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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1일 수요일

다주택자에 ‘청약 꽃길’ 열어준 윤석열 정부

 


분양규제 완화에 분양권 시장 과열 우려 커져...“미분양 주택 공공이 매입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12.27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대대적인 분양규제 완화를 단행했다. 그중에는 다주택자도 ‘무순위 청약’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택청약은 실거주가 목적인 무주택자나 새집으로 이사를 가려는 1주택자들의 참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규제완화로 다주택자가 청약으로 집을 분양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무순위 청약으로 분양을 받게 되면 무주택자와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완화 혜택까지 누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매제한 기간 완화(8년→1년)의 경우 다주택자가 무순위 청약을 통해 분양받은 집이나 분양권을 더 쉽게 사고팔 수 있도록 해 분양시장 투기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부동산 규제완화 자료사진 ⓒ뉴시스

분양시장 규제완화, 중도금 대출 규제 폐지에 전매제한 기간 축소까지

지난 3일 국토교통부는 신년 업무보고를 통해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규제지역 추가 해제’와 ‘분양규제 완화’다. 그중 분양규제 완화 대책은 △전매제한 기간 축소 △실거주 의무 폐지 △중도금 대출 규제 폐지 △유주택자 무순위 청약 허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분양규제 완화는 집을 ‘주거 목적’이 아닌 ‘투자의 수단’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누구라도 분양가의 10% 수준인 계약금만 있으면 집을 분양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우선 정부는 중도금 대출규제를 폐지해 기존 12억원 미만 주택에만 가능했던 중도금 대출을 가격에 상관없이 받을 수 있게 했다. 12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이라도 분양가의 10% 정도인 계약금만 내면 분양가의 50%인 중도금 대출을 해주는 식이다. 분양자는 입주 시점에 40%의 잔금만 내면 된다.

또 정부는 ‘실거주 의무 2년’을 폐지해 잔금을 치를 방안을 만들어 줬다.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서 입주 시기 분양받은 주택을 전세로 돌려 잔금을 치를 수 있게 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11월 기준 전국 전세가율(주택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63.7%다.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서울의 전세가율은 60.2%, 전국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낮은 세종도 46.6%다. 사실상 전국 어디에서나 전세 전환을 통해 잔금(40%) 납부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또 전매제한이 1년으로 완화됨에 따라 청약 당첨자는 당첨일로부터 1년 뒤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진다. 대부분의 청약은 착공 전 분양하는 ‘선분양’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전매제한 기간이 1년으로 줄어들면 집이 지어지기 전에도 분양권 거래가 가능하다. 이때 당첨차는 ‘프리미엄(웃돈)’을 붙여 분양권을 파는 이른바 ‘분양권 투기’가 성행할 수 있다.

이외에도 1주택 청약 당첨자의 기존 주택 처분 의무도 폐지되면서 기존 주택을 팔지 않고도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서울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 2020.6.15 ⓒ뉴스1

다주택자 무순위 청약 허용... 분양권 시장 과열 우려 커진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다주택자에게도 무순위 청약에 지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는 점이다.

무순위 청약은 청약이 모두 완료된 후 부적격 당첨 등으로 인해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된 물량을 모아서 추가로 모집하는 청약을 말한다. 청약 당첨자가 정당계약(청약 당첨자들이 실제 계약을 체결하는 것) 과정에서 포기한 물량 역시 무순위청약에 포함된다.

앞서 지난 2021년 5월 문재인 정부는 청약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무순위 청약 신청 자격을 ‘무주택자’로 제한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1년 9개월여만에 다시 다주택자에게 무순위 청약 신청 자격을 줬다.

무순위 청약을 통해 집을 분양받을 수 있게 된 다주택자는 앞서 설명한 분양규제 완화를 모두 적용받는다. 집값에 상관없이 중도금 대출을 해주는 것은 물론, 전매제한 기간도 기존 8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실거주 의무기간 2년도 사라진다. 다주택자 입장에선 더 쉽게 분양권을 사고팔 수 있게 된 셈이다.

분양권은 갭투자에 비해 레버리지(타인의 자본을 이용한 자기 자본의 이익률)가 높다.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인 만큼 취득세가 없는 탓이다. 또 규제지역이 아닌 경우엔 양도세 중과 대상도 아니어서 다주택자가 쉽게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 보통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때 분양권 시장이 가장 먼저 뜨거워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무주택자들에 비해 자금 여유가 있는 다주택자들이 무순위 청약을 통해 물량을 쓸어 담아 다시금 분양권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초 시작된 집값 대세하락으로 청약시장이 침체돼 무순위 청약 물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탓이다.

실제 국토부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총 5만8,027가구로 집계됐다. 전월(4만7,217가구) 대비 1만810가구(22.9%) 늘어난 수치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 4월(2만7,180가구)부터 11월까지 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미분양주택은 무순위 청약을 거친 이후에도 분양되지 않은 주택이다.

주택 아파트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다주택자, 돈 벌게 해줄테니 집 사라는 메시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무순위 청약 자격을 다시 준 데 대해 “다주택자의 주택 수요를 제한하지 않고 풀어주겠다는 건 정부가 나서 투기를 조장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다주택자가 무순위 청약에 참여함으로써 무주택,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완화까지 적용받게 되면 분양권 시장이 과열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서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다주택자에게 무순위 청약 자격을 준 건 사실상 풀어 준 모든 분양규제를 다주택자도 누릴 수 있게 해주겠다는 의미"라며 "이미 대부분의 규제를 푼 상황에서 분양권 시장이 투기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전매제한 완화’와 ‘실거주 의무기간 폐지’는 실거주를 위해 청약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겐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이 모든 게 다 다주택자가 더 수월하게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일 뿐이다. 다주택자들에게 무순위 청약에 들어와 집을 사면 쉽게 사고팔 수 있게 해주고 돈도 벌게 해주겠다는 메시지”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청약 시장 침체된 때일수록 공공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 소장은 "늘어가는 미분양 주택이 걱정이라면 공공이 나서 공급원가 수준으로 매입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 기회에 정부가 매입한 주택을 이용해 공공임대를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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