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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31일 일요일

"나는 이렇게 '10억 뇌물수수 검사'로 찍혔다"


16.07.31 18:13l최종 업데이트 16.07.31 18:13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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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그룹으로 부터 6억여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김광준 부장검사가 2012년 11월 특임검사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피의자신분으로 출두하고 있다.
ⓒ 조재현

지난 2012년 11월 10일 대검찰청은 '김수창 특임검사팀'을 꾸렸다.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의 최측근과 유진그룹 등으로부터 수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광준 당시 서울고검 부장검사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그랜저 검사'(2010년 11월)와 '벤츠 여검사'(2011년 12월)에 이은 검찰의 세 번째 특임검사팀이었다.

당시 김수창 특임검사팀의 구성을 두고 '대검 중앙수사부를 능가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원석(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밀양지청장과 정순신(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 남원지청장 등 두 명의 지청장을 포함해 총 13명의 검사로 팀을 꾸렸던 탓이다. 최근 진경준 검사장의 '126억 원 주식 대박' 의혹을 수사했던 '이금로 특임검사팀'에는 5명의 검사만 참여한 것에 비하면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매머드급'이었던 셈이다.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특임검사팀을 구성한 지 9일 만에 김광준 부장검사를 구속했다(11월 19일). 1심과 2심, 3심은 일관되게 김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해 그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그는 현재 의정부구치소에 수감돼 3년 8개월의 수형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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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준 전 부장검사가 최근 <오마이뉴스>에 보낸 편지.
ⓒ 오마이뉴스

"이원석 특수1부장, 특임검사팀 때 불법적인 압수수색"


하지만 김 전 부장검사는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의 최측근 강태용씨의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서 등을 근거로 조만간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강씨로부터 받은 2억 원은 '알선수재 뇌물'이 아니라 '여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빌린 돈'이었다는 것이다(관련기사 : "김광준 검사에게 준 2억, 여자문제 풀라고 꿔준 돈"). 

김 전 부장검사는 최근 <오마이뉴스>에 보낸 편지(7월 25일 작성)에서 "부적절한 여자관계에 책임지고 공직에서 물러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금전으로 무마하려다가 공무원으로서는 과다한 금전 차용을 하게 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점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라며 "그래서 징역 7년형이라는 살인자에 버금가는 중형을 선고받고도 운명이려니 체념하면서 거의 4년 가까이 구금생활을 묵묵히 감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부장검사는 "저의 부적절한 처신에 비해서는 (징역 7년은) 너무 가혹한 처벌이었고 그로 인해 저는 모든 것을 잃었다"라며 "검사가 집으로 쳐들어와 말기암 판정을 받고 투명중인 저의 처를 조사해 그 충격으로 암이 악화되어 몇 달 간 치료받다가 병원에서 객사했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특히 김 전 부장검사는 "2012년 11월 특임검사 수사 당시 강태용에게 돈을 차용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검사의 추궁에 김수남 (현) 총장에게 그 사정을 다 말하고 사의를 표하였다고 하니 검사가 확인한 후 총장이 그러한 일이 없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당시 내연녀의 협박문제로 시달리던 김 전 부장검사는 김수남(현 검찰총장)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이러한 상황은 명동성(현 법무법인 세종 대표 변호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장검사는 "그때 (김수남) 총장이 제가 사의를 표한 사실만 밝혀주었더라도 강태용 부분은 기소되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부하 검사가 부적절한 행위로 사의를 표하면 사표를 받거나 상부에 보고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점을 밝히지 않으려고 그렇게 얘기한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불만을 내비쳤다. 

20여 년간 '특수부 검사'로 근무했던 김 전 부장검사는 편지에서 한때 친정이었던 검찰의 "불법, 부당한 수사와 기소"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김수창 특임검사팀에서 활동했던 이원석 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 부장검사가 특임검사팀에서 활동할 당시 불법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원석 부장검사는 김수창 특임검사팀이 꾸려진 다음날(2012년 11월 11일) 오전 10시부터 김 전 부장검사가 사용하고 있던 서울고등검찰청 703호실을 압수수색했다. 그런데 검찰이 압수수색의 일시와 장소를 미리 통지하지도 않았고, 압수조서도 작성하지 않고, 압수목록을 교부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김 전 부장검사의 주장이다. 

형사소송법 제122조(영장집행과 참여권자에의 통지)와 제129조(압수목록 교부) 등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위법수집증거의 배제)에 따라 당시 서울고등검찰청 703호실 압수수색을 통해 수집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김 전 부장검사는 "그 압수수색은 처음부터 끝까지 불법적인 압수수색이었다"라며 "(그래서) 그때 수집한 증거를 법정에 제출할 수 없는 증거인데도 유죄의 증거로 채택됐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당시 검찰이 압수한 '명함 사본'과 '2009년 업무일지', '휴대폰 저장 문자' 등은 재판에서 유죄 인정의 중요한 증거로 채택됐다.   

서울지검 분장사무에는 '전국적인 기업.금융비리' 문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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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검 분장사무(예규, 위)와 김광준 전 부장검사 공소장 중 일부(아래). 공소장에 기재된 "전국적인 공직비리, 기업.금융비리"라는 문구가 분장사무에는 없다.
ⓒ 오마이뉴스

특히 김 전 부장검사는 검찰의 증거조작 의혹까지 제기했다. 자신의 뇌물수수가 '직무'(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와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서울중앙지검 분장사무(예규)를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공소장(2012년 12월 7일)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 제3부 소속 검사는 전국적인 공직비리, 기업·금융비리, 법조·언론 주변 부조리 관련 사범(감사원 고발·수사의뢰 사건 포함)의 수사 및 처리에 관한 사항과 그 정보·자료 수집을 담당"한다고 적시했다. 특임검사팀은 각주를 통해 이러한 내용의 출처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분장사무(서울중앙지방검찰청 예규 제99호, 2007. 6. 1 시행) 제14조'라고 밝혔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 분장사무(예규 제99호)는 특수3부 검사의 직무를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소속 공직자 비리, 법조·언론 주변 부조리 관련 사범 등의 인지수사 및 처리'로 규정해놓았다.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전국적인 공직비리, 기업·금융비리"는 직무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김 전 부장검사는 "따라서 서울 외 다른 지방에서 발생했던 불법 다단계 유사수신 범행이나 유진그룹 관련 형사사건 수사를 원칙적으로 특수3부의 직무범위로 볼 수 없어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려웠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니까강태용씨와 유진그룹 등으로부터 빌린 수억 원을 '알선수재 뇌물'로 엮기 위해 검찰이 검찰 예규에도 없는 "전국적인 공직비리, 기업·금융비리" 문구를 끼워넣었다는 주장이다. 

결국 김 전 부장검사는 김수창 특임검사 등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 관할 내 사건만 한정하여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의 성격에 따라 그 관할구역 외에도 전국적인 사건을 수사하기도 하고, 공직자 비리, 법조·언론 비리사건 외에 기업·금융 비리사건도 수사한다"라며 불기소('고소 각하') 결정을 내렸다(2014년 1월). 

앞서 2심 재판부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 제3부 부장검사로서의 피고인 김광준의 직무범위를 의도적으로 확대하기 위하여 검사가 공소장에 직무범위를 임의로 조작하여 기재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현직 부장검사의 지위에서 직무 대상자들과 무분별한 금전적 관계를 가져온"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전 부장검사는 편지에서 "(검찰이 예규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라며 "검찰이 예규를 조작한 부분의 진실을 밝혀 달라"라고 촉구했다.  

"제일저축은행 비리대출 수사 이후 청와대에서 뒷조사"

원래 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사건은 경찰에서 먼저 인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내부감찰에 이어 특임검사를 임명하는 등 '부장검사'가 연루된 사건의 수사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김 전 부장검사가 편지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당시 서울대 법대 동기인 최재경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 김 전 부장검사에게 연락해 "지금 경찰에서 조사하는 내용이 무엇이고, 그것에 해명하는 진술서를 작성해 보내주면 검찰총장에게 보고해 결과를 알려주겠다"라고 요청했다. 이에 진술서를 작성해 최재경 부장에게 보냈고, 며칠 뒤 최 부장으로부터 "감찰조사를 받고 적절한 징계를 감수하라"라는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의 지시를 전해들었다고 한다.

김 전 부장검사는 "다음 날 대검 감찰본부에 출석해서 감찰조사를 받았는데 이것을 알게 된 경찰이 온갖 유언비어성 내용을 각 언론사에 배포해 저를 천하에 몹쓸 놈으로 만들면서 경찰에서 먼저 수사 단서를 포착했으니 경찰에서 저를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라고 전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이에) 한상대 검찰총장은 검사가 경찰에서 조사받는 선례를 남기기 않고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특임검사를 임명하고 검사 13명을 차출해 저를 대상으로 먼지털이식 전방위 수사를 해서 중형을 받게 하라고 지시했다"라며 "(이러한 지시가) 검찰이 온갖 불법·부당한 행위를 하게 된 계기를 만들었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자신이 '10억 원대 뇌물 검사'로 찍히게 된 계기가 '제일저축은행 비리대출 사건' 수사였다고 주장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차장검사(2010년-2011년)로 근무할 때 제일저축은행의 거액 불법 대출을 확인하고 유동천 회장과 유병국 전무 등을 구속하자 유동천 회장이 이상득 전 의원 등에게 로비해 자신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뒷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김 전 부장검사는 "유동천 회장의 범죄사실 중에 이상득 의원 보좌관 등 측근에게 금품을 교부한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간접적인 정황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날 제일저축은행에서 일부 예금 인출 현상이 벌어지자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이 대검 대변인을 통해 '제일저축은행 전무 개인비리 차원의 수사였고, 제일저축은행 대출수사는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제일저축은행 수사를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라고 전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제가 그냥 총장의 개인 부탁인지 직무명령인지 확인해 달라고 하니 (총장의) 직무명령이라고 확인해줘서 그 명령(수사 중단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라며 "그 후로 청와대 민정팀에서 제 뒷조사를 계속 했고, 다음 인사 때 불이익을 받고 공정거래위 파견을 명령받아 사실상 수사권을 박탈당했다"라고 말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그 이후에도 청와대 민정팀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꾸준히 제 뒷조사를 했고, 그런 와중에 강태용에게 2억 원을 차용한 것이 제 계좌에서 확인되니 경찰청장에게 보고하고 범죄정보과, 지능수사대에서 저를 내사해 이 지경에 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MB정부 출범 직후 법무비서관 추천... 여자문제로 거절"

한편 김 전 부장검사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추천되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08년 2월 MB정권 출범시 저에게 '법무비서관에 추천되었으니 계좌 추적 등 정보제공 동의서를 제출하라'는 인수위 직원의 연락을 받았다"라며 "뒤이어 검증을 담당하게 된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사양한다'는 뜻을 전했다"라고 술회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검사라면 거의 전부가 맡고 싶은 직책이지만 저는 당시 부적절한 여자관계가 있어 양심상 도저히 그러한 직책을 맡을 수 없었고, 조만간 공직을 사퇴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자리를 맡을 수 없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그 후 박영준씨가 전화해 '재산검증은 필요없으니 바로 와서 합류해 일하면 된다'고 했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이것이 제가 표적사정의 대상이 된 이유라고 전해들었으나 확인은 불가능했다"라고 말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과 부산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차장검사 등을 지냈다.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 사건과 정윤재 청와대 의전비서관 뇌물수수 사건, 전군표 국세청장 뇌물수수 사건, 제일저축은행 대출비리 사건 등을 수사했고, 옷로비 특검과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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