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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8일 금요일

다람살라에서 보았네

다람살라에서 보았네

법인 스님 2015. 09. 18
조회수 317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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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에서 달라이라마 법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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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인파로 장사진을 이루는, 미국에서 달라이라마 법회


 나는 지금 인도 북부 다람살라 냠걀 사원에 머물고 있습니다. 티벳불교의 지도자이고 진리와 평화를 추구하는 세계인의 정신적 기둥인 달라이 라마가 설법하는 법회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법회가 열리고 있는 이 사원은 현재 티벳 망명정부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달라이 라마는 나흘간의 일정으로 6개국의 아시아 불자들에게 강론하고 있습니다. 법문을 듣는 이의 얼굴에는 연꽃과 같은 미소가 가득합니다.

  책과 방송을 통하여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적지 않게 대하였지만, 온화하고 자비로운 모습을 직접 뵙고 생생한 육성으로 지혜의 법문을 들으니 환희와 감동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분은 자상한 친절과 배려로 사람들에게 설법합니다. 법회 도중에도 촬영하느라 오랜 시간 서 있는 카메라맨에게 의자와 마실 차를 권합니다. 부상을 당하여 목발을 짚고 있는 한국 불자에게는 특별히 손을 잡아 주고 미소로 인사합니다. 늘 적절한 유머로서 긴장을 풀어주고 웃음을 선물합니다. 어떤 허세와 가식이 없이 늘 자연스러운 몸짓, 깊은 사유와 체험에서 나오는 말씀에 사람들은 번뇌와 욕망이 부질없음을 깨닫고 이웃과 자애를 나눕니다.

  달라이 라마는 다소 어려운 철학적인 논서들을 강론하면서, 왜 ‘우리 모두’는 수행을 해야 하는가, 라고 묻습니다. 그리고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사랑과 자비의 마음을 가져야 하고, 세상이 평등하고 서로 의존하여 있다는 진리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직설합니다. “너도 사람이다. 나도 사람이다. 너도 고통을 느낀다. 나도 고통을 느낀다. 그러므로 이웃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멈추고 사랑과 자비를 행하라” 종교와 국가의 울타리에 갇히지 않는 사랑과 자비의 보편 윤리가 인류의 미래를 희망으로 가꿀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곳에서 십년 넘게 공부하고 있는 한국인 스님에게 들은 일화에 온몸이 전율합니다. 어느 해 중국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인 강족의 대표자들이 달라이 라마을 방문했습니다. 그들은 중국 정부의 폭압에 분노하면서 무력으로 침공하여 티벳과 수수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이루겠노라고 결기를 세우고 허락을 구하였습니다. 그러자 오랜 시간 달라이 라마는 침묵했습니다. 무거운 침묵을 깨고 그가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불자들이지요?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부처님 경전 어느 곳에 남의 고통과 불행으로 내가 행복할 수 있다고 말씀한 구절이 있던가요?” 또 다시 깊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어느덧 그들의 얼굴에는 슬픈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곳곳에서 속울음이 터져나왔습니다. 달라이 라마도 함께 눈물을 흘리며 삼십 여명의 사람들을 하나 하나 소리없이 따뜻하게 안아 주었습니다.

  이 곳 다람살라에서 공부하고 있는 수십명의 한국인 스님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이곳 티벳 사람들은 중국인을 욕하거나 원한을 품지 않는 않는 다고 합니다. 수백만의 티벳인이 죽임을 당하고, 지금도 폭압에 시달리고 있는데 어찌 그럴 수 있는지 실로 경이롭습니다. “원한은 원한으로 소멸되지 않는다. 오직 관용과 자비로 소멸된다”는 붓다의 자비심이 티벳인 모두의 가슴에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도의 정신은 석가모니 붓다, 마하트마 간디, 암베드카, 비노바 바베, 달라이 라마를 낳았습니다. 그들은  가난해도 마음이 행복한 사람의 길, 분노와 적개심을 내려놓고 관용과 자비로 저항하며 상생과 평화를 구현하는 생명의 길입니다. 다람살라에서 이렇게 작지만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법인스님(일지암 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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