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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4일 토요일

세월호 참사 1주기.. “대한민국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1박 2일 영정도보행진.. 실종자 가족 “우리도 유가족 되고 싶다”
문장원 기자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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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04  14:28:12
수정 2015.04.04  16: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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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또 다시 긴 여정을 시작했다.
4일 희생자 가족 250명과 시민 700여 명은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참사 정부 합동 분양소를 출발해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으로 향하는 1박 2일 도보행진에 나섰다.
가족들은 참사 발생 1년이 되도록 여전히 결정내지 못한 세월호 선체 인양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한편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화 시키는 정부 시행령안 폐지, 배·보상금 발표로 희생자 가족을 모욕한 것에 대한 정부의 비인간적 행위를 성토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선 것이다.
특히 이번 도보행진에서는 분향소에 있는 단원고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을 엄마와 아빠들이 직접 들고 나섰다. 오전 8시가 조금 넘어 분향소에는 상복을 입은 엄마, 아빠들이 모여, 하나 둘씩 사랑하는 아들과 딸의 영정사진을 다시 품에 안았다.
이렇게 150여 명의 아이들을 가슴에 품은 부모들은 영정사진을 어루만지며 이내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 ⓒ go발뉴스
분향소에서 나온 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시행령을 폐기하고 죽음 앞에 돈 흔드는 모욕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도보행진을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1박 2일의 도보행진이 힘든 게 아니라 참사 후 1년이 지났음에도 진상이 밝혀지기는커녕 어느 것 하나 달라진 게 없는 이 현실을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이 힘들다”면서 “하지만 이렇게 희생자들을 앞세우는 이유는 분명 다 살 수 있었는데 왜 그렇게 죽어가야 했는지 그 이유를 반드시 밝혀내겠다는 약속 지키기 위해서다. 대통령도 약속을 어기고 모든 정치인 약속 다 어겼지만 우리 엄마 아빠들은 약속 그럴 수 없어서 이렇게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비통해했다.
이어 “그런 가족들에게 희생자들 영정 앞에서 돈을 흔들며 능욕하고 모욕하는 저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이 중요한지 가르쳐주기 위해서 이렇게 앞장을 서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눈에 넣어도 이프지 않은 내 아이를 지켜주지도 못하고, 구조해주지도 못했다. 그 아이들을 가슴에 품고 도보행진에 나선다”며 “미약하지만 조사권만 있는 특별법이라도 받아들이고 진상을 규명하려고 하는데 현 정부는 그 조사권마저도 무기력하게 만드는 시행령을 내놓고 있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과 피해 가족들을 매도시키고 돈으로 반인간적 반인륜적 행태를 보이며 가족들을 내몰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게, 피해자 가족으로 사는 게, 힘없는 부모로 사는 우리 자신들이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원통하다”고 일갈했다.
전 위원장은 “이제 답변을 받으러 올라간다. 고귀한 희생자들 앞에 대한민국 정부는 책임져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 go발뉴스
아직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단원고 실종자 허다윤 양의 아버지 허흥환 씨는 “실종자 가족에게 정부의 인양발표 없는 세월호 1주기는 너무나 가혹하고 잔인하다”며 “아직도 세월호 속에 있는 9명의 사랑하는 가족을 찾아주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종자 가족이 원하는 인양은 정부의 계획과 발표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종 9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며 “실종자들은 아직도 지난 4월16일에 살아가고 있다. 대통령이 마지막 실종자까지 찾아주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고 울먹였다.
허 씨는 “실종자도 사람이다. 실종자 또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다”라며 “실종자가 아니라 저희도 유가족이 되고 싶다”라고 부르짖자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또 이날 가족들은 자신의 SNS에 선체 인양 반대 입장을 밝힌 새누리당 김진태 국회의원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영정 앞이지만 욕을 해도 괜찮겠느냐”며 다른 가족들의 양해를 구한 뒤 “김진태 의원에게 욕을 한마디 하고 싶은데 괜찮겠나”고 시민들에도 의견을 물었다.
시민들이 “괜찮다”고 호응하자 “김진태 개XX야.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말 함부로 하지 마라.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나. 평생 죽을 때까지 피눈물 흘리며 찢어지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앞서 김 의원은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맙시다. 괜히 사람만 또 다칩니다”라며 “대신 사고해역을 추념공원으로 만듭시다.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겁니다”라는 글을 올려 희생자 가족은 물론 네티즌들의 비난을 샀다.
  
▲ ⓒ go발뉴스
기자회견을 마친 가족들은 지난 2일 52명이 정부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인양, 배·보상 절차 중단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단행한 데 이어 가족 20여 명과 일부 시민들이 또 다시 삭발식을 거행했다.
아이들과 함께 도보행진에 나선 엄마, 아빠들은 4일 분향소를 떠나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에 하루 숙박한 뒤 5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열리는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며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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