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에선 1958년 제정될 때부터 만 나이를 규정해왔다. 다만 일반인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 배경에는 '읽기 쉽고, 알기 쉬운' 공공언어에 반하는, 모호한 민법 조항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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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리 황당한 일이 벌어졌을까? 공공재인 민법의 언어를 애초 누구나 알기 쉽게 쓰지 않고 모호하게 풀어놨기 때문이다. 나이를 따질 때 ‘출생일을 산입한다’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이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산입(算入)은 ‘셈하여 넣음’을 뜻하는 말임을 염두에 두자. 하나는 나이를 더할 때 출생일을 셈하여 넣는다, 즉 출생일 0시부터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이다. 가령 1월 5일생이라면 다음해 1월6일부터가 아니라 1월5일부터 두 살이 된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만 나이 셈법을 가리키는 말이다. 나이 기산점, 즉 출생일이 돼야 비로소 한 살을 더 먹는다는 뜻이니 곧 만 나이를 나타낸다. 그래도 여전히 헷갈리면 비교 대상인 ‘연 나이’와 ‘세는나이’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연 나이와 세는나이는 출생일에 상관없이 그저 해가 바뀌면 한 살을 더 먹는 셈법이다.어법상 오류 고쳐야 진정한 ‘민법 개정’애초부터 민법에선 출생일을 따져 나이를 더한다고 했으니 곧 만 나이를 규정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제 이번 개정이 단순한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음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저 모호한 의미를 좀 더 명확히 풀어서 설명했을 뿐이다. 오히려 더 큰 허물은 방치돼 있다. 200여 곳에 이르는 민법의 비문을 비롯해 일본어 직역에 따른 어색한 표현이 그런 것들이다. 심지어 오자까지 있다. 제정된 지 60년 넘게 이어져온 부끄러운 실태다. 그런 점에서 민법 조문은 국민의 ‘쉬운 공공언어 접근권’에 어긋난다. 공공의 소통능력을 떨어뜨려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김세중 전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장이 민법 개정운동을 펼치는 까닭이기도 하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나이 한 살을 먹는다. 이는 관습에 따른 셈법이다. 어머니 배에서부터 생명체로 자라온 기간을 나이 한 살로 치는 것이다. 그 뒤 출생일에 상관없이 해가 바뀌어 ‘떡국’을 먹고 나면 두 살이 된다. 그것을 ‘세는나이’라고 한다. ‘만 나이’는 태어나 만 1년 뒤에 비로소 한 살이다. 그 이듬해 다시 출생일이 돌아오기 전까지 계속 한 살이다. 그래서 세는나이에 비해 많게는 두 살이 줄어든다. ‘연 나이’는 무조건 지금의 해에서 태어난 해를 빼는 방식이다. ‘만 나이’와 비슷해 보이지만 출생일을 따지지 않는 게 다르다. 그저 다음해 1월 1일이 되면 한 살을 더 먹는 셈법이다. 병역법, 청소년보호법 등에서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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