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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1일 일요일

미군 장성, '김정은 암살' 공개 언급

미군 장성, '김정은 암살' 공개 언급

[주간 프레시안 뷰] 오바마 행정부의 위험한 대북 인식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이 되는 2015년 벽두, 남과 북이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단행했습니다. 그것도 하와이에서 휴가 중인 오바마 대통령이 1월 2일 행정명령을 발동해서 말입니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에 대해 온갖 제재를 해왔기 때문에 추가 제재는 사실, 별 실효가 없습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적 태도를 강조하는 정도의 성과가 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5일 북한에 대해 또 다른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미국의 의도는 무엇이며, 올해 남북 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한국은 지난해 12월 29일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통준위와 북한 통일전선부가 상호 관심사에 대해 대화하자고 제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은 1일 신년사 에서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분별 회담도 할 수 있다"면서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이 남북 정상회담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당연히 한국에서는 연내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고, 정부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가서는 남북, 쐐기 박는 미국 

이런 마당에 미국은 대북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고, 추가 제재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의 제작사인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해킹이 북한 소행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증거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서둘러 북한을 해킹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등 미국의 행보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습니다. 이제까지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였던 '전략적 무시'가 북한에 대한 '노골적 적대'로 한 단계 더 악화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 소니픽처스의 컴퓨터가 '평화의 수호자들'(GOP, Guardians of Peace)에 의해 해킹 피해를 당한 장면
▲ 소니픽처스의 컴퓨터가 '평화의 수호자들'(GOP, Guardians of Peace)에 의해 해킹 피해를 당한 장면
 
 
우선, 소니에 대한 해킹이 북한 소행이라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결론에 대해 미국의 주류언론인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컴퓨터 전문가들이 의문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한 컴퓨터 보안전문가는 "단 2주일의 조사만으로 북한을 해킹 주범으로 단정하고 전쟁 행위에 준하는 행동에 돌입하는 것은 위험하며 문제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니에 대한 대규모 해킹은 지난해 12월 1일 발생했고, 이틀 후 수사에 돌입한 FBI는 12월 19일 북한이 범인이라고 밝혔습니다. 뒤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비례적 보복'을 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그리고 12월 23일 북한 컴퓨터 네트워크가 전면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FBI는 북한이 해킹 주범이라는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구체적 증거를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의 정보 수집 방법 및 내용은 기밀’이라는 상투적인 이유로 비켜갔습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 데이비드 생거 기자는 1월 3일 자 기사에서 컴퓨터 보안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오랜 적인 북한을 악마화하려는 미 정보기관들에 의해 오도되고 있으며, 자신의 흔적을 좀체 남기지 않는 진짜 해커들에 농락당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객관적인 증거가 아니라, 북한에 대한 적개심으로 성급한 결론에 이르렀다는 얘깁니다. 

'북한 붕괴 위해서는 김정은 암살이 유일한 방법' 

중요한 것은 미 고위 관리 및 군사지도자들이 북한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거리낌 없이 표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해 6월 26일 소니의 마이클 린튼 사장이 <인터뷰> 제작이 "미국의 안보 및 미북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된다"고 이메일 질의를 한 데 대해 다니엘 러셀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은 이 영화가 나오든 안 나오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짓은 뭐든지 할 것"이라며 "문제없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노틸러스연구소의 피터 헤이스 소장은 러셀 차관보의 발언에 대해 '사려 깊지 못한 조언'이라며 이는 북핵 문제를 방치하겠다는 오마바 정부의 태도를 반영한다고 지적합니다.  

▲ 영화 <인터뷰>의 한 장면. 북한으로 김정은 인터뷰를 위해 들어간 주인공(왼쪽)이 김정은과 함께 북한 탱크에 탑승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터뷰> 공식 예고편 갈무리
▲ 영화 <인터뷰>의 한 장면. 북한으로 김정은 인터뷰를 위해 들어간 주인공(왼쪽)이 김정은과 함께 북한 탱크에 탑승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터뷰> 공식 예고편 갈무리  
 
 
이뿐만이 아닙니다. 헤이스 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4일 미 전략사령부 주최로 열린 '억제력 관련 세미나'에서 존 맥도날드 육군 예비역 중장은 향후 3년간 북한의 대한 전략사령부의 대응 전략의 하나로 '김정은 암살'을 공개적으로 거론했습니다.  


최근 퇴역한 맥도날드 중장은 한미연합사령부에서 근무했던 인물입니다. 그런 인물이 미국 최고위 군사전략집단인 전략사령부에서 '김정은 암살'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헤이스 소장은 미 전략사령부의 공식 웹사이트(www.stratcom.mil)는 북한이 매일 체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 고위 장성이 공개적으로 '김정은 암살'을 거론했다는 것은 미국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음을 말해줍니다. 미국의 정책 목표는 김정은 정권의 제거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지난 2010년 미국이 발표한 핵무기 독트린에 따르면 북한은 미 핵 선제 타격의 대상 국가입니다. 그러니 북한으로서는 이런 발언에 대해 극도의 공포와 불안을 느끼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김정은 암살을 거론한 인물은 맥도날드 장군뿐만이 아닙니다.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연구원도 지난해 6월 마이클 린튼 소니 사장에게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서는 '김정은 암살'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베넷을 또한 북한 내 주민 봉기를 위해 <인터뷰> DVD를 북한에 뿌리는 방법도 제안했다고 합니다. 린튼 사장은 오바마 정부의 한 고위 관리도 베넷과 같은 의견을 표명했다고 단언했습니다. 하지만 국무부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논평을 회피했다고 하는군요. 


헤이스 소장은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인터뷰>와 같은 허구의 상업영화가 아니라 맥도날드 장군이 '김정일 암살' 발언이 담긴 전략사령부 동영상 등 실제 미 정치군사지도자들의 북한에 대한 태도라고 지적합니다.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칠지도 모를 북핵 능력의 증대를 막기 위한 일관되고 포괄적인 전략이 없다는 비판입니다. 그는 이어 현재와 같은 미국의 정책결정 방식은 과연 미국이 한반도 및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킬 능력, 또는 의도를 갖고 있는지와 관련해 동아시아 국가들의 불신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북한과의 건설적인 개입(engagement)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및 동아시아의 평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를, 북한 문제로 중국을 고립시켜 

하지만 오바마 정부가 헤이스 소장의 조언을 따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입니다. 그보다는 왜 오바마 정부는 이처럼 무책임하고 위험한 대북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지 배경을 따져봐야 합니다. 지난해 말 발표된 대(代)쿠바 관계 정상화 및 이란과의 핵 협상 계속에 대한 국내 보수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북한 '무시'에서 '적대시'로의 전환은 단순히 국내정치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정치분석가 노만 폴락은 오바마 정부가 북한 문제를 빌미로 중국을 봉쇄, 고립, 무력화시키려는 지구적 차원의 지정학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럽과 러시아의 상호 연계를 차단하고 유럽을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묶어두는 한편 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북핵 문제는 동아시아의 통합을 방해하고 환태평양무역협정(TPP) 등을 통해 중국을 고립시키는 한편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지요. 

폴락은 그러나 미국의 베트남 지상군 파병의 빌미가 된 1964년의 통킹만 사건, 2003년 이라크 침공의 명분이었던 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 보유 등을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지적합니다. 이번 해킹 소동도 미국 정보기관의 자의적 해석에 의한 북한 악마화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하지만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이 '무시'에서 '적대시'로 옮겨진 것이 확실하다면, 앞으로 북핵문제 해결은커녕 한반도가 커다란 격랑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국제/생태/세월호 등으로 나눠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이 맡고 있습니다. 생태와 세월호는 각각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원장이 격주로 진행합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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