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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1일 수요일

인혁당재건위 피해자 이창복씨..."이해 못 할 수사"

"과거사 수임수사, 끝까지 피해자 돌본 게 유죄?"

15.01.22 10:26l최종 업데이트 15.01.22 10:26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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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 이창복 씨(자료사진).
ⓒ 유성호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과거사 관련 국가위원회 활동을 통해 억울한 진상을 밝힌 변호사가 다시 재심과 국가배상소송을 맡은 게 위법일 수 있다는 설명에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자 이창복씨는 "그게 정말 죄가 되느냐"라고 되물었다. 

이씨는 지난 1974년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인민혁명당 재건을 꾀한 혐의를 덮어쓰고 법원에서 징역 15년을 확정받았다. 8명의 사형수들은 '사법살인'으로 사라져갔고, 이씨는 1982년 3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됐지만 국가의 배상은커녕 명예회복조차도 요원한 일이었다. 

국가가 이 사건 조작 진상을 밝힌 건 2002년 9월, 사건 조작 28년 만이다. 이는 유가협(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이 422일 농성한 뒤에 겨우 얻어낼 수 있었던 대통령 소속 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 활동을 통해서였다. 

이씨는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의문사위원회 시작 전부터 지금은 작고하신 이돈명 변호사님과 함께 김형태 변호사님이 천주교인권위원회 소속으로 우리의 억울한 상황에 관심을 갖고 함께해주셨다"라고 회고했다. 

검찰의 칼날이 향하고 있는 몇 명의 변호사 중에 그 김 변호사가 있다. 김 변호사는 2000년 9월 출범한 의문사위원회 상임위원을 맡았다가 2002년 1월 사임했다. 같은해 3월 의문사위는 장석구씨 의문사사건을 조사개시 결정했는데, 검찰은 김 변호사가 의문사위에서 이 사건을 다뤘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시적이지만 공무원 신분인 의문사위원으로서 맡았던 사건을 변호사로서 수임한 건 변호사법 31조 위반이라는 게 검찰 시각이다. 그러나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인 이씨에겐 이같은 기준이 더 이상하다. 

"1% 수임료, 기울인 노력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냐"

이씨는 "김 변호사님이 우리를 위해서 오래 전부터 일해온 것도 세상이 다 알고 있었고, 의문사진상규명위원이 된 것도 다 알았고, 재심소송·국가배상소송도 김 변호사님이 맡은 걸 세상이 다 알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왜 처벌하려는 것이냐"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도 소용 없었다. "우리의 억울함을 가장 잘 알고 오랫동안 함께해온 변호사님이 우리 소송을 하는 게 당연하지, 그 일을 대신할 사람은 없었다"라는 반응이다. 

소송가액 366억 원의 인혁당사건 국가배상소송을 맡은 만큼 수임료도 거액일 것이라는 추측에 대해 이씨는 "수임료는 배상금의 단 1%로 약정했다, 김 변호사님이 기울인 노력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배상금의 10%는 공익재단을 만들기로 해서 4·9통일평화재단이 지금까지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라면서 "김 변호사님이 제안한 건데 우리들이 다 동의해서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처음부터 우리들을 돌봐주고 명예를 회복시켜줬고 국가배상까지,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끝까지 노력한 사람을 국가가 처벌한다는 건데…, 사건을 조작해 사법살인을 하고 고문을 해서 죽게 한 국가가 반성을 해야지, 이렇게 하는 건 뭔지 모르겠다"라면서 "이제 와서 보복을 하겠다는 말이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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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와 장준하특별법제정시민행동등 과거사피해단체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과거사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수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이희훈

"공직정보 이용한 수임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돕는 것"

1979년 노조원 170여 명과 함께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신민당사 점거농성을 하던 김경숙씨가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추락사했지만, 정부가 투신자살로 둔갑시킨 사건이 있었다. 이 'YH무역사건' 당시 노조지부장이었던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도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결정과 재심을 거쳐 국가배상을 받았다. 

최 전 의원은 "과거사 사건은 일반적인 형사·민사사건처럼 수임제한규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비난할 수 없다고 본다"라면서 "공직 때 얻은 정보를 활용해 수임하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나서서 도와준 변호사가 끝까지 돕는 것이다, 고생할 땐 보수도 못 주고 도움만 받았는데 재심과 배상소송도 같은 변호사에게 의뢰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은 "변호사법 위반 수사 관련 보도를 봤는데, 검찰이 대체 왜 이 수사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면서 "결국 민변 변호사들이 돈을 위해 과거사 사건을 수임했고,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이 돈이나 받으려고 국가배상을 청구한 것처럼 만들어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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