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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2일 일요일

"모질게 대해서 미안해" 자가격리 2주, 아빠는 울었다

20.04.13 07:11l최종 업데이트 20.04.13 10:35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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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유세가 아직도 봄꽃들의 향기 속에 머물고 있다. 아침마다 '삐' 소리로 시작되는 코로나19 뉴스엔 '신규 확진자 수 감소와 완치자 수 증가' '해외유입 확진자수 증가와 정부의 해외유입 차단집중' 등을 주제로 롤러코스터처럼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어댄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생길까?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생각은 끝이 없다.
 
인천공항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천국제공항 입국 검역소를 방문한 뒤 코로나19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크 스루·Open Walk Thru)로 이동하고 있다. 2020.4.7
▲ 인천공항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천국제공항 입국 검역소를 방문한 뒤 코로나19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크 스루·Open Walk Thru)로 이동하고 있다. 2020.4.7
ⓒ 청와대 제공

'해외 유입인을 차단하라'는 여론의 우세 속에 대통령이 공항을 방문하여 많은 이들의 노고에 격려를 보냈다. 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자에 대한 전자팔찌 부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는 뉴스까지 나왔다. 전자팔찌 하면 떠오르는 것은 '범죄'인인데, 코로나19가 급기야 의도치 않게 누군가를 범죄인으로까지 몰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한 국가와 국민의 존망이 걸린 세기의 전염병이 되어버린 코로나19인 것이다.

"저, 잘 다녀왔어요. 그런데 직접 인사는 못 드려요. 제가 자가격리를 해야 되거든요."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조카(24)는 남미 에콰도르 UN에 파견근무 중인 누나를 만나고 중남미의 여러 나라를 여행한 뒤 두 달여 만에 입국했다. 조카가 출국하던 1월 초는 중국을 제외한 해외 유입 감염 사례가 거의 전무하던 시기였다.

조카가 중남미 여행 중 코로나19를 직접 피부로 느낀 사건도 있었다. 코로나 초기 발생 지역이 중국 우한 지역이라 동양인이란 이유로 코앞에서 '코로나'라고 놀리는 행동을 하루에도 여러 번 겪었다는 것. 에콰도르 어떤 한인은 돌에 맞기도 했다고 조카는 말했다.

귀국 전부터 한국의 코로나19 사태의 추이 변동을 뉴스를 통해 접하고 있었던 조카는 공항에서부터 자가격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입국하기 몇 주 전부터 항공편이 변경, 취소되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미국 경유 입국 심사에서 무사히 통과하여 귀국했다. 한국 입국 당시에도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썼다는 것 외에는 전과 다름없었다고 전했다. 공항 직원들의 친절 역시 변함이 없었다고 했다.
 
두 달만에 입국한 아들, 광주에서 데리러 간 엄마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각 지자체에서 나온 공무원들이 방역복을 입은 채 외국에서 입국한 승객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비 안전한 귀가를 위한 교통편을 안내하고 있다. 1일부터 모든 해외입국자들은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하며, 위반시 정부는 무관용원칙으로 처벌할 것이라 밝혔다.
▲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각 지자체에서 나온 공무원들이 방역복을 입은 채 외국에서 입국한 승객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비 안전한 귀가를 위한 교통편을 안내하고 있다. 1일부터 모든 해외입국자들은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하며, 위반시 정부는 무관용원칙으로 처벌할 것이라 밝혔다.
ⓒ 권우성

귀국은 3월 18일, 두 달 넘게 아들과의 재회를 기다린 엄마는 다 큰 아들을 광주에서 인천까지 직접 마중을 나갔다. 자가격리 대상자가 된 아들과 함께 부모 역시 함께 격리를 자청했다.

아이들 어렸을 때만 사용하는 줄 알았던 체온계와 뿌리는 소독약, 손 소독제를 준비하였다. 세면대 및 화장실은 상시소독, 식기류 상시 열 소독 및 마스크 상시 착용은 기본이었다.

식사 역시 각자의 방에서 매끼 손 장갑을 사용하며 주고 받았다. 조카는 군대의 배식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유난히 가족 간의 신체적 접촉을 좋아하던 아들인데도, 여행과 격리 기간까지 도합 3개월 이상을 손도 만지지 못했다. 마스크 위로 껌벅거리는 두 눈동자에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아들의 그리움과 서글픔만 가득했다.

"엄마, 나 너무 힘들어. 한 번만 안아주면 안 돼?"
 
격리해지 날, 아빠는 아들을 감금시키고 모질게 했다고, 바퀴벌레 소독약 뿌리듯이 그렇게 대했다고, 아들에게 용서의 눈물을 흘려 집안이 출렁거렸다 했다. 울다가 웃다가, 드디어 부모와 아들이 3개월 만에 재회의 포옹을 만끽했다.

"불공정한 사회에 불만이었는데... 정부에 신뢰 생겨"
 
 8일 오전 서울 강남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선별진료소가 운영중이다. 해외입국자들을 위한 별도의 출입구가 마련되었으며, 귀가를 돕기 위해 구급차가 대기중이다.
▲  8일 오전 서울 강남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선별진료소가 운영중이다. 해외입국자들을 위한 별도의 출입구가 마련되었으며, 귀가를 돕기 위해 구급차가 대기중이다.
ⓒ 권우성

격리기간 중에 어떤 느낌이었고 사회나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냐고 조카에서 물었다.

"최고의 친구 노트북을 통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대한민국의 정책과 국민성을 보면서 평소와 다른 생각이 들었어요. 청년세대로서 취업이나 학력의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불만이 많았는데 어느새 건강한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나 자신을 보게 됐어요. 매일 뉴스를 보면서 느꼈던 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이탈리아 등의 유럽, 불투명한 태도로 감추기에 바쁜 일본과 비교되게 우리 정부는 상당히 투명하고 빠르게 코로나19 소식을 공개하는 거였어요. 최근에는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전자 팔찌를 착용해야 한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직접 체험한 대상자로서 이 안건에 매우 긍정적이에요.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는 믿음이 생겨서죠."

자가격리 기간, 부모님에게 할 말은 없느냐고도 물었다.

"여행 동안 한식, 그 중에서 뜨끈한 국밥에 깍두기 진짜 말아먹고 싶었거든요. 타향에서의 대학 생활, 군대 생활로 제대로 된 집밥이 그리웠어요. 격리 2주간은 저에게 가족 간의 행복과 기쁨,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했어요. 또 다양한 매체를 통해 건강한 사회 모습과 사회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나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자가격리 2주. 숫자로 보면 결코 길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격리 대상자가 느끼는 그 시간은 단 2초라도 힘들었음이 분명하다. '남의 중병이 나의 코뿔보다 못하다'는 옛말을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모두가 공감이 될 것이다.

"우리 스스로의 자긍심과 협동심이 필요하다"라는 조카의 말이 떠오른다. 이제 곧 정상이다. 그러나 그 어떤 정상도 한 번에 올라갈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코로나19를 통해 참으로 많을 것을 배웠고 배우고 있는 중이다.

"안코라 임파로(Ancoro Imparo!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는 이탈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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