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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6일 금요일

해빙된 남북한 관계를 위하여


<기고> 김광수 인제학교 통일학부 겸임교수
김광수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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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16  14: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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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 정치학(북한정치)박사·인제학교 통일학부 겸임교수
 
민족주의적 관점 VS 국가주의적 관점이라는 대결이 끝나고, 서로 조금씩 통섭되어야 한다(주1)

대한민국 국민들은 갑오년(2014) 내내 대한민국 국민으로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가 부끄러운 한 해였다. 사회적으로는 천민 자본주의(pariah capitalism)의 상징인 ‘甲’질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담론적으로는 세월호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 내내 ‘국가는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이 있었다. 또한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적 해산’은 정치적으로 ‘한국적 민주주의’를 걱정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한국적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많은 참 지성인들은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결과로 정치적 독재체제는 극복했지만, 분단체제를 극복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진단했다. 그러한 인식의 바탕에 진보·개혁세력과 야권은 민중항쟁을 통해 얻어낸 정치적 자유에 안주한 나머지 분단체제에 기생하고 있었던 수구·보수세력의 반격에 무감각했고(합법적 운동에 취하였고), 이후 IMF체제, 신자유주의체제의 세기적 현상, 수구·보수 세력의 ‘잃어버린 세월 10년’이 갖는 정치적 함의의 간과 등이 결국에는 박근혜 정부를 등장시켰고, 이 세력들의 이념적 지향이 ‘종북반공주의’, ‘신(新)유신시대’라는 좌표를 형성하고 한국사회는 퇴행적 민주주의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정세인식이 있다. 좀 더 엄밀하게는 한국사회성격이 ‘분단체제에 기생한 한국적 민주주의’에서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다는 사회구성체적 분석법이 있다.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았지만 여전히 이 세 질문은 현재진행형으로 작동하고 있다. 다만, 희망적인 것은 올해 남북한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는데 있다. 그리고 위 근거를 합리적으로 추론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사실에 주목하면서 한반도정세를 주체적 시각으로 분석해야 한다. 우선은 북-미관계가 북핵 문제해결의 장기화에 따른 미 행정부의 임계점 도달과 미 국민들의 피로도, 공화당의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대북정책 견제 등은 오바마 행정부로 하여금 두 개의 플랜을 작동시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는 사실에 착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할 때 첫 번째 플랜이 쿠바와의 국교정상화이고, 그 두 번째 플랜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국제화(세계화)시키는 것으로 미국의 의도가 보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첫 번째 플랜과 두 번째 플랜이 상호보완적이지 않고 대립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인데,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반드시(아니, 필연적으로·inevitably)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다름 아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4년 12월 18일(한국시각)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봉쇄정책이) 쿠바의 민주화와 번영을 달성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오히려 미국이 중남미를 비롯한 쿠바의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인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인식은 쿠바와의 외교적 관계정상화가 가능하다면 그 쿠바를 통해(입구로 해서) 쿠바와 함께 중남미의 반미노선을 주도하던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과도 관계 개선이 가능하겠다는(출구로 나오는) 외교적 계산법으로 확장된다. 즉 쿠바를 통해 중남미에서의 미국의 외교적 포지션이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외교적 찬스를 마련하였다는 인식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반면, 북-미관계는 쿠바와 미국과의 대립과 갈등이라는 외교적 대척점과는 좀 다른 양상으로 얽혀있다. 이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북-미관계가 북핵 문제해결의 장기화에 따른 미 행정부의 임계점 도달과 미 국민들의 피로도, 공화당의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대북정책 견제 등의 요인으로 북-미관계가 꼬여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좀 더 정치적으로 좁혀서 접근해보면 북-미관계가 이렇게 ‘관계정상화’라는 외교적 성과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주된 원인이 오바마 행정부의 정치적 무능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명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라 표현되어지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그것이다. 여기에다 외교적 레토릭(rhetoric)으로는 중국과의 관계가 2005년 이후부터는 미 행정부가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가 복합성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관여'를 전제로 한 헤징(Hedging)전략을 공식화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미국의 속내는 '전략적 경쟁자'로 중국을 인식하면서 '견제'를 위주로 한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그 대중(對中정)책의 본질이라는 사실이다.
이래놓고 봤을 때 현상적으로는 지금도-2015년 1월 현재의 시점을 지나고 있는-미‧중관계가 그 어느 국가도 부인 못하는 G2(국가)체제라고 명명할 수는 있겠으나, 또 미국이 외형상으로는 오바마 행정부 2기가 ‘아시아 재균형(pivot to Asia)’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그 본질이 중국의 대국굴기(大國堀起) 저지, 일본의 보통국가화 허용, 중동 우선해결외교, 한반도 군사적 긴장유지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시각으로 볼 때는 그 관계의 본질이 중국에 대해서는 "전략적 협력"이 주가 되는 관계로 인식되기보다는 미국은 본질적으로 중국을 여전히 "전략적 경쟁"관계로 보는 것이 맞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 첫째는 미국은 중국을 절대 G2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하여 중국의 대국굴기를 봉쇄하기 위해 착시(위장·僞裝)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고조가 필요하고, 이 핵심에 북핵 위협론이 있고, 이 북핵 위협론을 통해 중국을 봉쇄할 수 있는 명분을 틀어쥠과 동시에, 중국과 북한이 전통적 혈맹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끔 하는 이간책(離間策)이 되는 것이다(일타쌍피).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두 번째 전략은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을 완성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도 북핵 위협론이 해소되어서는 안 된다. 이유는 이 명분으로 세 개의 손가락 모두(한-미-일)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에 중국을 겨냥한 MD체제를 구축하고 아울러 표류하고 있는 미 군산복합체의 이익이 한국의 안보시장에서 100% 관철되기 때문이다. 일명 부처님의 유명한 가르침인 표월지(標月指) 전략. 즉 “달을 보라는데 손가락을 보네”가 정책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렇듯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반도에서의 북핵문제는 해결되어서는 안 되는 ‘트러블메이커(troublemaker)’로 자리매김 되어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중국도 견제하고, (제국주의적) 힘을 잃어가는 동북아에서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꾸며온 전략인 한-미-일 삼각군사동맹도 완성하고, 자국의 군산복합체 생명줄을 이어나갈 수 있는 최대 무기시장으로서의 한반도가 유지되는 일타삼피(一打三被)의 이익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연장선상에서 북한과 미국은 쿠바와는 다른 길(관계정상화가 아닌), 역대 여느 정권보다 최악의 상태로 그 외교관계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도 남북한 관계가 북-미관계와는 정반대의 길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주체적 정세인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박근혜 정부가 처해진 정권적 토대를 이해해야 하고, 다음으로는 진정으로 남북한 관계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넘어서야 할 외교적 벽인 미국의 전략적 인내정책을 이겨낼 수 있는 박근혜 정부의 상대적 독자외교 전략이 가능한가의 문제가 보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이 문제를 바라볼 때 그 결론은 아쉽게도 집권 3년차를 맞이한 박근혜 정부의 정권적 토대는 남북한 관계를 개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미국의 전략적 인내정책을 뛰어 넘기에는 전략적 상상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는 사실적 인식에 도달하게 된다.
왜인가? 한반도에서의 통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유일 축으로 하는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조금이나마 일탈하여야만 하는데, 박근혜 정부가 역대 정부가 그러하였듯이 한-미동맹이라는 축에 포섭되어 통일문제를 접근할 경우 남북한 간의 그 어떤 협정도, 선언도, 협약 등도 제도화, 공고화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이와 관련하여서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10.4선언 등이 증명해주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관계에 있어서 일말의 기대를 갖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2015년 들어서면서 취한 남북한 관계 개선의지와 함께, 집권 3년차를 맞이한 박근혜 정부의 정권적 토대-남한의 밝은 미래가 ‘한반도경제론’적 관점에서만 접근할 때 그 경제출구전략이 유일무이하고, 이 한반도경제론만이 박근혜 정부의 핵심공약(경제 활성화, 일자리창출, 통일 대박론 등)을 현실화시켜 줄 수 있기 때문-,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육성으로 밝힌 신년사 내용 중 ‘최고위급 회담’ 제안, 그리고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려 하여서는 안 된다”는 발언 등이 그 희망의 증거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먼저 박근혜 정부가 통일문제에 있어 한-미동맹적 관점에서 일탈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서의 정치·안보적 패러독스(paradox)가 왜 발생하는가를 살펴 볼 때,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남북한 관계가 북-미관계와 함께 항상 선순환해야 한다는 한-미동맹적 통상관념을 벗어나는, 즉 엇박자가 발생하는 이상(異常)정세가 형성된다는 것일 텐데, 그 요인 첫째가 박근혜정부의 (최)고위급회담 제안과 남북한 관계개선 의지를, 이에 대해 북한은 2015년 신년사를 통해 최고위급회담이 가능하다로 화답하면서 만들어진 기대 때문이다.
그 기대는 이렇게 나타난다. 박근혜 정부가 북-미관계와는 역행하는 남북한 관계에 순항의 돛을 띄울 수밖에 없는, 그리고 과연 북한에 그러한 러브 애드벌룬(Love adballoon)을 띄울 수 있는 배짱이 박근혜 정부에게 있을까? 하는 물음, 이에 대한 결론은 이미 이 글 여러 곳에서 ‘한계’라는 복선을 깔아놓은 데서 확인은 될 수 있으나,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러브 애드벌룬을 띄울 수 있겠다는 희망은 한-미동맹이라는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민족우선의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조금이나마 이동할 수 있겠다는 상황적 요인 때문이다.
그 상황적 요인은 다름 아닌, 본질적으로야 박근혜 정부가 한-미동맹이라는 국가주의적 관점을 견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그 한계가 명확하다는 사실이 간과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래도 박근혜 정부가 북한을 향해 러브 애드벌룬을 띄울 수밖에 없는 그 이유가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박근혜 정부에게 통일문제에서 그 어떤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성이 있다는 가설을 포기할 수 없어서이다.
그리고 그 가설은 박근혜 정부가 국가적으로는 제2의 IMF위기에 직면하고 있고, 계층적으로는 중산층의 붕괴가 시작되고, 정치적으로는 청와대 내부권력암투에서 확인받듯이 이미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상태를 벗어난 권력누수현상이 심각하며, 이념적으로는 종북반공주의와 신유신시대의 결과인 통합진보당의 ‘헌법적 해산’이 일시적으로는 샴페인 축배를 들게는 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민주주의 위기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 등이 박근혜 정부로 하여금 새로운 출구전략이 필요함을 강제하고 있다는 인식으로 연결된다.
이 인식의 연결은 바로 그 새로운 출구가 유일하게 남북한 관계의 개선이고, 그 종착지가 최고위급회담, 즉 남북한 정상회담을 통한 정권안정만이 집권 3년차를 맞이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정책적 선택지이기 때문으로 귀착된다.
또 다른 측면에서 한반도 문제, 즉 통일문제에 대한 박근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미국의 전략적 인내정책을 띄어 넘을 수 있는가의 문제일 것인데, 이 역시 박근혜 정부가 국가주의적 관점이 지배하고 있는 한-미동맹이라는 축으로 고정된 미국의 ‘전략적 인내’를 넘어설 수 있느냐 하는 것이고, 통일문제를 조금이나마 전진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의 그 전략적 인내정책을 넘어서야 한다는 절박한 요구를 시대적 사명으로 수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묻고 싶은 진짜 문제는 이 시대적 사명-남북한 관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이 박근혜 정부로 하여금 미국의 그 전략적 인내정책이 미국의 대북정책이지 대한민국의 대북정책이 될 수는 없다는 외교적 인식을 분명히 하는 것인데, 과연 박근혜 정부 하에서 그러한 외교적 인식의 시각 체인지(change)가 실제 일어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안타까움이다.
어쨌든 이렇게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여 외교정책으로 입안된 미국의 대북전략을 왜 대한민국 정부가 그대로 수용해야 한단 말인가? 하는 물음은 또 다른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에게 던진 현재진행형 물음이다. 여기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전작권, 한-미동맹 등 미국과의 외교관계에 있어서 미국을 무시할 수 없는 동맹적 요인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그렇다하더라도 우리 대한민국이 미국 그 자체(Nation)이지는 아니지 않는가?
특히, 남북한은 1991년부터 이미 UN에 의해 국가 대 국가의 관계이기도 하지만, 동년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에서도 남북한의 관계를“통일과정의 잠정적 특수 관계”로 규정하고 있는데서 확인받듯이 민족 대 민족의 관계로 정립된 이중적 국가관계임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래야만 남북한에게는 한-미동맹에 의존해서만 풀 수 없는 남북한의 민족주의적 문제가 있는 것이고, 그 연장선상에서 백번 양보하여 남북한의 문제를 국가주의적 관점으로 접근한다하더라도 한-미동맹과 함께, 남-북동맹도 가능하다는 인식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늘 해방이후 대한민국의 정부는 한-미동맹만을 유일동맹으로 고정시켜 놓고 여기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자폐증 외교전략’로 전락되어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에 종속되어 미국보다 단 반 발짝도 앞서나가지 못했던 것이다(짧은 반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넘어서려는 시도가 있지 않았냐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이 또한 엄밀하게 말하자면 ‘튼튼한 안보’, ‘한-미동맹’에 기초한 남북한 화해·교류정책이었다.).
하여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전략적 인내라는 치마폭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 더 나아가 한-미동맹이라는 외교안보적 동맹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집권 3년차에 맞이한 정권의 토대, 그리고 집권기간 동안 유일하게 선거(총선)가 없는 시기로 인해 조성된 남북정상회담의 골든타임이라 하더라도, 여기에다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신년사에서 직접 ‘최고위급회담’을 언급했다하더라도 앞선 이러한 조건들이 없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어떤 회담이 열린다 하더라도) 그 ‘실효적’성 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 한 예로 남북한 정상회담을 통해 제 아무리 유의미한 합의문을 내온다 하더라도 북한이 좀 더 국가주의적 관점으로 이동하지 않고, 남한이 좀 더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이동하지 않는 한 그 합의는 사상누각이요 바벨탑과 같은 ‘허약’합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허약’한 합의문의 극복을 어떻게 내 올 것인가? 6·15 남북공동선언의 합의조항 중 제1조항인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에서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 박근혜 정부가 제1조항에 나와 있는 ‘우리 민족끼리’가 갖는 함의를 ‘잘’ 해석하지 못한다면 남북의 통일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한-미동맹의 덫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고,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좀 더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이동하면서 한-미동맹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고위급 회담, 남북정상회담 등 각종 회담에서 ‘실효적’ 성과를 낼 수 있고, 한-미동맹의 덫에 의해 좌초되지 않는다.
바로 이 연장선상에서 역대 남북한 정권의 통일문제에 대한 접근방법론을 살펴 볼 때 다음과 같은 패턴이 발견된다. 대체적으로 남한은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통일문제에 접근했고, 반면 북한은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통일문제를 접근하는 경향인데, 이에 대해서는 이 글 전체가 그러한 맥락에서 쓰여 졌음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접근법의 핵심 포인트는 북한은 6·15공동선언에서도 통일과정의 기본원칙으로 ‘우리 민족끼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민족주의적 관점 우선의 원칙을 내세우고, 남한은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전통적인 혈맹관계인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중시하는 한-미동맹 절대주의에로의 인식적 함몰이다.
즉 남북한의 이러한 상이한 통일문제 해결의 접근법 그 시발은 남북한이 UN에 1991년 동시 가입하였고, 이어 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한의 관계를“통일과정의 잠정적 특수 관계”로 규정되는 이중적인 대상국가로 존재하고 있음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특수현상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남한과 북한은 똑같이 서로에게 통일의 동반자 관계이면서도 적국으로서 격멸해야 할 대상국가로 존재하고 있는 이중적 성격규정의 국가들이라는 사실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통일정책, 국가정책의 상이성은 필연적이고, 이에 대해 남북한 공히 통일문제를 조금 더 앞으로 전진시키기 위해서는 남과 북은 서로의 접근관점을 조금씩 반대편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남한은 민족주의적 관점 쪽으로, 북한은 국가주의적 관점 쪽으로 말이다.
이렇게 조끔씩 반대편으로 이동된 관점에서 보게 될 때, 남과 북은 서로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고 선의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보다 더 진정성 있게 되고, 그렇게 북한을 들여다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 체제에서의 최대 과제는 4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바, 첫째는 김정은 체제의 안정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매우 빠르게 ‘핵·경제’ 병진노선을 통해 확립되었다. 둘째는 인민생활 향상이다. 자립경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특구전략을 통한 외자유치, 6자회담 관련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경제 활성화로 매진 중에 있다.
셋째는 자주외교노선의 견지인데, 이 핵심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6자회담 관련국들과의 관계개선을 내옴과 동시에, 다자외교를 통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이 성과는 2015년 5월에 북-러 정상회담으로 나타날 것이다). 넷째는 남북한 관계의 안정적 관리이다. 이를 위해 북-미간에는 정치군사적 접근으로, 남북한 간에는 교류·협력적 접근을 동시적으로 진행하면서 일괄타결의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위 네 가지 북한의 고민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반대편으로 이동된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좀 더 천착해서 이해하고 북한의 그러한 전략적 선택을 선의적으로 해석하여 작금의 북한의 노크에 귀 기울인다면 다음과 같은 결론도 가능하다.
그 첫째는 북한은 지금 남한 박근혜 정부에게 체제통합 ‘흡수통일’이라는 국가주의적 관점보다 공동번영이라는 민족주의적 관점 ‘연방제통일’에서 접근해 주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즉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내 놓은 각종 통일정책들, 동북아 평화 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독일 드레스덴 선언, 통일대박론 등이 체제통합이라는 흡수통일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내려놓지 않는다. 이 의구심이 걷어지지 않는 한 북한은 박근혜 정부가 그 어떠한 통일정책, 제 아무리 아름다운 통일정책을 내 놓는다 하더라도 ‘사다리 걷어차기’가 될 것이다.
아, 여기서 잠깐 살펴볼 것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2015년 올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육성 신년사에서 기간 신년사(김일성·김정일, 그리고 지난 2년간 본인 신년사 포함)에 없던 문장구조, 즉 패턴이 도입된 것이다. 즉 역대 신년사에서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던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려 하여서는 언제 가도 조국통일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대결과 전쟁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거나 “우리는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 제도가 가장 우월하지만 결코 그것을 남조선에 강요하지 않으며 강요한 적도 없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신년사가 북한사회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로 봤을 때 향후 북한의 통일전선기조가 남한 체제의 전복을 목표로 하는 공세형-조선노동당 규약 서문 중 ‘조선노동당의 당면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다’는 조목이 있는데, 이는 북한이 남한을 적화통일하겠다는 의도가 있음을 내포하는 근거로 자주 활용돼 왔음-에서 자신들의 체제와 남한의 체제가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가 아닌, 체제를 상호인정하면서 공리·공영하는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연방형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의 제도를 남에게 강요하지 않을 터이니 남도 북에 대한 제도통일 의도를 포기하라’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 내용이 새삼 눈길에 들어오는 이유도 그렇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올해의 정세에 대한 성격규정을 ‘10월(10월 10일 당 창건일)의 대축전장’, 즉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혁명적 대경사’로 맞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각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북한을 인식할 때 오는 10월에 35년 만에 조선노동당 제7차 당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짐을 예측할 수 있고, 바로 그 예측을 바탕으로 통일문제와 관련한 조선노동당 규약서문이 공세형에서 연방형으로 수정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착목한다면, 박근혜 정부는 선제적으로 북한에게 그 ‘어떤’ 대북정책을 내놓을지가 가능하게 되고 그렇게만 된다면 그 ‘어떤’ 대북정책이 통일문제와 관련한 조선노동당 규약서문을 공세형에서 연방형으로 바꾸는데 기여하는 좋은 정책적 수단이 되는, 통일문제 해결을 한 차원 더 버전-업(version up)시킬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간다면 오는 10월 10일은 김일성·김정일시대에 이은 김정은시대를 선포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기대가 한껏 된다) 이 가능성을 분단70년·광복70년이라는 상징성과 연결하여 사고한다면 일괄 타결하는 통일문제 해법도 가능하다.
이렇듯 위에서 언급된 모든 가설과 추론은 통일문제가 2015년에는 좀 더 잘 풀릴 것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으로 연결되고 있다. 하여 이렇게 모처럼 마련된 통일문제 해결의 기운이 좀 더 획기적으로 풀어지기 위해서는 남북한 공히 기간 통일문제 접근법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두 국가의 최고 통치자들이 좀 더 전향적으로 통일문제를 풀겠다는 생각을 해내어 분단극복 접근법의 좌표를 조금씩 상대진영 쪽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전략적 지혜를 짜낸다면 2015년 을미년 올해 한 해가 통일문제 해결에 획기적인(결정적인) 전환이 일어날 수 있는 해로 기억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꼭 그러한 한 해로 기억되기 위해 필자는 다시 한번 박근혜 정부에게 북한이 참으로 오랜만에 선보인 ‘아름다운’노크(knowck)에 대해 선의(善意)로 수용하겠다는 열린 자세로 남북한 관계를 해빙하여야 됨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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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통상적인 개념으로 국가주의를 얘기할 때는 다음과 같이 정의될 수 있다. “국가를 가장 우선적인 조직체로 규정하고 국가권력에 사회생활의 전 영역에 걸친 광범위한 통제력을 부여하는 사상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통하는 의미에서의 국가주의는 “국가를 가장 우월한 것으로 여기며 개개인보다 국가를 우선시하는 사상을 의미한다. '국가가 있어야 국민이 있다',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등과 같은 문장으로 표현되어진다. 그 결과 극단적으로는 국가를 가장 우월한 조직체로 여긴다는 점에서 전체주의, 파시즘과 매우 잘 통하며 권위주의와도 어느 정도 통하는 편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통일문제와 관련한 남한의 국가주의적 관점이라 함은 통일문제를 민족끼리 힘을 합쳐 해결하려는 자세보다는 동맹국의 힘을 빌려, 특히 한·미동맹적 관점에서 해결하려 한다는 개념정의로 귀착된다. 좀 더 단순화시키면 민족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체제문제로 접근한다고도 할 수 있다. 반면, 민족주의(民族主義)는 “민족(ethnic group)에 대해 갖는 소속감이나 애착심, 그리고 그것을 강조하려는 생각이나 정치적 운동”을 말하는데, 이를 통일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민족주의적 관점이라 함은 민족절대주의를 일컫고 그 연장선상에서 통일은 “전국적 범위에서의 자주권 확보와 민족의 자주성 회복”이라는 북한적 정의에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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