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25년 8월 8일 금요일

윤 정권 ‘폭력 진압’에 피 흘리며 쓰러졌던 노조 간부…내주 1심 선고서 바로 잡힐까

 

13일 김준영 위원장 등 금속노련 전·현직 간부들 1심 선고, 검찰은 징역 4년 등 중형 구형

  • 남소연 기자 nsy@vop.co.kr
  •  
  • 발행 2025-08-08 15:20:02 
  • 경찰의 폭력 진압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 ⓒ한국노총 이지현 대변인

윤석열 정권의 ‘노조 탄압’이 정점을 찍었던 2년여 전 여름,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준 사건이 하나 벌어졌다. 7m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한 노조 간부가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에 피투성이가 된 채 땅으로 끌려 내려온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당시 사무처장(현 위원장)은 철탑에 오르며 ‘하청노동자 노동3권을 보장하라’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김 위원장의 절박한 호소처럼 원청에 대한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통과만을 남겨둔 시기, 공교롭게도 김 위원장을 비롯한 금속노련 전·현직 간부 5명에 대한 1심 선고도 오는 13일 이뤄질 예정이다.

2년 전 포스코 하청노동자 현실 전하려 7m 철탑 오른 김준영
노사 교섭 노력에도 돌아온 건 경찰의 ‘폭력 진압’
검찰은 징역 4년 등 노조 전·현직 간부에 중형 구형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이 고공농성을 하는 모습. 망루에는 '하청노동자 쟁의권 쟁취를 위한 농성장', '하청노동자 노동3권을 보장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준영 사무처장 페이스북

김 위원장은 2023년 6월 말, 장기화된 포스코 하청노동자의 투쟁을 어떻게든 매듭짓기 위해 전남 광양으로 내려갔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하청업체인 포운 소속 노동자들이 1년 넘도록 천막 농성을 벌이던 시점이었다.

이들의 투쟁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이전 하청업체(성암산업)의 분할매각 시도에 이어 원청인 포스코 주도로 이뤄진 작업권 매각 과정에서 갈등이 심화되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중재에 나섰고, 그 결과 2020년 또 다른 하청업체인 ‘포운’으로 고용승계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들의 투쟁은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포운이 노동조합의 새로운 임금 교섭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고, 성암산업 시절 단체협약도 승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70여 회에 이르는 교섭에도 임금 및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으면서 포운 노동자들은 2023년에도 2018년 받았던 임금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는 여러 차례 파업도 벌였지만, 회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특히 원청인 포스코는 대체인력을 투입하면서 파업을 무력화했다며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하청노동자들이 천막농성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김 위원장은 하청인 포운은 물론, 원청인 포스코와도 노사 교섭을 시도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교섭이 잇따라 파행되면서 2023년 5월 29일 밤, 7m 높이의 철탑에 올랐다. 경찰은 반나절 뒤인 30일 오전부터 망루 주위에 에어매트를 설치했고, 이에 항의하던 김만재 전 위원장을 땅바닥에 넘어트려 뒷덜미를 누르고, 뒷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5월 30일, 한국노총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체포하는 경찰.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을 보면, 경찰은 김 위원장을 넘어트린 뒤, 뒷덜미를 짓눌러 뒷수갑을 채웠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31일 새벽 5시 30분경 전남 광양시 광양제철소 앞에 설치된 포스코 하청노동자 농성장에서 경찰관들이 사다리차 두 대를 타고 올라가 고공농성중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머리를 경찰봉으로 내려쳐 강제로 연행하고 있는 모습. ⓒ영상 캡처

하루 뒤 경찰은 사다리차 2대를 동원해 김 사무처장까지 진압하기 시작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은 경찰이 가까이 오자,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의사로 쇠 파이프를 휘두르고, 사다리차 난간 등을 치며 저항했다. 경찰은 경찰봉으로 김 위원장을 여러 차례 가격하며 폭력적으로 제압했다. 김 위원장이 쓰러진 뒤에도 경찰의 폭력 진압은 계속됐고, 결국 김 위원장은 머리 쪽에 부상을 입고 피투성이가 된 채 내려왔다.

검찰은 그해 6월 28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과 일반교통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을 구속 기소했다. 고공농성 진압을 준비하는 경찰을 막아섰던 김만재 전 위원장 등 노조 전·현직 간부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그리고 올해 6월, 검찰은 김준영 위원장에게는 징역 4년을, 김만재 전 위원장에게는 징역 2년 등 중형을 구형했다.

최후 진술서 “하청노동자 쟁의권 보장돼야” 호소
국회의원 82명 등 2만4천여명 ‘선처 호소’ 탄원도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 등에 대한 탄원을 전달했다. ⓒ민주당 박해철 의원 페이스북

이번 사건의 발단은 하청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이 온전히 보장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시작됐다. 하청도, 원청도, 정부도 모두 외면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투쟁은 장기화되고, 이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최후의 수단인 극한적인 투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김 위원장에 대한 폭력 진압이 논란이 된 후에야 포스코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이 널리 알려질 수 있었고, 같은 해 8월 포운 노사는 오랜 진통 끝에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6월 11일 결심 공판에서 한 1,884자의 최후진술에는 하청노동자들의 참담한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는 “저와 함께 재판받는 포운 노동자들은 사건이 있던 시기 3년간 단 한 줄의 노사 합의가 없었다”며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행사하기 위해 노조법의 절차에 따라 쟁의권을 행사했지만 원청인 포스코가 다른 하청사에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해 쟁의는 무력해 졌고, 무노동 무임금으로 임금만 삭감됐다. 그래서 1년 넘게 천막을 치고 호소하는 것이 이들의 유일한 항의 수단이 되어 버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금속노련은 포운 노동자로부터 교섭권과 체결권을 위임받은 후 포스코에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하청 노사관계에 개입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개입하지 않으려면 대체근로 투입도 중지해달라 요청했지만, 조업 차질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노동부에도 대체근로만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노동부도 대체 근로를 막아주지 않았다”며 “더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철탑이라도 세우고 근본적인 문제인 하청노동자의 노동3권이 보장되고 있지 않음을 널리 알려야 이 문제를 풀 수 있다 생각했다”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노조법 2·3조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으로 최후 진술을 마쳤다. 그는 “앞으로는 저와 같은 사건이 없도록 하기 위해 적법한 방법으로 하청노동자의 쟁의권을 보장할 수 있는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활동을 더 열심히 해서 저와 같은 사람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등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정치권을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도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의원 등 82명의 의원을 비롯해 총 2만 4천여명이 탄원에 동참했다.

탄원에 동참한 민주당 박홍배 의원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권의 노동 탄압 사례 가운데 상징적인 사건 중 하나였다”며 “교섭 중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방법이 없어서 망루를 설치한 것인데 상식 밖의 경찰 대응이 발단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전남경찰청 인력까지 파견하고 소방차까지 동원해서 무자비하게 사람을 때려 진압한 것은 당시 정권이 본보기처럼 삼으려는 의도를 가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검찰이 기소를 유지하고, 심지어 중형을 구형한 사실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검사의 무리한 기소에 대해 재판부가 증거 자료를 잘 검토해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금속노련은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하청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주장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농성이었으며, 김 위원장의 저항 역시 경찰의 과격한 진압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기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