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며 기자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며 기자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첫 한미정상회담이 끝났다. 그러나 회담장을 지배한 것은 주권과 국익이 아니라 굴종과 아첨이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를 ‘피스메이커’라 치켜세우며 스스로를 ‘페이스메이커’라 깎아내렸다. 쿠데타의 야만을 돌파한 위대한 국민이 ‘빛의 혁명’으로 세운 정부가 맞는지 묻게 되는 대목이다.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가 쏟아낸 무례한 언사, 주한미군 기지 소유권 운운한 주권 모욕, 방위비 분담금·무기 강매·투자 압박은 전형적인 강도적 협박이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불편한 진실을 덮은 채 ‘공고한 동맹’을 읊조리는 데 그쳤다.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일군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지켜내기는커녕, 스스로를 종속적 파트너로 전락시켰다. 이번 정상회담은 ‘국익중심 실용외교’가 아니라 ‘미국중심 굴욕외교’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협력의 발판을 마련했다’, ‘첫 단추를 잘 꿰었다’, ‘방어에 성공했다’는 자화자찬은 현실을 호도하는 사대주의적 발상이다.

국민은 소나기 피하듯 미국 눈치만 보라고 광장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 아니다. 지난겨울, 계엄군의 총칼을 무너뜨린 ‘빛의 혁명’을 벌써 잊었는가. 광장을 가득 메우고 강추위와 비바람을 견디며 주권을 지켜낸 국민이 아직도 미덥지 못한가.

내란세력과 싸워 이긴 위대한 국민이야말로 외교주권의 기둥이자, 한반도 평화를 여는 진정한 동력이다. 대통령이 믿어야 할 대상은 트럼프의 변덕이 아니라 빛나는 국민이다.

선택은 분명하다. 트럼프의 협박 앞에서 위기 모면용 아첨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담대하게 한미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구상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동맹 현대화’라는 이름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미래지향적’이라는 말로 아무리 포장해도 ‘동맹 현대화’는 결국 한국을 미·중 대결의 전초기지로 내모는 길일 뿐이다.

주한미군 주둔비와 무기 강매 요구에는 단호히 거부의 뜻을 밝혀야 한다. 필요하다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과감히 꺼내고, 전작권 환수를 선언하는 주권국가의 자세를 분명히 해야 한다. 관세로 약탈을 시도하면 다른 나라와 연대해서 무역질서를 새로 세우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반도평화 실현의 주도권을 틀어쥐어야 한다. 평화의 길을 열어가는 주체는 미국도, 일본도 아닌 우리 민족이다. 8천만 겨레의 운명이 걸린 한반도평화를 왜 날강도 트럼프에게 맡기려 하는가. 한반도평화가 가장 절박한 것도,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힘도 우리 자신에게 있다.

굴종과 아첨으로는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없다. “국민의 도구가 되겠다”던 약속은 트럼프의 들러리가 아니라 국민의 대변자가 되겠다는 맹세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진정으로 성공하고자 한다면, 굴욕적 동맹 강화에 연연하지 말고 국민주권을 기반으로 종속적 한미관계를 근본부터 재설정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