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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7일 화요일

朴의 소통? 소통이라는 분칠을 한 먹통



소통은 없고 ‘소통 같은’ 소품만, 이런 연극 보는 게 스트레스
육근성 | 2015-01-27 12:33:38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박 대통령 취임 2년 동안 단 한 번도 국민과 소통하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 기껏해야 잘 짜여진 각본과 순서에 따라 가자들과 묻고 답하는 ‘문답 연극’을 보는 게 전부였다.

소통이 무엇인지 모르나?
국민에게 직접 해야 할 말을 청와대 비서관들 모아 놓고 하거나 참모들의 입을 빌어 단 몇 줄 읽어 주는 게 고작이다. ‘몇 마디 해줄 테니 주워듣던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그럴 때마다 ‘국민 취급도 못 받는 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에게 무시당하는 국민들의 서운함과 답답함을 조금이라고 헤아릴까.
그러면서도 툭하면 소통을 얘기한다. 놀랍게도 수석비서관들에게 왜 국민과 소통하지 않느냐고 호통 칠 때도 있다. 여야 간 왜 소통이 없냐고 목청을 높이기도 한다. 남의 ‘불통’은 보면서 자신의 ‘불통’은 보지 못하는 희한한 시각을 소유해서 인가, 아니면 애당초 소통이 무언지 몰라서 저러는 건가.
박 대통령이 또 소통 얘기를 끄집어냈다. 이번 경우는 이전과는 좀 다르다. ‘소품’까지 등장시켰다. ‘소통’이 도드라져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횟수도 잦다. 며칠째 연일 ‘소통’ 타령이다. 지난 26일 올해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많은 토론을 했지만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다”며 “토론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말했고, 회의에 참석한 네 명의 특보에게는 “국민의 소리를 다양하게 들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지지율 급락, ‘박심(朴心)’은 ‘똥값’
다양한 소품까지 동원했다. 먼저 티타임. 여태껏 있었던 수석비서관회의와는 달리 회의 시작 전 참석자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또 회의 장소도 바꿨다. 청와대 본관에서 진행해 오던 것을 청와대 비서진들이 근무하는 위민1관에서 주재했다. 좌석 배열도 신경을 썼다. 박 대통령 양 옆에 청와대 참모가 아닌 특보들이 자리를 잡았다. 회의가 끝난 뒤 늦게나마 A4 용지 2~3장 분량의 회의 내용을 기자들에게 공개하는 서비스도 곁들였다.
왜 갑자기 ‘소통 흉내 내기’에 열을 올리는 걸까. 추락하는 지지율 때문일 것이다. 국면전환과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며 감행했던 국무총리·청와대 인사개편에도 불구하고 추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26일 리얼미터가 조사(19~23일/전국 성인 2500명 대상)한 바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보다 5.3%포인트 하락한 34.1%로 나타났다. 이보다 지지율이 더 낮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지지율이 급락하자 친박 최측근 인사들도 ‘박심(朴心)’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지난 해 6.4지방선거 때만 해도 어떻게든 ‘박심’을 등에 업으려고 안달이더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주영 의원은 대표적 ‘박심’으로 통한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 출연해 “나는 중립”이라며 “계파를 가지고 정치를 해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박 대통령의 ‘호평’에 대해서도 “원내대표를 염두해 두고 한 말씀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자신을 향해 있는 ‘박심’이 경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계하는 발언이다.

소통은 없고 ‘소통 같은’ 소품만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2013년 원내대표 경선에서 최경환 후보는 “청와대로서도 바람이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자신이 ‘박심’을 업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과시한 바 있다. 그랬던 ‘박심’이 이번 경선에서는 부담스러운 짐이 돼 버린 것이다. ‘박심 마케팅’이 두 차례나 연거푸 실패하면서 ‘박심’ 기피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국회의장 선거에서 친박 황우여 의원이 비박 정의화 의원에게 졌고, 7.14 전당대회에서도 친박의 보스 서청원 의원이 비박 김무성 의원에게 대패했다. 여기에 최근 지지율 급락까지 겹치자 ‘박심’이 똥값이 되고만 것이다.
지지율이 급락하고 ‘박심’이 똥값이 되자 그 이유가 ‘불통’에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좌석 배열을 달리하고, 회의 장소를 바꾸고, 회의 전 티타임을 갖고, 회의 뒤에는 토론내용을 정리한 페이퍼를 배포하는 등의 ‘소통 연출’에 열을 올린다.
아무리 난리를 쳐도 국민 상식의 눈으로는 소통으로 보이지 않는다. 진정한 소통이 아니라 연출된 소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붙통에 소통이라는 분칠을 한다고 해서 불통이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 소통이 없는데 ‘소통 같은 소품’만 늘어놓는 딱 그 꼴이다.
소통은 ‘서로 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하기 위해서는 눈높이가 맞아야 하고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이해와 타협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예 먹통이다.

이런 연극 보는 게 스트레스다
최근 청와대 인사만 봐도 그렇다. 국민들은 청와대의 불통이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십상시 논란’과 관련해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며 ‘문고리 3인방’을 정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왜 내보내라고 하느냐’는 투로 반박하며 국민들을 핀잔 주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국민들은 당혹스럽다. 당연히 사퇴시킬 거라고 예상했던 김 실장과 ‘3인방’ 모두 유임됐다. 더욱이 김 실장은 최근 진행된 개각과 청와대 개편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청와대 인적 쇄신 대상 ‘1순위’인 사람이 인사개편을 진두지휘하며 개각까지 주무르다니. 사죄하며 물러가야 할 사람이 ‘청와대 쇄신’ 운운하며 설쳐댄다. 참 뻔뻔하다.
회의 장면을 공개하고 티타임 갖는 것을 보여주고, 기자들에게 페이퍼 몇 장 돌리는 걸 소통이라고 우긴다. 국민은 소통의 대상이지 구경꾼이 아니다. 국민 속에 들어와 국민과 마주해야 비로소 소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소통이라는 분칠을 한 먹통, 이런 연극 보는 게 스트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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