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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일 화요일

끝내 막힌 ‘9일간의 호소’…국정원 ‘국민사찰’ 빗장 풀린다


등록 :2016-03-01 21:07수정 :2016-03-01 23:39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여·야·청에 비판 줄이어
과반 새누리, 테러방지법·선거구획정안 2일 처리
야당이 1일 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료를 최종 선언했다. 지난달 23일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자정을 넘겨 2일까지 이어졌다. 여야는 2일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을 처리해 62일 동안의 ‘선거구 부재’ 사태를 끝낼 예정이다.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테러방지법)의 경우, 야당은 반대표를 던지거나 아예 표결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의 찬성으로 통과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일 심야 의원총회를 열어 필리버스터를 끝내기로 최종 결론을 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본래 이날 오전 9시 필리버스터 종료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토론 시간을 더 늘렸고 저녁엔 의총을 열어 ‘마무리 전략’을 논의했다.
야당이 필리버스터에 마침표를 찍기로 한 데는, 총선을 고작 43일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법 처리를 계속 미루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판단한 김종인 대표 등 비상대책위의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이번 임시회가 종료되는 10일 이후엔 곧바로 본회의를 열어 테러방지법을 표결에 부쳐야 하는 현실적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필리버스터를 이어가자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김종인 대표와 박영선 비대위원 등이 필리버스터 중단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세세히 알리는 데 성공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입이 닳도록 지적한 문제점, 즉 국정원이 ‘테러위험인물’을 자의적으로 선정해 감청·금융거래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은 현실화됐다. 홍익표 더민주 의원은 “국정원이 당장 테러방지법을 동원해 권한을 남용하진 않을지 몰라도 1~2년쯤 지나면 그 폐해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20대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을 개정할 테니 이번 선거에서 밀어달라”고 유권자들에게 읍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치전문가들은 9일 동안 진행된 필리버스터가 야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야권 분열과 리더십 부재로 무기력하게 흩어져 있던 야당 지지자들을 모처럼 한가지 이슈에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비록 이런 흐름이 곧바로 투표 참여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여당의 실점에 의탁하지 않고 야당의 자체 역량에 의한 ‘포지티브 득점’을 모처럼 이뤄냈다는 평가다. 그러나 출구전략을 모색하며 토론을 마무리짓는 결정 과정이 일방적이어서 당 안팎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평론가 유창선씨는 “많은 국민들이 텔레비전·인터넷으로 필리버스터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토론을 진행하면서 무작정 선거법을 외면할 수 없는 야당의 고민을 토로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소통하며 이해를 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는 것 같은 모양새를 보였다”고 짚었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당내 소통도 부족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원내 지도부에 토론 종료를 ‘지시’, ‘통보’할 것이 아니라, 의총장에 가서 의원들을 위로하며 ‘책임은 내가 질 테니 필리버스터를 거둬달라’는 식으로 설득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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