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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0일 토요일

‘강제출국’ 신은미 “마음만은 모국에서 강제퇴거시킬 수 없어”

등록 : 2015.01.10 18:25수정 : 2015.01.10 18:43
신은미씨가 8일 인터뷰에 응했다. 전날 새벽 3시까지 검찰 조사를 받아 무척 피곤한 인상이었고, 감기에 걸려 기침을 계속했다. 신씨는 길에서 누군가의 공격을 당할 우려가 있어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고 서울 지인의 집에 머무르고 있다고 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법무부로부터 강제퇴거 명령 받은 뒤 신씨
“사랑하는 사람한테 배신당한 심정” 소감밝혀
10일 오후 7시30분 출국 앞서 페이스북 성명
“대통령도 폭발물 테러 언급없이 ‘종북 낙인’”
“테러 피해자가 되레 가해자 신분 조사받아”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혐의로 기소유예된 재미동포 신은미(54·여)씨가 결국 강제퇴거 명령을 받았다.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10일 오후 3시13분께 종로구 안국동 이민특수조사대에서 신씨에 대해 1시30분가량 조사한 뒤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강제퇴거 처분을 받은 신씨는 향후 5년간 재입국이 금지된다.
신씨는 조사 직후 “사랑하는 사람한테 배신당한 심정이다. 저 혼자 짝사랑한 느낌”이라며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소감을 밝혔다. 그는 “몸은 오늘 모국을 나가지만 마음만은 사랑하는 모국에서 강제퇴거시킬 수 없다”며 “해외에서 동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국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겠다”고 말했다.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신씨는 이날 오후 7시50분 미국 로스앤젤레스(LA)행 항공편으로 출국하기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명을 내놨다.
지난 11월1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통일 토크콘서트’를 연 이후 이른바 ‘종북콘서트’ 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는 ‘출국성명’을 통해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첫 콘서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몇 종편 언론들이 마녀사냥식 종북몰이를 했다... 마침내 세뇌에 가까운 허위보도를 지켜 본 한 청년이 2014년 12월10일 ‘익산 강연장’에서 폭발문 테러까지 저지르게 되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일부 언론의 보도에 영향을 받은 고등학생 일베 회원인 오아무개(18)군이 강연장에 폭발물을 던져 2명이 다치고 2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한국에서 드문 폭발물 테러가 도심에서 발생한 것이다. 
신씨는 “그러나 대통령께서는 폭발물 테러에 관하여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종편 보도에 따라 ‘통일 토크콘서트’를 ‘종북콘서트’라고 명명하시며 낙인까지 찍으셨다. 저는 테러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3차례 출국정지, 가해자의 신분으로 경찰에서 3차례 30시간 동안, 검찰에서 한 차례 15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북한은 지상낙원이다’라고 말했다는 허위 보도에 대해서도 경찰이 ‘토크콘서트에서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했고, ‘북한 3대 세습을 찬양했다’는 허위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임이 조사에서 밝혀졌다”고 밝혔다. 신은미씨는 지난 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3대 세습 체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독재에 반대한다”고 답했고, “유엔이 통과시킨 북한인권결의안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인권을 향상시키는 법과 제도들은 무엇이든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신씨는 자신이 북한을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저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미 정부로부터 통일에 도움이 된다며 ‘우수도서’로 (지정했고), 통일부는 홍보를 위해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제 책과 강연 내용에 관한 검증을 다 해주었다. 공영방송인 KBS는 제가 북에서 찍어온 동영상을 다큐멘터리 제작에 사용하기도 했다”며 자신이 북한을 보고 기록한 내용들이 국가보안법에 위반된다면 자신의 저서를 소개한 정부나 언론들도 북한 찬양에 동참한 것이 된다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3년 신씨의 저서를 ‘우수도서’로 지정했으나, 최근 논란으로 인해 지난 7일 우수도서 목록에서 제외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앞서 신씨의 강제출국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지난 9일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신씨 관련 질문이 나오자 “한국이 대체로 인권증진과 인권보호를 위해 지속적으로 헌신해 왔다”면서 “(그러나) 국가보안법에 관해서는 일부 경우에서 보듯이 그 법이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 접근을 제한하고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씨가 지난 3주 동안 한국에서 출국정지되고 검찰이 강제출국을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해서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면서 “미 정부는 미국 시민을 (영사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신씨가 남긴 ‘출국성명’ 전문이다.
 
<출국성명>
지난 2014년 11월 19일, 서울 조계사에서 첫 ‘통일 토크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첫 콘서트 끝나기가 무섭게 몇 종편 언론들이 마녀사냥식 종북몰이로 ‘북한을 지상낙원이라 했다’, ‘북한 3대 세습을 찬양했다’, ‘11월 19일, 북한 인권 결의안이 통과된 날에 맞추워 콘서트를 연 저의가 뭔가’라는 등...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해 가며 ‘통일토크 콘서트’를 ‘종북콘서트’라고 허위, 왜곡보도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내려왔다’는 등 그 황당한 허위, 왜곡의 수위는 날로 더 높아만 갔습니다.
마침내 세뇌에 가까운 허위 보도를 지켜 본 한 청년이 2014년 12월 10일에 ‘익산 강연장’에서 폭발물테러까지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테러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 또한 허위보도한 한 종편의 ‘마녀사냥’의 결과물이며 그 청년 역시 희생자입니다.
그러나 대통령께서는 폭발물테러에 관하여서는 단 한 마디도 언급을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종편의 보도를 따라 ‘통일 토크 콘서트’를 ‘종북 콘서트’라고 명명하시며 낙인까지 찍으셨습니다.
저는 테러의 피해자 임에도 불구하고 3차례의 출국정지를 당해가며 꺼꾸로 가해자의 신분이 되어 3차례, 30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경찰에서 그리고 또 한차례 15시간에 걸쳐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사실 11월 19일의 토크 콘서트 내용에 관해서는 짧은 시간 안에 조사가 끝났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저의 책 그리고 미국에서의 활동에 대한 조사로 보냈습니다.
11월 19일의 콘서트는 2014년 8월달 부터 이미 계획이 되었으며, 콘서트 날자는 2014년, 11월 22일과 12월 5일에 한국에서 있을 저의 가족 행사에 맞춰 정해졌으며, 적어도 ‘통일 토크 콘서트’ 한 달 전 부터는 광고가 나간 상태였습니다. 그러니 ‘11월 19일, 북한 인권결의안 통과 날자에 맞춰 콘서트를 열었다’는 종편의 억지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뿐만아니라 ‘북한은 지상낙원이다’ 라고 한 허위 보도에 대해서도 경찰에서는 ‘토크 콘서트에서 그런 말 한 사실 없다’라고 조사에 대한 사실을 발표 했으며, ‘북한 3대 세습을 찬양했다’라는 허위 사실에 대해서도 사실 무근임이 조사 내내 잘 밝혀 졌습니다.
토크 콘서트에 관한 조사가 끝난 후, 장 시간 동안은 국가보안법에 해당되는 죄 몫을 찾기위해 저의 책인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와 몇 년에 걸쳐 수십 차례 동안 해 왔던 국내외의 강연 내용에 대한 심도높은 조사를 했습니다.
이미 정부(문화체육관광부)는 통일에 도움이 된다며 ‘우수문학 도서’로, 그리고 통일부는 홍보를 위해 다큐멘타리 제작으로 제 책과 강연 내용에 관한 검증을 다 해 주었고, 뿐만아니라 여러 TV방송을 포함한 많은 언론 매체들에서 책의 내용과 사진들, 저의 인터뷰가 지금의 북한을 아는데 도움이 된다며 이 점을 높이사 방영을 했습니다. 공영방송인 KBS는 제가 북에서 찍어온 동영상을 다큐멘타리 제작에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부를 비롯한 많은 TV, 언론매체들도 북한 찬양에 동참한 것이 됩니다.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는 모순된 이야기들로 저에게서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되는 죄몫을 찾으려 했습니다. 이러한 비상식적이며 비이성적인 상황에서 조사가 이루어 졌으니 당연히 저로부터 확실한 죄몫을 찾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마지막 조사 날에는 ‘출입국 관리법 위반’에 대한 수사를 했습니다. ‘외국인이 남의 나라에 관광으로 들어와 강연을 했다. 위법이다. 그리고 남의 나라에 들어오면서 그나라 출입국 관리 위반 지침서 정도는 한 번 살펴보고 와야하지 않나’등의 이유가 ‘출입국 관리법’을 위반한 죄목이 되었습니다.
800만 해외 동포들은 자신들의 모국에 들어오면서 단 한 번도 외국사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들어오지 않을 것입니다. 이곳, 대한민국이 남의 나라입니까. 내 부모, 형제, 친지, 친구들이 살아가고 있는 영원한 나의 고향입니다. 정말이지 한심하리 만큼 슬픈 질문들 이었습니다.
결국 검찰은 기소를 유예하고 법무부에 저의 강제출국을 요청하였습니다. 공공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저는 북한 여행 후, 민족애와 동포애가 생겼으며 민족의 화합과 평화적인 통일을 염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남과북의 동포들은 같은 언어, 역사를 공유함은 물론 같은 음식을 먹고, ‘아리랑’ 노래를 부르며 함께 눈물 흘리는, 오랜 세월 동안 변할래야 변할 수 없는 민족적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한민족이요, 한 형제요, 한 겨레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책에서나 강연에서나 ‘우리 남과 북의 동포들은 한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하루빨리 평화로운 통일을 이루어 가자’라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저는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는’ 우리 북녘동포들의 삶과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민족의 정서를 얘기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얘기들이 우리 모국의 공공안전과 이익에 해를 끼치는 일인지요.
통일의 대상은 저처럼 평범한 남과 북의 동포들입니다. 이들이 통일의 주인이며 대다수를 이루는 남과북의 대중인 것입니다. 제아무리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인 통일 방안을 훌륭하게 연구하고 계획을 세웠다 할지라도 통일의 대상인 저같은 평범한 국민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분단의 장벽을 허물지 못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이상적인 통일 방안도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하는 얘기 입니다.
강제출국을 당하는 저는 앞으로 5년간 입국이 금지된다고 합니다. 괜찮습니다. 비록 몸은 강제출국 당할지라도 모국을 향한 제 마음까지는 강제출국 시키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마치 ‘사막에서 물줄기를 찾아 헤메이는 것’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남북의 화합과 평화적인 통일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의 사랑하는 동포들, 그리고 어떠한 힘든 상황에서도 소망의 끈을 놓지않고 열심히 근면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내 모국의 동포들과 항상 함께 할 것입니다.
여러분! 제아무리 ‘힘센 악’도 ‘선함’을 이길 수 없고, 제아무리 강건하게 포장되어진 ‘옳바르지 않음’도 ‘옳음’을 범할 수 없습니다.
저도 늘 사랑하는 여러분을 생각하며 우리 모국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하며 애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신은미 올림
윤형중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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