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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7일 토요일

“급여 인상도 사양했는데 횡령이라니?” 눈물바다 된 윤미향 마지막 공판

 


의기억연대 사건 관련 사기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미향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오전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2023.01.06. ⓒ뉴시스

2년 넘게 진행된 윤미향 의원에 대한 공판이 6일 마무리됐다. 이제 선고만 남은 것이었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문병찬)는 6일 횡령, 사기, 배임 등 각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정의기억연대(과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최고책임자 윤 의원과 실무책임자 김 모 전 사무처장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 “자기들 필요로 할머니 내세워 기부금 모집”
변호인 “납득할 수 없다”


이날 검찰은 윤 의원에게 징역 5년을, 김 전 사무처장에겐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업무상 횡령 등 혐의에 대해 “수시로 자기들 필요로 할머니를 내세워 기부금을 모집하여 편하게 모금된 돈을 사용했다”며 “투명하지 못한 자금운영 결과로 피고인 윤미향은 공과 사를 무시하고 자기 돈처럼 사용하고 유영했다”고 밝혔다.

또한 준사기 혐의에 대해 “할머니보다 단체를 우선시하면서 중증치매로 정상적 인지능력을 잃은 길원옥 할머니를 내세워 장기간 단체 활동 모금에 이용하고, 길 할머니 상태를 이용해 길 할머니에게 지급된 돈을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선 “우리 사회가 한평생 고단한 할머니들을 위해 쉼터를 마련하라며 기부한 돈을 집행하면서 (쉼터 부지) 소개자가 지인이라는 이유로 적정 가격을 알아보지도 않고 7억5천만원에 매입해 결과적으로 단체에 경제적 손해를 가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장기간 범죄 행위로 죄질이 무거운데도 두 피고인은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반성을 하거나 할머니를 위해 기부금을 낸 사람에게 미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시민사회단체 활동에 도덕성을 보장하고 자금집행 투명성의 계기가 되도록 피고인 범죄에 대해 엄중한 법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과 김 전 사무처장의 변호인단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변호인단은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10년간 1억여 원을 횡령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피고인은 최소의 급여를 받으면서 20여년간 간사로 활동한 사람이다. 활동에 있어 일정 부분 급여 인상도 사양했다. 게다가 개인적 활동으로 수익이 생기면 상당 부분, 거의 대부분을 기부했다. 공적으로 확인된 기부금이 그 기간 횡령 기소 금액을 넘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급여를 올리거나 합법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이러한 행동은 별개이고, 이 부분이 납득이 안 되니 횡령이라고 한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준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길원옥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을 해온 활동가다. 활동 과정에서 많이 기부했다. 길원옥 할머니 이름으로 상을 주는 데에도 출연했다”며 “그런데 이것은 정대협에 직접적인 도움이 안 된다. 정대협은 일을 더 해야 해서 오히려 간접비용이 부담된다. 길 할머니의 기금은 피고인의 경제적 이득과도 아주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불법행위를 하는 것이 가능하냐며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변호인단은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검사는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뒷돈, 사기 등 다 뒤졌다. 당사자 본인이 기억하지 못 하는 것도 찾아냈다”며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어떠한 비리가 나오지 않았다. 쉼터 부지 매입 결정 과정에서 기부자(현대중공업)가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검찰의 전제대로라면 피고인은 개인적 이익도 없이, 아무 관계가 없는 매도인에게 3억원 이상 경제적 이익을 주기 위해서 계약을 강행했다는 것”이라며 황당해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매주 수요시위를 진행하고, 많은 변화가 있지만 여전히 운동을 하고 있다. 피고인이 떠나고 수사를 받고 기소가 됐어도 많은 기부 행위가 있었다”며 “결국 ‘윤미향이 한 행위’라서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윤미향 “서툴고 부족했지만 사익을 추구할 의도로 정대협에서 일하지 않았다” 

윤 의원과 김 전 사무처장은 정의연과 정대협에서 활동하면서 결코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며 재판부의 합당한 판결을 청원했다.

윤 의원은 최후진술에서 “저를 포함하여 4~5명에 불과한 사무처 활동가들은 내부의 많은 회의들을 준비하고, 매주 수요일마다 수요시위 진행, 전국의 피해자 방문과 복지활동, 박물관 건립과 운영, 평화의 소녀상 건립과 피해자 기림 활동, 아시아피해자 지원과 연대, 미래세대 교육활동, 일본정부에게 사죄와 배상·역사교육 이행 요구 활동, 유엔과 국제인권기구 활동, 회원참여활동 등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야근도 거의 매일, 박물관 운영 때문에 주말에도 출근해서 일하는 등 수 많은 일들을 수행해야 했다”며 “전국의 생존자를 방문할 때에는 며칠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전국을 운전하며 돌아다녔다”고 밝혔다.

그는 “그 과정에서 행정과 회계 상의 미숙함 등 부족함이 있었음을 지난 2년 동안 진행된 재판을 통해 뼈저리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 모두 대표였던 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서툴고 부족했지만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익을 추구할 의도로 정대협에서 일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장님과 판사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저와 제 동료들이 다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며 평화의 날갯짓을 힘껏 펼칠 수 있도록 재판장님과 판사님들께서 지혜로운 판결로 도와주시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년여 동안 벌어진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마녀사냥식 언론보도, 먼지 털듯이 진행된 검찰 수사, 혐오세력의 도를 넘는 공격으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정의연과 활동가들이 겪어야 했던 극심한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제 개인의 고통과 별개로 제 사건으로 인해 일어나는 이러한 일들을 두 눈 뜨고 지켜보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지난 2년 반의 시간이었다”며 “피해자들과 활동가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이 겪고 있는 이러한 고통의 시간들을 멈추기 위해 저는 죽음을 고민하기도 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하지만 김복동 할머니 죽음 앞에서 ‘희망이 되겠다’ 했던 약속, 강덕경 할머니의 마지막 병상에서 ‘할머니 가셔도 할머니 몫까지 다하겠으니 믿어달라’ 했던 약속, 황금주 할머니께 ‘할머니 떠나셔도 일본정부의 사죄, 꼭 받아 내겠다’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고, 이를 위해 재판에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제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할머니들과 했던 약속을 실행하는 삶을 살고 싶다”며 “그럴 수 있도록 따스한 정의가 이 곳 법정을 통해 실현될 수 있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사무처장도 최후진술에서 “2020년 5월 7일부터 2023년 1월 6일까지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은 온 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가는 것을 느끼며 살아낸 시간이였다. 저는 삶의 기반이였던 활동의 자리도 잃어버리고 몸과 정신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으며 함께한 동료들을 잃어버려야 했다”며 “모든 것이 무너진 채 깊은 외로움과 절망 속에서 홀로 기나긴 시간을 버텨내야 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자책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2년 2월 정대협 실무자로 일을 시작하여 사무처장, 정의연 부설기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부관장, 관장을 역임했다.

김 전 사무처장은 이처럼 오랫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을 하면서 심신은 고됐지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묵묵하게 활동을 이어나갔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첫 번째는 ‘할머니들의 외침을 잊지 말고 소원을 지키자’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할머니들은 다가올 죽음 앞에서도 일본 정부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 요구하셨고, 할머니들의 역사가 후세들에게 올바로 기억되기를, 이 운동이 올바로 계승 발전되기를 바라셨다”며 “할머니들의 역사와 삶을 알고 싶은 이들을 박물관에서 각자의 현장에서 수요시위에서 만나고 만나왔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어야 세상이 바꿔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최선을 다해 할머니들의 외침을 전하고 또 전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할 수 있는 만큼만, 그러나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는 “이 활동을 하면서 쉬운 활동이라는 것은 절대로 없었다. 한 고비를 한 고개를 넘으면 또 다른 커다란 장벽이 우뚝 서 있었다”며 “그러나 포기할 수도 무너질 수도 없었다. 그럴 때 마다 할머니들의 삶과 메시지를 가슴에 새겼다. 함께 하는 동료들과 서로 의지하고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사무처장은 “그러나 저는 지금 이 자리에서 피고인의 신분으로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표했다. 그는 “저는 중간관리자로서 민주적 절차에 의해 결정된 사업이 잘 수행될 수 있도록 활동가들과 조력자들과 함께 이끌어가면서 진행해 나갔다”며 “저는 그저 열심히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활동해 왔다. 그 길에 실수가 있었더라면, 오류가 있었더라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저는 더 이상 꺾이고 싶지 않다. 더 이상 무너지고 싶지 않다. 불명예스럽게 마감하고 싶지 않다. 20년의 청춘을 바쳤던 지난 시간을 후회스러운 삶으로 남고 싶지 않다. 이 길을 가고자 하는 미래세대들을 주저하게 하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역사부정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보고도 듣고도 싶지 않다”며 “제 자신을 지킬 자유와 최소한의 존중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믿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들이 최후진술을 할 때 방청석은 눈물바다가 됐다. 정의연과 정대협에서 함께 활동해오거나 연대를 해온 이들이었다.

윤 의원과 김 전 사무처장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10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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