다.”

 “내가 이 땅을 실효지배하고 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지 않은가? 독도를 두고 일본과 싸우며 나온 말들이다. 간단히 말해 누가 먼저 발견했고, 선점했으며, 지금 그걸 누가 지배하고 있냐가 관건이란 소리다.

중국은 역사책을 들먹이며,

“남중국해는 한나라 시절에 이미 발견했고, 송나라 시절에 수군을 보내 지배했고, 청나라 시절에 이미 실효지배 상태에 있었다.”

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적으론 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효지배는 하고 있는 걸까? 중국은 산호초나 바위들을 콘크리트로 둘러쳐 ‘섬’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번에 헤이그에서

 “그건 섬이 아니라 바위다.”

라는 확인사살을 받았다. 실질적으로 남중국해에서 실효지배를 많이 하고 있는 건 베트남과 필리핀이다. 중국은 1974년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 필리핀명 칼라얀)에 발을 들이민 이래로 이제 겨우 30여 년이다. 그 와중에 주변국들과의 충돌도 빈번하게 일어났다(스프래틀리 제도만 확인해 본다면, 스프래틀리 제도에는 총 175개의 섬과 암초, 산호초, 모래톱이 있는데 이들 중 베트남이 24개, 중국이 10개, 필리핀이 7개, 말레이시아가 6개, 대만이 1개를 실효지배하고 있다. 보면 알겠지만, ‘개판’이다).

필리핀은 물론, 베트남과는 1988년 해군끼리 교전을 벌이기까지 했다(베트남 쪽은 70여 명이 전사했다). 이런 빈번한 충돌로 중국은 주변국들의 인심을 잃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게 중국의 구단선(九段線) 혹은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 주장이다. 그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국민당 정부가 1947년에 11단선을 공표했는데, 이를 계승(?)한 중국이 구단선 주장을 한 것이다. 이 구단선 주장은 간단히 말해서,

“스프래틀리 제도,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군도西沙群島), 스카보러 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등등 남중국해 안의 거의 모든 섬은 우리 것이다.”

라는 주장이다(이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다면, 남중국해의 90%는 중국 바다가 된다).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국가 전략적으로는 패권을 경쟁하는 미국으로부터 ‘진주 목걸이 전략’을 지켜내야 하고, 덤으로(이게 주가 될 수도 있겠지만) 엄청난 에너지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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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석유 2130억 배럴, 천연가스 3조8000억㎥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60년간 쓸 수 있는 석유와 146년간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가 묻혀 있는 셈이다(매탄하이드로드까지 합하면 자원의 보고다. 천연자원의 블랙홀 중국이 이걸 손 놓고 바라만 볼까?). 이 때문에 베트남 유전을 두고 중국과 베트남은 시시때때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대륙붕 논란, EEZ선까지 얽히면 이야기는 막장 드라마의 끝을 보는 수준까지 이어지게 된다.

중국의 국가이익을 위해서 남중국해는 꼭 사수해야 하는 상황! 시진핑은 직접 스프래틀리 제도의 섬(섬이라 쓰고 바위나 산호초라 읽는다) 7개를 찍었고, 이 ‘바위’와 ‘산호초’들은 콘크리트를 뒤집어쓰고 섬이 됐다. 사람 몇 명이 겨우 설까 말까 한 바위가 여의도 6배만 한 섬으로, 사람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는 산호초가 축구장 14개만 한 섬이 되는 기적이 연일 이어지는 게 지금의 남중국해 바다인 것이다.

(이게 이렇게 된 건 미국, 일본이 원인을 제공했는데, 특히나 일본이 문제다. 오키노토리시마란 섬을 들어봤는가? 산호초에 콘크리트를 때려 부어 섬으로 만들고는 이게 일본 영토라 주장한 것이다. 만약 일본 주장대로라면 일본은 2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해 40만 제곱킬로미터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확보하게 된다. 남는 장사 아닌가?)

문제는 이 남중국해를 실질적으로 더 많이 실효지배 한 나라는 베트남과 필리핀이다. 이런 상황을 참지 못한 필리핀이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를 했고, 필리핀이 이겼다.

상설중재재판소는 행정기구이지, 판결을 강제집행 할(그것도 중국을) 힘도 이유도 없다. 다만, 필리핀과 미국에게 명분을 줬다는 정도?

중국은 너무나 당연하게 반발했고, 무시했으며, 실력 행사를 하기 시작했다(PCA 판결 전에 대규모 군사 훈련을 남중국해서 실행했다). 이에 발맞춰 미국도 ‘항행의 자유’을 말하며 중국의 심기를 툭툭 건드렸다.

올 1월에 미국은 작전명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시했는데, 장소는 파라셀 군도 트리톤 섬 인근이었다. 이 섬은 중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섬이었는데,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이 트리톤 섬 인근 12해리까지 접근했다. 군함뿐만이 아니었다. 군용기를 동원해 중국군의 레이더 사이트를 뒤집어 놓기도 했다. 중국으로서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긴 중국 섬이고, 이 바다는 중국 영해다! 군함이 여길 지나가려면 우리 허락을 받아야 한다!”

 “조까, 산호초가 언제부터 섬이었냐? 여긴 공해 상이야! 내 맘대로 움직일 자유가 있다고!”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영해를 미국이 단번에 거부한 것이다. 중국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드

우선 한 가지 전제를 말하고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북한 핵미사일을 막기 위해 사드를 배치한다는 건 개소리다.”

내가 만약 김정은이라면, 그리고 내게 북한 전력을 주고 수도권을 공격하라면, 방사포나 무유도 로켓인 프로그(FROG)를 날릴 거 같다. 만약 탄도탄을 쏴야 한다면, 굳이 고각을 노동이나 대포동을 쏘지도 않을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말한 것처럼 사드 미사일로 북한의 미사일을 다 막는 건 불가능하다. 설사 사드나 패트리어트가 그런 능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한국은 전장이 짧아서 미사일 요격을 하기에는 부적합하고, 설사 요격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1천 발이 넘어가는 미사일이 있는 북한이 전쟁이 시작됐는데, 우리가 요격하기 쉽게 1~2발만 날릴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사드 1개 포대가 48발 기준이고, 한국에는 이것보다 더 들어온다 하는데 다 들어온다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그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은 미사일이 날아올 확률이 많은데, 이걸 어떻게 다 막을 것인가?)

북한이 몇 년 뒤에 실전 배치할지 모른다는 SLBM을 막기 위해서라면,

 “북한이 사드 레이더 탐지 각도 밖에서 쏜다면 어떻게 할래?”(120도 밖에서 쏜다면?)

라고 되묻고 싶다. 물론, 미국 무기이고 주한미군이 들여오는 것이니 한국이 뭐라고 할 근거는 손톱만큼도 없다. 다만, 부지를 제공받아야하기에 행정 편의적인 면에서 한국과 협조를 하는 것일 뿐이다.

이게 북한 핵미사일을 막기 위해 들어오는 게 아니란 건 국방부도, 국방부 장관도, 국무총리도, 청와대도, 박근혜 대통령도 다 알고 있다. 나 같은 백면서생이 알 정도인데, 그들이 모를 리가 없다. 만약, 그럴 일은 없겠지만 진짜로 ‘북핵’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경우의 수는 두 가지일 뿐이다.

첫째, 만의 하나라는...일어날 확률이 한없이 0에 수렴함에도 혹시 ‘쓸모’가 있다면 들여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보수주의자.

둘째, 아무 생각이 없는 바보

이건 누가 봐도 한국이 원해서 들여온 게 아니다. 지엽적인 논란이나, 성주군에서의 반대투쟁은 이 이야기에서 배제하기로 하겠다(성주군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국제정세 쪽으로 포인트를 잡기 위해). 어차피 배치는 강행될 것이고, 내년이면 실전 태세를 유지할 것이다. 아마, 이미 계획은 다 짜놓은 상황일 것이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최초 발언을 했을 때부터,

 “시기의 문제이지, 박근혜 정부 임기 중에 배치가 될 것이다.”

란 조심스런 예측이 있어왔다. 물론, 전략적 모호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통에 ‘혹시나’ 했던 적은 있다. 문제는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 쪽이 국가 원수를 내세워 ‘반대 의사’를 확실히 했다는 부분이다.

 “그룹 총수가 직접 추진하는 사업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

이 말뜻이 뭔지 아는 사람은 사회 경험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 국가원수가 직접 언급한 사안이다. 그것도 어디 변두리 국가가 아니라 양극 체제를 말하는 중국의 국가원수가 말한 것이다. 이 말의 무게를 한국은 이겨낼 수 있을까?

결국 사드는 한국의 향후 외교노선과 국가 전략적 정책을 선택하는 ‘수준’까지 올라가게 된 것이다. 이 역시도 언제인가 하는 ‘시기’의 문제였지 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즉, 올 것이 왔다는 것이다. 미국이냐 중국이냐라는 선택을 양측으로부터 강요받았다는 말이다.

양강이 직접 주먹을 맞교환하지 않고(맞교환할 수도 없다!), 서로 지엽적인 부분으로 으르렁거리는 상황에서 가장 만만한 것이,

 “경계면 상에 있는 ‘모호한 존재’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것. 뒤이어 만만한 경계면상의 존재들끼리의 충돌”

이다. 재미난 건 박근혜 대통령이 너무나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는 대목이다. 아니, 혼자만의 착각이라고 해야할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에이 설마’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혹시나’라는 일말의 의심을 가질 정도로 훌륭하게(!) 친중 노선을 펼쳐 보였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서,

 “한국이 냉전 시대 핀란드와 같은 짓을 하려는 걸까?”

라면서 꽤 당혹해 했던 얼마간이 있었다. 물론, 아주 짧은 기간이었고, 그 확률은 만분의 일도 되지 않을 확률이라고 푸념했지만 말이다.

문제는 괜히 줄 듯 말 듯 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모호하게 가다간 나중에 더 큰 분노를 사게 된다는 것인데...지금 그것까지 고민할 시간은 없는 것 같다. 어쨌든 대한민국은 사드 배치를 통해 반강제적으로 어떤 ‘선’을 넘은 것 같다. 이제 남은 건 사드 배치 후의 문제에 대한 고민이다.

사드는 우리에게 크게 3가지 정도의 ‘생각할 꺼리’를 던져준다. 정리해보면,

 첫째, 향후 대한민국 어느 쪽에 붙는 것일까?

 둘째,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셋째, 향후 미중 관계 속에서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나씩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➀ 한국은 어디에 붙은 걸까?

사드 배치 후 중국의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서,

“에이, 이렇게 급하게 발표할 거면 그 전에 외교라인 좀 돌리지...”

라고 생각했을 사람 많을 것이다. 내 짧은 소견으론 외교라인은 돌아갔을 것이다(청와대가 아무리 멍청해도...). 아울러 중국의 반응 역시 예상 범위 안이고, 중국 역시도 한국이 어떤 타임 테이블이 있다는 걸 진즉에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연타’가 뼈아플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시기의 문제이지 언제곤 터질 문제였다. 그리고 그 ‘결론’도 이미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딴지 지면을 통해 몇 번이나 언급한 것 같은데, 브레진스키 교수의 <거대한 체스판>이란 책이 있다. 이 책에서 브레진스키 교수는,
  

 “조만간 한국은 중국과 미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라고 예견했다. 그 시기가 좀 빨리 온 것뿐이지. 결과는 똑같다. 한국은 미국에 붙었다.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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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20년 안에 중국이 미국의 국력을 추월하거나, 미국과 전쟁을 치를 확률은 지극히 낮다. 경제력, 국방력 면에서 아직까진 미국이다. 물론, 미래의 떠오르는 패자(覇者)에게 먼저 줄을 서 눈도장을 받는 것도 좋다. 그런데 중국이 패자가 될 확률이 있을까?

다 떠나서 한미 간의 관계와 한중간의 관계를 보자.

미국과 한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은 상황이다. 그것도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맺어 온 관계이다. 그럼 중국은 어떤가? 중국은 북한과 조중상호방위조약을 맺은 상태다. 한중수교를 하고, 한국과 북한이 아직까지도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조중상호방위조약을 유지하고 북한의 유일한 혈맹임을 강조한다. 물론, 중국을 탓하고 싶은 생각도, 조중상호방위조약 때문에 중국이 ‘속이 시커먼 떼놈’이라고 말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가 중국 입장이라도 그럴 것이다. 국제정치의 핵심은 자국의 이익이다. 이익을 위해선 뭐든 할 수 있다(명분은 이후에 만들면 된다).

북한이 중국에게 가장 담보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한반도 급변 사태(전쟁을 기준으로) 중국의 자동 참전일 것이다. 상식적으로 중국이 한반도 전쟁 상황에서 북한 편에 붙어 싸워줄까? 50년 전 정세라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도 같은 것이다. 어떤 이익이 있으니 미국이 한국 손을 잡아 주는 것이다. 그 이익이 사라진다면? 역시나 지금의 북한 꼴을 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제정치적으로 강대국과 외교를 함에 있어서 상호 우호적인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다.

 “강대국의 이익과 나의 이익의 공통분모를 늘려나가는 것.”

이다. 이게 외교의 기본이다. 어떤 명분, 거창한 인류애? 절대 아니다. ‘이익’이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질문을 던지기 위함이다.

 “한국이 미국에 붙었을 때 한국이 얻는 이익은?”
 “한국이 중국에 붙었을 때 한국이 얻는 이익은?”

그 반대도 생각할 수 있다. 중국과 미국은 각각 한국에게 어떤 이익을 원할까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냉전 시절의 그것보다 좀 더 몸값이 올랐다.

(개인적으로 지금 미중 관계가 신냉전 시대의 개막이라는 일부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냉전 문턱에도 오지 않았고, 1980년대 같은 ‘엄혹한’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뭐 지금까지의 분위기로만 보면 말이다)

(평택과 오산을 가지고 있고, 황해를 끼고 중국과 마주한다는 지리적 이점은 중국에게나 미국에게나 꽤 비싸게 팔릴만한 메리트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외교’의 곤란한 상황을 본다면, 한국의 몸값은 꽤 비싼 가격에 흥정할 만한 재료이다. 이미 중국의 주변국인 인도-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 등등은 미국에게 넘어간 상황이고, 넘어가지 않았더라도 그 이전에 중국과의 관계라 파탄 직전까지 간 상황이다. 일본은 더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고, EU 같은 경우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가까운 상황이기에 심심하면 ‘중국 인권’을 들먹이며 엿을 먹이고 있다. 러시아 같은 경우에는 같이 살아보자며 손잡고 있는 상황이고, 대만과의 관계는 미뤄둔 숙제와 같은 느낌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와중에 OECD 가입국이며, 주변국이면서도 중국과의 관계가 우호적인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다. 중국 외교정책으로 봤을 때 한국을 아예 ‘적’으로 돌리기엔 너무도 아까운 상황이다. 전승절에 초대했는데, 칼 꽂았다 뭐다 중국 네티즌들이 말하지만, 전승절에 한국 ‘급’의 국가가 얼마나 됐는지 찾아보라. 아직까지 한국은 중국에게 꽤 군침 도는 상대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행보는 예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지는 미국이 중국보다 우리에게 줄 게 더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50원 받을 걸 100원 받을 수 있게 하는 ‘장사의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 그게 문제라면 문제다.

➁ 향후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당장 눈에 띄는 극단적인 파열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중국으로서는 화가 날 대목이지만(그리고 두고두고 곱씹으며 ‘뒤끝 작렬’이겠지만), 눈에 크게 띄는 외교적 충돌도 없을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중국 외교 정책상 한국과 같은 주변국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도를 검색해 동북아시아와 남중국해 인근(그냥 중국 근처) 국가들의 나라 이름을 확인한 다음 국제 뉴스 쪽에 이 나라들의 이름을 검색해 보라. 십중팔구 중국과 갈등을 겪은 뉴스들이 줄줄이 나올 것이다. 중국의 인근 국가. 더 나아가 전 세계 경제권역별로 봤을 때 한국 급의 경제, 외교력을 지닌 국가가 이 정도로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 드물다. 이런 카드를 섣불리 버리진 못한다.

여기서 우리가 판단해야 하는 건. 일본처럼 아예 미국에 붙어서 중국과 적대할 것인지, 아니면 전략적 모호성을 좀 더 확장해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한 발을 걸쳐 놓을까의 판단이다.

미국은 몇 년 전부터 한-미-일 삼각 방위체제를 구축하려고 애쓰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1980년대로 돌아가 소련에게 했던 짓(?)을 중국에게 하면 되는 것이다. 원래부터 하던 일이었고, 중국과 감정도 좋지 않기에 부담 없이 하던 일을 계속하면 된다. 덤으로 이 기회에 한몫 제대로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희망’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은 좀 미묘하다. 일본과의 관계도 껄끄럽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한다. 냉전 시절 소련과 중국이 주적이라 말했지만, 어디까지나 명목상의 적이었다. 조금 낯선 분위기다.

얼떨떨하다. 그렇다고 맥 놓고 있다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겠다.”

라는 소리를 할 수는 없다(할 수도 없다). 분명한 사실은 한국은 미국 쪽에 붙었고(다 떠나서 북한을 생각해 보라 미국에 붙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옆에서 對 중국 포위망의 일부분으로 작동해야 할 것이다(사드는 그 전초전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최대한 ‘덜’ 상처받는 방향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최대한 더 많이 뽑아내는 방향으로 미국을 상대해야 한다.“

➂ 향후 미중 관계 속에서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까지 나왔던 말들에서 답을 찾으면 될 것이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자신들의 ‘국가 전략’을 가지고 상대방을 노려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경계 선상에 있는 나라들에게,

“어디에 붙을 것인가?”

를 직접적으로 묻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북한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을 ‘완전하게’ 버리고 중국에 붙는 경우는 없다. 즉, 한국이 중국과 혈맹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의미다. 그럼 여기서 한국의 입장은,

“일본처럼 미국에 찰싹 달라붙을까?”

아니면,

“지금처럼 미국에게 한발 떼는 척하며 중국에 붙는 시늉을 할까?”

정도이다. 그러나 설사 이렇게 하더라도 극단적인 선택의 강요 앞에서는 미국을 선택할 것이다. 그게 지금 한국이다.


끝내며...

미국과 중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내게 묻는다면, 난 미국을 택할 것이다. 여기에는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 고려도 있지만, 전혀 의외의 고려사항도 포함돼 있다. 바로 역사적 측면이다.

근대 국가가 됐지만, 중국인들의 중화주의는 무섭다. 그들 기준에서 한국은 영원한 번방(藩邦)이며 속국의 기억이다. 그 기억은 지금도 곧잘 중국인들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에게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적이 있다(국제정치라는 게 굉장히 이성적이고 기계적일 것 같은데, 결국 그걸 행하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들의 기억과 해당 문화권의 ‘분위기’가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미국도 만만치 않은 나라이지만, 그래도 형식적으로 자유와 평등을 말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가?(그들이 냉전 시절 남미나 동아시아에서 획책한 수많은 쿠데타나 그에 맞먹는 정치공작을 생각한다 하더라도)최악과 차악을 선택한다면 차악이라고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너무 미국에 경도된 게 아닐까 고민도 해봤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한국이 선택할 대안이 언뜻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 편에 섰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차피 선택의 여지는 없었고, 시기의 문제, 표현방식의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요즘 들어 부쩍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어쩌다 한국은 이 위치에 터를 잡아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걸까? 왜 하필 한국은 지구에서 가장 힘 쎈나라, 돈 많은 나라, 땅덩이가 큰 나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 한가운데 자리 잡게 된 것일까? 지지리 복도 없는 팔자인 것 같다.

위기가 기회란 말은 사치인 것 같다. 위기는 위기일 뿐이다.

그렇다고 너무 절망하지 말자. 아마 결정돼 있었고, 시기의 문제였을 뿐이다. 우리는 그렇게 갈 운명이었다.

중언부언 말이 많았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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