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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25일 토요일

광주 서구을, 정치 바꾸는 기폭제 될 것인가?


[격전지 르뽀] 4.29재보선, 광주 서구을을 가다 - ①
임두만 | 2015-04-25 10:04:48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4.29재보선 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둔 23일, 광주 서구을의 현지 분위기 탐색에 나섰다. 11시에 자동차가 서초IC를 빠져나왔는데 광주 도착은 오후 4시가 넘어서였다. 도중에 휴게소 2번 들르고 점심먹고 하느라 게으름을 피웠더니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하지만 이 또한 ‘기자정신’이 발동, 호남행 자동차들이 많이 쉬는 휴게소에서 귀동냥으로 광주 소식을 들어야 한다는 계획이었는데, 그 계획은 잘 들어맞았다. 생각보다 수확이 좋았다. 곳곳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거의가 선거 얘기였다.
그중 중년남자들 4~5명이 둘러앉은 자리에서 나온 얘기들…
“아따…이번에는 바꿔야 한당게”
“그르케해서 야당이 힘이 빠져불믄 여당 견제는 짠당가”
“시방 야당이 야당이당가. 여당 2중대여”
“아따…”
“그래도 정권교체를 할라믄…”
‘정권교체? 이대로 야당이라믄 절대로 못하네“
“그라믄 천정배가 한당가?”
“천정배가 못해도 야당 체질을 바꿀 수는 있어“
“그래서 어느 세월에?”
“천정배가 으째서…”
“그려도 여론 지지율이…”
“아따…문재인도 사시, 천정배도 사시, 문재인은 대통령 비서실장만 했재”
“그람…천정배는 국회의원 4선에다 법무장관했는데 깜으로 치면 문재인하고 뭐시 달러?”
“하기사…언제 광주선거가 전국적 관심을 끌기나 했어?”
“그라제…그것만도 천정배 공이여”
“그람. 후보들이 경쟁하믄 투표할 때 고를 재미라도 있응게”
여기저기서 들리는 말들을 기억 속에 저장하느라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그렇게 해서 서울에서 광주를 5시간 넘게 달려서 광주에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각 후보들의 선거 캠프가 모여 있는 풍금 사거리 부근에 숙소를 잡고 자동차를 주차시킨 뒤 본격적인 여론탐방을 위해 이른 저녁시간이지만 근처 식당에 들렀다.
“아따 시끄러서 장사도 안 되요. 언능 선거가 끝나부러야재”
이행심(56 가명)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식당 아주머니의 선거에 대한 반응이었다. 서구을 유권자인데 선거를 할지말지는 그날 가 봐야 알겠단다. 그 유권자는 여당도 야당도 무소속도 관심이 없는 무관심 층이었다. 그런데 다른 자리에서 술좌석을 갖던 일행의 대화가 들렸다.
“그란디 권노갑 일행이 노인정에서 쫓겨났다는디?”
“뭐시? 으째서?”
“노인정 노인들이 ‘여그는 뭐하러 오요? 여그 온다는 것이 그동안 잘못했당 것 아니요? 그랑게 선거 때 여그 올 생각하지 말고 평소에 잘하라고 하씨요’라고 말하며 권노갑 일행에게 면박을 줬다잖어”
“그려? 그말은 맞재. 노인들이 바른말 했구만”
“그래서 권노갑씨가 유세차에 오르기는 했는디…마이크 유세는 안 하고 인사만 했당게”
이 광경은 기자도 목격한 사실이다. 선거구 가운데서 가장 번화한 사거리는 풍암동과 금호동을 잇는 대로 사거리라 하여 ‘풍금사거리’로 부르는 교차로에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을 받은 조영택 후보의 유세차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권노갑 새정치연합 고문 일행이 도착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고문, 임채정 전 국회의장, 김옥두 전 의원 등이 조영택 후보 유세현장에 도착,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휴대전화로 촬영… 임두만 
▲유세차에 오른 권노갑 고문, 임채정 전 국회의장, 김옥두 전 의원…하지만 이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밝지가 않다. 그 내막은 바로 유세차에 오기 전 노인정 방문에서 환영받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리므로 알게되었다.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유세단을 이끄는 연사는 계속 권노갑 등 동교동계 원로들이 선거지원차 내려와서 노인정을 돌고 있으므로 곧 도착한다는 말로 청중들을 붙잡았다.
사실 청중이라고 해야 선거관계인(홍보팀 등)이고 일반 청중들은 바삐 걸음을 움직이고 있었으므로 거의 없었다고 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유세 바람잡이는 “탈당은 김대중 정신이 아닙니다”를 외치며 “하나될 때 이길 수 있습니다”의 구호를 뒤따라 외치는 등 천정배 후보의 탈당지적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권노갑씨 일행이 유세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식당 손님들 말 그대로 권노갑 고문은 유세차에 오르긴 했으나 마이크를 잡지 않았다. 이들은 그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상징적인 사건 하나에서 광주 서구을의 민심은 상당부분 파악되었다. 다음 회는 기자가 직접 만난 사람들의 생생한 선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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