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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10일 금요일

박대통령 탄핵심판 지연, 빤한 수법 5가지


등록 :2017-02-10 11:52수정 :2017-02-10 12:02


[그래픽 뉴스] 청와대의 ‘노골적 시간끌기’ 전략 뜯어보니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3월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최대한 탄핵심판 진행을 늦추려 하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지연 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것일까요. 왜 늦어지는 것인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지금까지 진행 상황과 청와대의 전략을 그래픽을 통해 ‘간단 요약’해드립니다.
현재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과, 검찰이 공소한 ‘최순실 재판’(서울중앙지법)은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의 발단이 바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었기 때문에 등장인물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각각 대통령 탄핵과 최씨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엄연히 다른 법정 싸움입니다.
청와대는 헌재의 선고를 늦추려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해야 인용됩니다. 1월31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종료됐고, 소장 대행을 맡은 이정미 재판관은 3월13일 임기가 끝납니다. 3월 13일 이후로 결정이 미뤄지면, 재판관 7명이 탄핵 심판을 다뤄야 합니다. 대통령 대리인단 입장에서 보면, 재판관이 9명일 때는 4명을 설득해야 했지만, 7명이면 단 두 명만 설득해도 탄핵은 무산되는 셈입니다.
대통령 대리인단으로서는 재판이 미뤄질 수록 유리한 셈입니다. 그래서 청와대 쪽은 노골적인 ‘지연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추가 증인 신청을 늘리는 것입니다. 증인이 늘어날수록,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사람도 늘어나는 것 아니냐구요? 헌재는 증인들을 신문하기 위해 ‘변론기일’을 잡아야 합니다. 이날 증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다시 기일을 정해야 합니다.
1월23일(8차 변론기일)에 대통령 대리인단은 무려 39명의 증인을 추가로 채택해 달라고 신청했습니다. 노골적인 시간 끌기 전략이었습니다. 헌재는 10명만 받아줬습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한 뒤인 2월1일(10차 변론기일)엔 앞서 기각됐던 증인들을 포함해 15명을 또 추가 신청했습니다. 7일 헌재가 8명을 받아주면서 변론기일이 22일까지 5차례 추가됐습니다. 헌재는 9·14·16·20·22일 변론기일을 잡았고 증인 신문을 이 안에 마무리짓겠다는 목표입니다. 변론기일이 끝나면 최종 심리를 하는 데 보통 2주를 잡으니까, 3월 둘째주 이후에나 결론이 나게 됩니다.
박 대통령 쪽의 내밀한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문고리 3인방’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과 안봉근 전 비서관은 헌재의 탄핵 심판이 시작된 뒤부터 잠적 상태입니다. 탄핵 심판 2차 변론(1월5일)의 증인이었지만, 나오지 않았습니다. 각종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잠적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었는데요.
2월1일 박 대통령 쪽 이중환 변호사는 바로 이 안봉근 전 비서관을 또 다시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추가신청을 했습니다. 그는 “(잠적한 안 전 비서관과) 연락이 닿는 상황”이라며 “2월14일 새 기일을 잡아주면 출석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1월5일도, 2월1일도 안 되지만 2주 뒤엔 가능한가 봅니다.
박 대통령 쪽은 최근 일정 비공개를 조건으로 특검의 대면조사에 합의했다가, 일정 노출을 핑계로 무산시켰습니다. 7일 저녁 일부 언론이 “9일 대통령이 청와대 안에서 조사받을 예정”이라는 보도를 내보내자, 대면조사 일시와 장소가 ‘특검에 의해’ 유출됐다며 다시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 겁니다. 보도가 나올 때마다 날짜를 새로 잡아야 할 판입니다.
특검은 9일 브리핑에서 “대면조사 일정을 언론에 유출한 적 없다”고 맞섰습니다. 또 “법적으로는 특검 조사 일정을 공개할 수 있지만, 대통령이 비공개를 요구했다. 대통령 대면조사가 꼭 필요한 만큼, 사전엔 비공개하고 사후 공개하는 조건은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 받아들인 것이었다. 앞으로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하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최순실씨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다루는 형사재판의 피고인이자,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판의 증인이기도 합니다. 1월9일 최씨는 헌재에 출석할 수 없다면서 “1월11일 열리는 (최순실 재판의) 2차 공판을 대비해야 한다”는 핑계를 댔습니다. 문제는 같은 날 특검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1월10일 열리는 대통령 탄핵 심판에 출석해야 한다”고 핑계를 댔다는 겁니다. 헌재에는 검찰 핑계를, 특검에는 헌재 핑계를 대며 피해간 셈입니다.
최씨는 여섯 차례나 특검 조사를 거부하다 1월25일 강제구인 되며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고 외치는 소동을 벌였죠. 이때 청소 노동자에게서 “염병하네”라는 일갈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최씨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그 소동을 계기로, 최씨가 조사를 받던 26일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검찰은 수사를 변호인 입회 하에 진행해야 하는 원칙이 있는데, 변호인이 일부러 자리를 비움으로써 검찰 수사를 방해하는 전략입니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형사재판에서 재판부에 요청해 질문 기회를 얻은 최씨는 증인으로 출석한 고영태씨에게 “신용불량 걸려 있어 통장 거래가 안됐지” “마약 전과 때문에 개명 못했잖아”라며 폭로에 가까운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고씨는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모르는 얘기” “그건 무조건 아니다”고 응수했습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과 최씨 변호인들은 ‘불륜’을 헌재 탄핵 심판의 화제로 끌어가고 있습니다. 이중환 변호사는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인 2월1일 기자들을 만나 “최씨가 고영태씨와 불륜에 빠지면서 (대통령 탄핵) 사건이 시작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씨가 재단을 통해 기업의 돈을 뜯어낸 사건’에서, ‘불륜상대인 고씨가 복수하기 위해 벌인 조작’으로 프레임을 바꿔보겠다는 의도입니다. 그 주장대로라면 최씨는 ‘불륜을 저지른 평범한 주부’가 되는 셈입니다. 세간의 관심이 불륜 등 자극적인 코드에 쏠리면,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태의 본질에서 시선을 돌리는 효과도 있습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창피한 일을 앞으로 내세우면서까지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최씨에게 미루고 최씨는 고영태·차은택에게 미루는 과정에서) 불륜을 내세워 국민들이 제대로 보지 못하게끔 눈을 흐리는 본말호도”라고 주장했습니다.
기획 정유경 이유진 기자 edge@hani.co.kr 제작 김지야 기자 kooki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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