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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6일 수요일

협상의 출발점, ‘평화적 우주개발권’


<초점>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의지 표명의 의미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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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16  1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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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1위원장, ‘평화적 우주개발권’ 강조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5월 초 새로 건설한 국가우주개발국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현지지도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의지와 핵실험 가능성을 연이어 천명하고 나선 가운데 북한이 유독 ‘평화적 우주개발권’을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5월 초 새로 건설한 국가우주개발국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현지지도하면서 “평화적인 우주개발은 우리 당과 인민이 선택한 길, 선군조선의 합법적인 권리”라고 강조했다.
14일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은 “평화적 우주개발은 국제법에 의하여 공인된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이며 우리 당과 인민은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이 권리를 당당히 행사해나갈 드팀없는 결심에 넘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거리로켓을 이용한 인공위성 발사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없고, 유엔안보리 결의 1718/1874/2094호 등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모든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2006년 1차 핵실험 직후 채택된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2006.10.14)는 북한에 대해 탄도미사일 관련 모든 활동 중지를 결정하고 있으며, 이후 결의들은 이를 재확인하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위성종합관제지휘소 시찰시 “인공지구위성 제작과 발사국으로서의 우리의 지위는 적대세력들이 부정한다고 해서 결코 달라지지 않으며, 우주개발사업은 그 누가 반대한다고 해서 포기할 사업이 아니”라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우주개발법’을 설명하면서 “우주개발 및 리용과 관련한 국제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우주활동분야에서 선택성과 이중기준의 적용, 우주의 군사화를 반대한다는 데 대한 공화국의 원칙적 립장도 천명되여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2014.3.31)
그러나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중대한 도발행위”라며 “군사적인 위협이고,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행동을 금지하고 있는 UN결의안에 대한 명백한 위반행위”라고 규정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도 14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안보리 결의들은 북한측에 탄도미사일 관련한 모든 활동 중단과 미사일 발사 중지(moratorium),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 행위 중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모든 발사는 이들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했다.
이같은 상황에 처한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는 주권국가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하면서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할 경우 핵실험이라는 고강도 대응책으로 맞서왔다.
북한이 14일 인공위성 발사 의지를 밝힌 데 이어 15일 미국 등 적대세력이 ‘무분별한 적대시정책’을 계속할 경우 ‘언제든지 핵뢰성으로 대답’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결국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는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평화적 우주개발권’과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이 상충하고 있는 셈이며, 더 근원적으로는 북한의 핵개발과 맞물려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우주개발법 제정, 국가우주개발국 설립
  
▲ 북한이 2012년 4월 내외신에 공개했던 인공위성 '광명성 3호' 1호기.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가 중점시책으로 인공위성과 로켓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1998년 광명성 1호 발사를 시작으로 인공위성 개발을 본격화 했고, 2012년 12월 인공위성 ‘광명성 3호’ 2호기를 은하3호 로켓에 실어 우주궤도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이 여세를 몰아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2013년 4월 제12기 제7차회의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우주개발법’을 채택하고 기존의 우주공간기술위원회를 국가우주개발국(NADA)으로 확대개편했다.
이어 국가우주개발국 마크를 제정하는가 하면, 평양시 룡성구역 룡궁동을 은하 로켓의 이름을 따 ‘은하동’으로 개명하는 등 우주개발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은 “우리 국가우주개발국은 나라의 경제발전에 적극 이바지하기 위하여 기상예보 등을 위한 새로운 지구관측위성개발을 마감단계에서 다그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위성개발의 새로운 높은 단계인 정지위성에 대한 연구사업에서도 커다란 전진을 이룩하였다”고 말했다.
또한 “보다 높은 급의 위성들을 발사할 수 있게 위성발사장들을 개건확장하는 사업들이 성과적으로 진척되여 나라의 우주과학발전을 힘있게 밀고나갈 수 있는 확고한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2년에 궤도에 진입시킨 인공위성 광명성 3호 2호기는 실용위성으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기 힘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혁 국가우주개발국 부소장은 지난 7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광명성 3호 2호기에 대해 “지금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도 “물론 데이터 전송에 종종 문제가 생기긴 하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인공위성 발사의 경제적 효과
따라서 지금 북한이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지구관측위성’은 보다 진전된 기술로 실용위성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은 “현 시기 우주개발은 세계적 추세로 되고 있으며 많은 나라들이 통신 및 위치측정, 농작물수확고 판정, 기상관측, 자원탐사 등 여러가지 목적으로 위성들을 제작, 발사하고 있다”며 “우리의 위성발사 역시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국가과학기술발전계획에 따르는 평화적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윤창혁 국가우주개발국 부소장은 지난 5월 28일 <AP>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은 통신위성을 개발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상위성은 농업에 효과적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재정난을 겪고 있어도 우주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8배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러시아 전략기술분석센터 전문가인 바실리 카신은 15일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의 위성발사에 대해 “국가 위상을 높여줄 뿐 아니라, 북한에 있어 미사일 기술 수출은 외화 벌어들이기에 상당한 출처가 된다”고 평했다.
그는 “북한에 있어 우주 분야 기술 수출은 상당한 이윤을 남기는 비즈니스”이며, “특히 연구원들에게 지불되는 저임금과 저렴한 재료 비용은 국제가로 상환할 때 거의 공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은하 9호’, 미국 본토 사거리에 넣을 수 있어
  
▲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시험발사의 완전성공을 지켜보았다고 5월 9일자로 보도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편,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의 발표처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 위성발사장’의 발사대는 기존 50m에서 67m로 확장돼 전장 30m의 은하3호 로켓보다 최대 두 배 크기의 로켓 발사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기술력 향상을 국제사회에서는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은하3호 로켓은 이미 1만Km 사거리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며, 은하3호보다 훨씬 큰 로켓이 개발될 경우 미국 본토 전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정권에 들게 된다.
북한은 2013년부터 은하3호 보다 훨씬 큰 은하9호 로켓 모형을 여러 차례 홍보했고, 2013년 3월 26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지금 이시각부터 미국본토와 하와이, 괌도를 비롯한 태평양군작전전구안의 미제침략군기지들과 남조선과 그 주변지역의 모든 적대상물들을 타격하게 된 전략로케트군부대들과 장거리포병부대들을 포함한 모든 야전포병군집단들을 1호 전투근무태세에 진입시키게 된다”고 엄포를 놓은 바도 있다.
‘전략적 인내’라는 사실상 무대책으로 북한 문제를 방치해온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로켓에 인공위성을 탑재해 쏘아 올리는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로켓 비행거리 뿐만 아니라 탄두 경량화 기술이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이 추가로 필요하고 북한의 관련 기술력은 아직 객관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5월초 수중에서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 동영상을 공개함으로써 북한은 ICBM 외에도 잠수함을 이용해 미국 본토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해 파문을 일으켰다.
인공위성의 이중 용도와 GPS
  
▲ 24개의 위성으로 구성된 GPS의 개념도. [자료사진 - 통일뉴스/카리스쿨]
북한의 인공위성 기술이 경제적 가치를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군사적 목적으로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이 두 측면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전지구 위치파악 시스템) 문제도 장기적인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GPS는 24개의 인공위성이 지구 주위를 6면 궤도로 돌면서 보내오는 신호를 수신해 현재 위치를 계산하는 위성항법시스템으로 미국 국방부가 1970년대부터 군사용으로 개발해 독점적으로 운용해 왔다.
GPS 기술은 무기 유도, 항법, 측량, 지도 제작, 측지, 시각 동기 등 군용 및 민간용 목적으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스마트폰에서도 사용되는 등 첨단 과학기술의 보고라 할 만하다.
북한 <노동신문>은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가 성공한 직후인 2013년 1월 7일 “GPS 분야에서 미국의 독점적 지위는 허물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자기 식의 GPS를 가지는 나라들이 더욱 늘어날 것은 명백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의 GPS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럽연합(EU)은 독자적인 GPS인 갈릴레오(Galileo)를, 중국은 베이더우(北斗, COMPASS)를, 러시아는 글로나스(GLONASS)를 개발 중이거나 보완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 GPS를 보완해 정밀도를 높인 ‘준텐조(準天頂, QZSS)’위성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가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GPS 독점권으로부터 벗어나 중국이나 러시아의 GPS를 이용하거나 이와 연계해 독자적인 GPS를 구축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임에는 틀림없다. [관련기사 보기]
‘조선이 우주개발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도전적인 <CNN> 기자의 질문에 윤창혁 부소장은 “우리의 목표는 경제발전이다. 인민들의 생활수준을 제고하는 것”이라며 정확한 일기예보는 농업발전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제적으로 투자가치가 충분하다는 답변인 셈이다.
한편, <노동신문>은 “1990년대에 있은 페르시아만 전쟁과 발칸전쟁 때 유럽이 GPS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미국이 작간을 부린 사실은 많은 나라들에 심각한 교훈을 주었다”고 지적, GPS가 상업적 문제뿐만 아니라 군사적 자주권에서도 중요성을 갖고 있음을 지적했다.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는 올해 초 ‘2015년도 3대 안보위협 예측’ 보고서에서 “관성항법장치(INS)에 GPS가 결합되면 정확도가 25% 높아지고, 재진입오차제어 등을 활용하면 60%까지 정확도가 향상된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평화적 우주개발권 문제는 핵문제와도 연계돼 있다. 북핵 문제가 없었다면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제 결의가 나왔을 리도 없다. 결국 북핵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평화적 우주개발권 문제도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평화적 우주개발권과 핵이용권
  
▲  2007년 2.13합의에 도달한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손을 맞잡았다. 9.19공동성명에 입각한 북한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상호 조율된 조치'에 합의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한겨레>에 따르면 이삼성 한림대 교수는 오는 18일 토론회 발제에서 이란 핵협상 타결을 예로 들어 “플루토늄 생산 시설은 완전 폐기하고, 대신 전력생산용 경수로와 이에 필요한 저농축 우라늄 시설의 일정한 유지를 핵심적인 내용으로 하는 이 타협은 북한의 평화적 비핵화 협상에 적용될 여지가 많다”고 지적할 예정이다.
국제기구의 감시하에 평화적 우주개발권과 핵이용권을 보유하는 것은 보통국가에게 적용되는 통상적 국제기준이다. 그러나 핵을 개발한 북한을 보통국가로 용인하는 협상을 할 수 없다는데 미국의 딜레마가 있다.
국가의 생사존망을 걸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온 북한에게 이것을 포기하라고 할 때는 그에 합당한 안전장치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국제적 감시하의 평화적 우주개발권과 핵이용권은 미국의 ‘종잇장 약속’이 뒤집힐 경우 북한이 핵무장국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가역성’을 보장하는 물적 토대가 될 수 있다. [관련기사 보기]
북한이 국가우주개발국 국장과 원자력연구원 원장을 내세워 연이틀 인공위성 발사와 핵실험을 경고하고 나선 지금이 오히려 북한과의 협상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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