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 교수(문학박사·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아직은 생소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말 바로 알기’라고 하면서 한국어의 역사만 얘기해 왔기 때문이리라 여긴다. 필자는 훈민정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말의 오·남용에 관해 순서대로 집필하고자 한다. 그래서 오늘까지는 우리말의 역사적인 면을 고찰하고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우리말 중에서 오·남용 문제를 중심으로 기술해 가고자 한다.
우리말은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글자가 없는 관계로 제대로 기록되지 못하였다. 삼국시대의 역사도 삼천 여 권의 역사서가 있었지만,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집필하고 모두 태워버렸다고 하니 가히 애석한 일이다. 요즘에 다시 <환단고기> 같은 책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환단고기(桓檀古記)> : 사실은 ‘환(桓)’의 음이 ‘한(寒)’이었으므로 옛적의 발음으로 한다면 ‘한단고기’가 맞을 것이다.) 
이런한 책들을 보면 ‘가림토문자’라는 것이 나오고, 세종실록 중 ‘훈민정음 반대 상소문’에도 세종이 “옛 전서(篆書)를 모방했다고 하지만 글자의 활용이 고전(古篆)과 다르다.”라고 하면서 세종과 최만리가 논쟁하는 부분이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문자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글자를 쓰는 방법과 활용이 훈민정음과는 전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신라시대의 향가와 고려시대의 가요를 통해서 우리말을 유추할 수밖에 없다. 즉 한자의 세력에 밀려난 우리의 단어를 <계림유사>나 노랫말(향가, 고려가요, 시조 등이 모두 노래였음)을 통해서 우리말의 어원을 고찰해야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가 주로 인용하는 <계림유사>의 경우 송나라 당시의 발음에 정통하지 않고, 필사하는데 오류가 종종 나타나 있는 만큼 정확한 발음까지 유추하기는 너무나 어렵다. 대충 현대어와 비교하여 “이럴 것이다.”라고 판단할 뿐이다. 예를 들어 내일(來日)이라는 순우리말이 ‘하제(轄際)’라고 하는데, 이럴 때 ‘할(轄)’의 당시 발음이 어찌 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ᅘ’의 발음이 때에 따라 ‘ㅎ’이 되기(홍수)도 하고, ‘ㅆ’이 되기(썰물)도 하고, ‘ㅋ’이 되기(켜다)도 한다. 터키어에서 ‘미래(장래)’를 ‘gelecek(겔레젝)’이라고 하는데, 이런 것들과 비교해 본다면 ‘걸제’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내일이라는 순우리말은 ‘하제’라고 흔히 알려져 있는데, 여러 가지 언어들과 종합해 본다면 다른 용어(방언)와도 깊은 연관이 있고 발음도 바뀔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말이라고 하면 순한글로 된 것을 말하는 경향이 생겼다. 사실은 한자어를 포함한 우리말을 얘기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한자어를 기피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이다. 굳이 한자어로 쓰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말에 들어와 있는 한자어를 밀어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죽(鬻)이 한자어인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