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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3일 화요일

폭탄급 부동산 규제완화에 투기 우려되는데 “서민에 도움” 이라니

 

강남3구·용산 뺀 전국 모든 규제지역 해제 1면에

‘투기·집값상승 외면’ 지적한 신문과 경기활성화 환영한 신문

바이든 “핵연습 NO” 발언…신문들 사설

정부가 3일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뺀 모든 부동산 규제지역을 오는 5일부터 해제하기로 했다. 분양가 상한제와 전매 제한, 실거주 의무도 완화하기로 했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각종 규제를 대폭 푼 조치다. 4일 아침신문은 이 소식을 실수요자·저소득층 주거 대책 면에서 우려한 신문과 ‘부동산 매매 활성화’를 우선시한 신문으로 나뉘었다.

국토교통부는 3일 신년 업무보고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공개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규제지역 지정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규제를 모두 해제하기로 했다. 서울 14개 구와 경기도 전역이 비규제지역으로 바뀐다. 민간 아파트 전매 제한을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완화하고,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2~5년)도 없앤다.

4일 9개 아침신문들은 모두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발표를 1면에 올렸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는 머리기사로 다뤘고 서울신문, 중앙일보, 한겨레는 상단 오른쪽에 배치했다.

▲4일 조선일보

▲4일 아침신문 1면

이번 부동산 규제 완화는 윤석열 정부 들어 4번째다. 지난해 세 차례 해제해 서울과 경기 과천, 성남, 하남, 광명 등 5곳만 남겨뒀는데, 이번엔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뺀 나머지 지역을 모두 풀었다. 한국일보는 “서울 외곽만 ‘핀셋 해제’할 거라는 시장 예상을 깬 파격 조치”라며 규제지역으로 남은 강남3구와 용산구에 대해서도 “정부가 앞서 규제지역 대출 한도를 상향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각종 세금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터라 이들 지역의 규제 수위는 이전보다 훨씬 낮아졌다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이들 지역에선 대출과 세금, 청약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무주택자에 한해 20~50%로 제한되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로 상향되고, 집을 살 때 자금 조달과 입주 계획 신고 의무도 사라진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 제한도 없어지고, 현행 5억원이던 1인당 대출한도도 폐지돼 무제한 대출이 가능해진다. 한국일보는 “당장 이달부터 서울에서 집을 사고 팔기가 훨씬 수월해진다”고 규제완화를 평가했다.

반면 저소득층에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은 줄였다. 소득 4분위 이하의 저소득층에 지원되는 공공임대주택을 앞으로 5년(2023~2027년)간 4만호가량 줄이기로 했다. 한겨레는 “정부는 앞으로 5년간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을 합쳐 총 100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라며 “세부 계획을 보면 공공분양주택은 14만4천호에서 50만호로 3배 이상 늘어나는 반면, 공공임대주택은 63만2천호에서 50만호로 줄어든다”고 했다. 특히 저소득층에 지급되는 물량이 46만8천호에서 43만호로 줄어든다.

▲4일 경향신문

▲4일 한국일보

“다주택자 겨냥 정책 없애…우려” 총평, 조선 “서민에 중장기 도움”

신문들은 저마다 이번 발표를 두고 ‘규제완화 폭탄’, ‘파격 조치’, ‘규제완화 끝판왕’ 등으로 요약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전방위 규제완화라는 얘기다. 한겨레는 “집값이 상승세를 탔던 2016년 박근혜 정부 말기부터 시작돼 2021년까지 5년간 지속된 규제지역 확대 조처가 새 정부 출범 1년 도 안 돼 사실상 전면 해제 절차를 밟은 것”이라며 “규제 완화 속도전의 ‘끝판왕’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 평가”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번 조처가 지난 세 차례 규제에 비해 서울을 대상으로 해 파급효과가 훨씬 클 것으로 봤다.

경향신문도 “국토부는 이날 박근혜 정부부터 시작해 수년에 걸쳐 도입된 굵직한 부동산 규제들을 한꺼번에 해제했다. 서울이 규제지역에서 풀리는 것은 2016년 11월 이후 처음”이라며 “건설경기 악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규제완화 폭탄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4일 경향신문

이번 정책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어떤 효과를 낼까. 경향신문은 이번 규제 완화는 무주택 실수요자보다는 투자 및 갈아타기 수요에 기댄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대출 없이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운 무주택 실거주보다는 투자 수요 및 갈아타기 수요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라며 “하지만 자금 여력이 풍부한 사람들의 진입 문턱이 낮아짐에 따라 향후 부동산으로 투자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다주택자를 겨냥한 각종 규제가 대부분 풀린 것”이라고 했다.

신문들은 시장에서는 1주택이나 다주택자들의 주택 구매 심리가 되살아날 가능성을 점친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번 조처로 무주택자의 대출이나 세금은 변화가 없지만 1주택자나 다주택자가 집을 살 때 세금이 줄고 시대수익은 커졌”다며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 다주택자의 ‘갭 투자(전세를 낀 주택구매)’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저렴한 신규 분양 아파트를 기다려온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악재”라며 “분양가 자율화는 부유층을 겨냥한 고가 아파트 공급을 촉진하고, 시장 과열기에는 정비사업 지역에서 ‘고분양가’와 주변 집값 상승 악순환을 불러온 전례가 있다”고 했다.

▲4일 한겨레

몇몇 신문은 이번 규제 완화를 주택 공급과 거래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며 긍정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도 높은 금리 탓에 그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조선일보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부의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시장 기능을 복원해 중장기적으로 서민 수요층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논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대출 금리가 7%대에 달해 주택 시장 분위기가 단기간에 바뀌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이번 조처는) 주택 공급과 거래 활성화를 이끄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며 “고금리가 이어지고 있어 당장의 청약 흥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4일 조선일보

한국일보 “투기 불러들이는 부작용 클 것”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부동산 규제 완화 관련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우려를 담은 사설을 냈다. 한국일보는 “상황의 심각성은 인정하더라도, 규제 완화 속도나 방향은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며 “이번 조치는 다주택자 세금·대출 규제 완화에 집중돼 있어, 실수요자 주택 구입보다는 자칫 투기 세력을 부동산 시장으로 불러들이는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겨레는 “여건 변화에 따라 과도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일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투자·투기 목적의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기 위한 규제까지 대거 풀어버리는 것은 ‘정상화’가 아니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힘주어 비판한 ‘지대 추구’ 행위를 조장하게 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투기도 용인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현금 고소득자와 다주택자들에게 투기 기회를 줄 수 있다. 주택대출 금리가 연 8%를 넘어선 상황에서 주택 매수에 나설 서민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부동산 정책은 철저히 민생에 맞춰야 한다”며 “투기 수요는 차단하면서 서민과 청년, 신혼부부와 무주택자 등이 집을 사는 데 도움이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4일 한국일보 사설

▲4일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거래절벽, 집값 하락, 미분양 증가 등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금융 부실로 번지면서 실물경제까지 흔드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자칫 투기 세력에게 ‘버티면 결국 규제가 풀린다’는 잘못된 신호를 줘선 안 된다. 하반기 금리 상승이 주춤해지는 등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경우 다시 집값이 들썩일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추가 대책도 낼 수 있다고 예고했지만 지금까지보다 훨씬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바이든 “핵연습 NO” 발언에 대통령실 “공동실행” 해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양국이 북핵 억제를 위한 공동 기획, 공동 연습을 논의하고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하는 듯한 말을 해 혼선이 빚어졌다. 다수 신문들이 양국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고 보도했으나, 일부 신문은 대통령이 상대국과 조율되지 않은 예민한 사안을 개별 언론사에 먼저 밝힌 것을 화근으로 짚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헬기에서 내려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길에 ‘지금 한국과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아니다(No)”라고 짧게 답했다.

▲4일 경향신문

이 질문은 당일 보도된 윤 대통령의 조선일보 인터뷰와 관련한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기획-공동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핵무기는 미국의 것이지만 정보 공유와 계획, 훈련을 한·미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의 답변이 윤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겨레는 “양국 군당국은 지난해 11월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확장억제 협력 방안으로 ‘정보 공유, 협의 절차, 공동 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한 바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협의 중인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마치 거의 확정된 것처럼 먼저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4일 국민일보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긴급 해명에 나섰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오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로이터 기자가 거두절미하고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는지’ 물으니 당연히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공동 핵 연습(Joint nuclear exercise)은 핵보유국들 사이에서 가능한 용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한·미 양국은 북핵 대응을 위해 미국 보유 핵전력 자산의 운용에 관한 정보 공유, 공동 기획, 이에 따른 공동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들은 대통령실 해명에 미뤄 윤 대통령이 발언한 ‘공동연습’이 양국 군당국이 지난해 11월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확장억제 협력 방안으로 합의한 ‘정보 공유, 협의 절차, 공동 기획 및 실행’ 가운데 ‘공동기획 및 실행’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공동기획은 미국의 핵 정책과 전략, 작전계획, 신속억제·대응방안 수립 등에 한국이 참여한다는 의미”이고 “공동연습은 미국의 핵 투발 전략자산을 동맹국이 재래식 수단으로 지원하는 시나리오를 실전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라고 그 차이를 언급했다.

미국 백악관도 해명을 내놨다. 에이드리안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한·미는)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은 핵 보유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이후 양국에서 북한의 핵 사용을 포함한 여러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매체인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해 ‘美 “가까운 시일 내 한국과 핵 훈련”’이란 제목의 보도를 내고 “한미 양국의 핵전력 운용과 관련한 공동 기획·연습 추진은 작년 11월 SCM에서도 합의된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미 핵전력 운용과 관련해 한미가 공동 기획·연습을 논의하고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하는 듯한 언급을 한 것으로 보도되자 백악관이 설명에 나섰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용어 사용이 부정확해 혼선을 일으켰다고 했다. 한겨레는 “한-미 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에는 ‘공동실행’(Joint Execution)으로 돼 있으나 윤 대통령은 ‘공동연습’(Joint Exercise)이라고 말해 마치 한국이 핵을 가지고 미국과 공동으로 연습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게 했다”고 했다. 또 “양국 군당국이 지난해 말 합의했던 사항의 연장선에서 나온 발언이라곤 하나, 상대국과 조율되지 않은 예민한 사안을 대통령이 개별 언론사에 먼저 불쑥 밝힌 것”이라고 했다.

▲4일 조선일보 1면

한겨레는 “미국이 ‘핵 비확산체제’라는 대외정책의 근간을 바꿀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핵 공동기획-공동연습’이란 표현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실제 ‘핵 공유’를 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유럽 동맹국들도 작전 통제와 사후 평가 등 일부 과정에 제한적으로 참여할 뿐이다. 자칫 북한뿐 아니라 일본·대만 등 다른 나라를 자극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일단 점증하는 북핵에 정부 당국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윤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은) ‘핵 대 핵’ 대치를 불사하는 태도로 비친다. 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상황 관리를 하며 북한의 가능한 모든 도발에 대비하는 것이다. 핵의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용어상 혼선 탓으로 치부하며 넘길 사안은 아닐 것”이라며 “날로 고도화하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대북 대응 전략을 둘러싼 한미 간 기대와 현실의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했다.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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