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폐기물 목에 걸고 러시아로 떠난 팔당 큰고니
지난달 말 입체간판용 고무 폐기물 목에 건 모습 팔당서 관찰
입 벌리고 비행, 목 부어 호흡 지장 받는 듯…낚시대 걸린 흰비오리도
» 플라스틱 쓰레기를 목에 건 채 날고있는 큰고니. 목이 조여 숨이 가쁜지 입을 벌린 채 팔당호 부근을 날고 있다. 사진=김응성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남양주시 지회장
» 쓰레기는 사람의 손으로 제거해 주기 전에는 뺄 수 없게 목에 꼭 끼어 있다. 목 아래가 부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사진=김응성
» 이 큰고니가 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대부분 입을 열고 있어 목에 졸린 폐기물로 인한 호흡에 지장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김응성
» 팔당에서 월동하는 큰고니 무리. 사진=윤순영
» 얼어붙은 경안천에서 자리다툼을 하는 큰고니. 사진=윤순영
» 힘겹게 고향길을 향하는 큰고니. 사진=김응성
» 사진=김응성
» 흰비오리는 물속으로 잠수해 물고기를 잡아먹는 겨울 철새다. 그런데 이 새는 잠수하다 버려져 땅에 박혀 있는 낚시대의 낚시줄에 다리가 걸린 것 같았다. 물속으로 들어가지도 물위에 떠오르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물위를 맴돌고 있었다. 이 흰비오리는 체온 상실과 굶주림으로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윤순영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입 벌리고 비행, 목 부어 호흡 지장 받는 듯…낚시대 걸린 흰비오리도
목에 이상한 물체를 걸고 있는 큰고니가 발견됐다는 제보를 받았다. 김응성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남양주시 지회장이 팔당에서 2월25일 촬영한 큰고니였다.
큰고니의 목에 걸린 8자 모양의 물질을 자세히 살펴보니 간판을 만들 때 쓰이는 이른바 '고무 스카시' 같았다. 입체 간판을 만들 때 쓰는 글자 모양의 고무를 가리킨다.
이 간판 폐기물은 물에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큰고니가 먹이를 먹다가 목에 끼인 채로 점점 깊숙이 끼워진 것으로 보인다. 천연기념물인 희귀 철새가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서 먹이를 찾다가 이런 일을 당했을 것이다.
팔당에는 해마다 150여 마리의 큰고니가 찾아와 겨울을 나며 지류인 경안천을 오가며 먹이를 찾고 휴식을 취한다. 이번에 플라스틱 폐기물을 뒤집어 쓴 큰고니는 이미 번식지를 향해 북상해 팔당을 떠났다.
큰고니는 2월말이면 월동지를 떠나 3000㎞나 떨어진 머나먼 번식지로 돌아간다. 플라스틱 목걸이를 한 팔당의 큰고니는 아마 러시아 어딘가로 향해 이동중일 것이다. 쉽게 벗어날 수 없는 멍에를 목에 걸고….
팔당호 하류에서 팔당대교 사이의 수변공간에는 쓰레기가 여기저기 걸려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21일 이곳에서 흰비오리 한마리가 버려진 낚시대에 걸려 옴쭉달쭉 못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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