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선생(96살)이 20일 오전 판문점으로 향하는 통일대교 초소까지 자신의 걸음으로 걸어가 송환의지를 재차 밝혔다.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선생(96살)이 20일 오전 판문점으로 향하는 통일대교 초소까지 자신의 걸음으로 걸어가 송환의지를 재차 밝혔다.

72년이 지난 지금도 전쟁포로의 신분인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선생(96살)이 20일 오전 판문점으로 향하는 통일대교 초소까지 자신의 걸음으로 걸어가 송환의지를 재차 밝혔다.

안학섭 선생은 이날 오전 임진강역에서 동행한 40여 명의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 관계자들과 함께 1차 결의대회에 참가해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서, 나에게 주어진 권리인 전쟁포로로서의 본국 송환을 요구한다. 내 조국은 지척에 있는 조선이다. 노병 안학섭은 이제 조국에서 귀대보고를 마치고 눈을 감고 싶다"고 말했다.

2000년 9월 2일 비전향장기수 송환 당시 왜 북으로 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북에서 내려온 것도, 북으로 가는 것도 모두 나의 선택이었다. 투쟁으로 점철된 나의 삶은 나에게 허락된 하나뿐인 생명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13일 '전쟁포로 안학섭 판문점송환 일정에 대한 중대발표' 기자회견에서 언급한대로 "이제 죽을 때가 됐는데, 죽어서까지 식민지 땅에 묻히고 싶지 않다"는 심경을 다시 밝힌 것.

송환추진단은 성명에서 "2000년 북으로의 송환을 마다한 이유는 남녘 조국에 제국주의 침략군대 미군이 주둔해서 였다. '내가 안방을 내주고 그냥 간다는 것은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남았다'고 한 안선생의 말씀은  정치적 생명이 있는 사람의 양심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강역 앞 1차결의대회에서 안학섭 선생이 직접 써 온 발언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임진강역 앞 1차결의대회에서 안학섭 선생이 직접 써 온 발언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날 정부의 비전향장기수 송환 적극 검토 의사가 확인된 이후 판문점으로 향하는 고령의 비전향장기수의 행보에 많은 국내외 보도진들이 관심을 보였다.

안 선생은 임진강역 대회 이후 마정교차로를 거쳐 통일대교까지 1시간동안 진행된 행진 대열의 선두에서 차량에 탑승하여 함께 이동했다.

통일대교 앞에서 행진이 멈추고, 안 선생은 송환추진단 공동단장인 이적 민통선평화교회 담임목사와 한명희 전 민중민주당 대표의 부축을 받아 군 관할 초소까지 200여 미터를 걸어가 송환의사를 밝힌 뒤 다시 기다리던 송환추진단에게 돌아와 대기하던 앰뷸런스를 타고 후송됐다.

초소에서 송환추진단에게 돌아오는 길에 안 선생은 품에서 꺼내든 '공화국기'를 자신의 몸에 두르고 자신은 '조선공민'이라는 뜻을 펼쳐 보였다. 

안학섭 선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안학섭 선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안 선생은 정규군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무시하고 이적 간첩죄를 뒤집어 씌워 무기징역을 선고한 과정에서 목격한 당시의 부패한 사회상, 전향공작 과정에서 당했던 수모와 고문, 치욕과 고통을 언급하며 "도망칠 생각을 안해봤다면 거짓말이고 자살할 생각을 안해봤다면 그것도 거짓말"이라고 치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분단과 전쟁의 역사는 다시는 반복되서는 안된다. 역사의 희생양은 안학섭 하나로 족하다. 평화와 통일의 새 역사를 만들자. 나의 발걸음이 남과 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환추진단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안학섭 선생은 현존 세계 최장기 비전향장기수이며, 지금까지도 전쟁포로'라며, 1949년 체결된 제네바 3협약의 3조와 109조, 108조(전쟁포로에 대한 인도적 대우 및 본국으로의 자동송환 원칙), 그리고 정전협정 제3조(정전협정 발효 후 60일 이내 전쟁포로의 직접 송환) 등에 따라 그의 송환을 촉구했다.

북으로 간다! 길비켜라!. 통일대교에서 군 초소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안학섭 선생과 송환추진단 일행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통일대교 앞에서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이 전쟁포로 안학섭노병 즉각 송환을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통일대교 앞에서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이 전쟁포로 안학섭노병 즉각 송환을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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