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대원 '라비'의 언어탐험

출처: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홈페이지
출처: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홈페이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한의학연구원’, ‘공간정보품질관리원’,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산업단’, ‘안양시장애인인권센터’. 우리가 평소에도 흔히 보곤 하는 기관의 이름들이다그런데 이 중 몇 개나 막힘없이 바로 읽을 수 있었는가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어 나가다 멈칫하게 되거나다시 한 번 읽어보고 나서야 정확히 이해하게 된 이름도 있었을 것이다우리말은 분명 단어를 기준으로 띄어 써야 한다고 배웠는데 주변의 기관명을 들여다보면 줄줄 붙여 쓴 경우가 훨씬 많다자연스럽게 지나치던 이름들을 곱씹다 문득 궁금해졌다단어를 모조리 붙여서 쓰는 기관명은 올바른 표기일까한국조세재정연구원일까한국 조세 재정 연구원일까?

정답은 '둘 모두 허용된다이다한글 맞춤법 제5항 제4절은 고유 명사 및 전문 용어에 대한 것으로해당 절의 제 49항에 따르면 성명 이외의 고유 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띄어 쓸 수 있다여기에서 단위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구성 요소의 묶음이다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을 예시로 들어 보자이를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으로 띄어 쓰면 각각의 단어가 지닌 뜻은 분명하게 나타나지만그것이 하나의 대상이라는 사실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따라서 직관상 자연스러운 띄어쓰기를 보여주기 위해 둘 이상의 단어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고유 명사는 하나의 단위로 파악하고 붙여 쓸 수 있는 것이다즉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은 원칙 표기이고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허용되는 표기이다.

한글 맞춤법 제49항은 고유 명사를 대하는 우리의 직관에 근거한다우리는 하나의 고유한 대상을 한 개의 단위로 파악하려 하기 때문에,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보다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을 자연스럽게 여긴다후자는 하나의 단위로 묶여 있어 그것을 구성하는 단어 네 개를 모두 아우르는 표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만 단위는 직관적으로 자연스러운 띄어쓰기를 위해 설정되었으므로 국어의 의미 해석에 어긋나는 띄어쓰기는 허용되지 않는다예를 들어 고려 대학교 사범 대학이 원칙일 때 고려대학교 사범대학은 허용되지만 고려대 학교사범대학은 허용되지 않는다또 부설부속직속산하 등은 고유 명사에 속하지 않으므로 앞뒤의 말과 띄어 써야 한다, ‘교육 기관 등에 딸린 학교나 병원 등은 하나의 단위로 다루어 붙여 쓸 수 있다고 되어 있다따라서 이런 경우는 부속학교나 부속병원과 같이 예외적으로 붙여 쓸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기관명 하나에도 한국어 어문 규범이 숨어 있다혹시 필자와 같은 의문을 가졌던 사람이 있다면이 기사를 통해 궁금증이 해결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