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백겸 기자 kbg@vop.co.kr
- 발행 2025-08-14 18:29:08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가 있던 13일 출입 기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당혹감이 묻은 기자들의 질문들이 쏟아졌다. 국민보고대회가 끝나고 엠바고가 풀린 뒤 국정기회위가 공개한 자료는 행사에서 띄워진 발표자료(PPT)뿐이었기 때문이다.
각 국정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담은 자료를 기대했던 기자들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이날 국정기획위가 발표한 '5개년 국정계획'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국정비전 아래 3대 국정원칙, 5대 국정목표, 23대 추진전략, 123대 국정과제로 이뤄졌다.
개헌, 검찰 개혁,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개혁 과제들이 국정과제로 명시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방 발전을 위한 '5극3특' 전략과 행정수도 완성 등 균형발전 전략도 담겼다.
특히 실효적 산재 예방과 5인 미만 사업장에 노동관계법 단계적 확대 적용, 노란봉투법 개정, 임금체불 근절, 동일가치노동의 동일임금 명문화 등 노동기본권 강화 내용을 담은 것이 주목된다. 그동안 정부의 경제 발전 일성에 노동기본권은 뒤로 밀려 있어야 했지만, 이제 정부의 국정과제로 명시한 것이다.
이날 발표된 국정과제의 내용은 환영하고 호평할 만하지만, 아쉬운 점들도 보인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정부조직개편안이 이번 보고에서 빠졌다. 이재명 정부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이 빠진 느낌이다. 또 발표에서도 언급된 '시도별 7대 공약, 15대 추진과제'의 구체적인 내용도 없었다.
특히 구체적인 세부 이행 계획이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 크다. 사실 개헌, 검찰 개혁 등 굵직한 국정과제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시절부터 내세워 온 공약이다. 이번 국민보고대회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개혁과제들이 국정과제로 명시되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했다.
앞선 정부들은 국정과제들을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함께 내놨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한 문재인 정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통해 100대 국정과제와 190여 페이지에 달하는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전임 윤석열 정부도 110대 국정과제와 이에 대한 180페이지가 넘는 세부 이행 계획을 함께 공개했다.
국정기획위가 내놓은 5개년 국정계획도 분명 구체적인 세부 이행 계획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공식적인 정부 정책으로 확정되기 위해선 정부의 최종 검토와 국무회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궁금증으로 남는다.
그동안 국민들이 바랐던 개혁과제들이 국정과제에 명시적으로 포함한 것은 높게 평가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국정기획위에서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급하게 대선이 치러진 덕분에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시절 구체적 내용의 공약집조차 내놓지 못했다. 부족한 내용은 국정기획위가 채울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번 국민보고대회는 이 같은 기대를 모두 채우기에는 아쉽다.
지난 6월 출범한 국정기획위는 시작부터 기획재정부 등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다시 작성하라고 하는 등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를 다잡으면서 기대를 모았다. 국정기획위는 활동기간 60일 동안 370여회 업무보고·현장방문·간담회를 진행하고, 700여회 분과별 회의, 240여회 분과간 회의를 열었다. 국민제안은 1만3,000여건을 접수했다.
국정기획위 출범부터 이한주 위원장은 '월화수목금금금'을 주문했다. 국정기획위가 주말 밤낮 없이 고민해 온 결과를 80여 페이지의 발표 자료와 함축적인 국정과제 제목으로만 표현하는 것은 아깝다. 국정기획위가 치열하게 고민한 국정과제의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싶은 건 지나친 욕심은 아닐 것 같다. 다만 국정기획위가 8월 중으로 활동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하니, 백서에는 자세한 이행 계획이 담길 것으로 기대된다.
국정기획위가 쉼 없이 달려온 60일의 결과를 구체적으로 국민에게 보고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성과라도 잘 알리지 않으면 전파되지도, 평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생한 건 티를 내야 사람들이 안다.
물론 국정과제가 2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자료집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정부의 실천 의지와 성과다. 이재명 정부가 보여주는 신뢰가 두꺼운 자료집보다 더 중요하다. 그것이 없이는 방대한 세부 계획을 내본들 구호에 불과하다.
국정기획위 조승래 대변인은 마지막 공식 브리핑에서 "국정과제는 발표에서 끝나지 않는다. 국민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 변화를 만들고, 국가의 지속 성장을 이끌어낼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부디 5개년 국정계획과 123개의 국정과제가 진정하게 완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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