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목숨을 끊기 전 인터뷰한 통화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전문에는 자신이 자원외교 의혹 수사의 대상이 된 것에 부당함을 호소하면서 이완구 국무총리 등 정권 실세들에 대해 강한 배신감을 토로한 대목이 담겨 있다. 부분적으로 공개됐던 금품 수수 내용 역시 성 전 회장이 어떤 맥락에서 폭로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이완구 총리에 대해서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며 자원외교 수사는 반기문 총장 대권을 제기하고 커지는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추정까지 내놨다.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해 관심을 모았던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의 구체적인 금품 수수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친밀한 관계임을 암시했다.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 통화 시작부터 "중요한 거는 어느 나라나 정치집단이라는 게 의리와 신뢰 속에서 서로, 어떨 때는 참 목숨까지 걸고서 정권창출 하잖아요. 신뢰를 지키는 게 정도 아닙니까"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성 전 회장은 "사실 우리 박근혜 대통령 우리가 2007년부터 모시고 했고, 또 뭐 공소시효가 지나고 안 지나고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도덕성이 중요한 거잖아요"라고 말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공소시효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이날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정치인들의 금품 수수 내용을 본격 제기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성 전 회장은 금품 수수 정치인으로 이완구 국무총리를 처음으로 꼽았다.
성 전 회장은 "사정 대상이. 사정을 해야 될 사람이, 당해야 될 사람이 거기 가서 사정한다고 소리지르고 있는 우리 이완구 총리 같은 사람, 사정 대상 사실 1호입니다"라며 "1호인 사람이 가서 엉뚱한 사람. 성완종이 살아온 거하고 이완구 살아온 거하고 쭉 보시면. 비교를 한번 해보십시오. 청문회 자료하고 성완종이 자료하고 조사한 거 다 해서. 이게 말이 되는 거냐. 국민들이 다 알고 있잖습니까"라고 비난했다.
성 전 회장 측근의 증언을 바탕으로 지난 2013년 4월 4일 부여 청양 재보궐선거 당시 이 총리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성 전 회장이 이완구 총리를 대독하고 비타500 상자를 들고 갔다는 보도 역시 성 전 회장과 경향신문의 인터뷰를 바탕에 둔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은 이와 관련해 "선거사무소 거기 가서, 내가 한나절 정도 거기 있으면서 내가 이 양반한테도 한 3000만원 주고"라며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면 참 내가 선진당으로 됐지만 그 이전에 내가 한나라당에 열심히 하려고 하는 그런 입장, 그렇게 하려고 한 사람 중에 하나"라고 토로했다.
성 전 회장은 자원외교 수사 대상이 된 것에 대해서도 "제가 볼 때는 다 제가 얘기한 게 아니라 전부 다 지방신문도 그렇고 이완구 작품이다, 이완구하고 청와대 작품이다 그렇게들 다 얘기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완구 총리와 갈등 관계에 대해서도 "옛날엔 좀 그랬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은데 갑자기 그렇게 하네요"라며 "제가 아까 전에 말씀드린 대로 성장하는 거 배 아파서 그런 거 아닌가 이렇게 보여요"라고 말했다.
이에 경향신문은 "정치적으로 회장님을 견제할 이유가 있을까요"라고 묻자 성 전 회장은 "내가 반기문을 대통령 만들어야 되겠다고 한 게 아니라, 지난번에도 얼마나 떠들었습니까. 그거 가지고. 내가 반기문하고 가까운 건 사실이고. 동생이 우리 회사 있는 것도 사실이고 우리 (충청)포럼 창립 멤버인 것도 사실이고, 사실이잖아요? 그런 요인이 제일 큰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반기문 대권설을 밀었고 영향력이 커진 것을 우려한 충청권 대권주자 이완구 총리가 정치적 욕심 때문에 자신을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14일 국회 대정부 질의 두번째 날에 반기문 대권설을 견제하기 위해 성 전 회장을 탄압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루머로 들어본 적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 노컷뉴스
 
성 전 회장은 "너무 욕심이 많아요 그 양반은...자기 욕심이. 너무 남들을 이용을 나쁘게 많이 해요. 너무, 너무 이용을 많이 해서. 그렇게 하면 안되는데 그렇게 이용을 많이 해서 사람을 많이 죽이고 그러네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 전 회장은 "저는 진짜 박근혜 대통령한테 너무 실망을 했고, 아마 나 같은 사람이 앞으로 계속 나오지 않겠나. 나같이 이렇게 희생되는 게 나 하나로 희생됐으면 좋겠어요"라며 자살을 암시했다.
성 전 회장은 이번 수사가 청와대의 조율한 결과라며 상당한 불만을 토로했다. 성 전 회장은 "저 같은 경우 수사한다고 하면 대통령 재가 없이 할 수 있습니까. 조그만 기업인도 아니고 정치인인데"라며 "내가 참여해서 정권 창출한 것은 온 시민들이 많이 알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요. 제가 하나 희생양이 됨으로 해서 깨끗한 정부, 박근혜 정부가 깨끗한 정부가 돼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어쨌든 제 작품은 너무 치졸하고, 대통령이나 청와대도 이렇게 하면 안되지요. 설령 이완구나 그런 사람이 그런다고 하더라도 부도덕하지 않으면 그렇게 하면 안되지요. 이게 기획수사이지 않습니까"라고 강조했다.
성 전 회장은 또한 "사실 서민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우리나라 재벌들이 자회사 만들어서 50억, 30억 만들어서 몇조씩 다 만들어 놓은 게 우리나라 큰 회사들 현실 아닙니까"라며 "저는 땅 한평 아파트 한채 사본 일이 없거든요. 오직 주식만 갖고 있지, 전 현금이 없어요. 이렇게 살았는데 이렇게 모함받으니까. 세상을 살고 싶은 생각이 없고"라며 검찰 수사를 맹비난했다.
성 전 회장은 자원 외교 수사와 별개로 가족들을 상대로 한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가족까지 다 뒤져서. 이념을 달리하는 사상범도, 아주 요즘 무슨 뭐뭐 마약이나 폭력범도 그렇게 안 하잖아요. 이건 마약이나 폭력범보다 더 나쁜 행위를 지금 전방위로 이렇게 하고 있고. 언론에 띄우고"라고 거듭 비난했다.
성 전 회장은 발언의 신빙성에 대해 "내가 무슨 대가를 바라고 내가 출세를 바라고 그랬으면 왜 이런 얘기 하겠습니까. 아무런 조건 없이 형편에 닿는 선에서 이렇게 하는 건데, 이건 아니지 않나. 도덕성이 제일 중요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도움을 준 부분이 있냐는 질문에 "난 그 양반이 굉장히 정치적으로 신뢰하고 의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참 잘해야지요"라고 말하고 구체적인 관련 내용을 물어보자 "아이고 뭐, 뭐, 하면 그 사람 물러날 텐데"라고 말했다.
이에 경향신문은 "(이병기 실장이 일본 대사로)일본 가 있고 그런 때인가"라고 물었지만 성 전 회장은 "아니에요. 그 사람은 안 지 오래됐으니까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 않나 싶어 보이구요"라고 입을 닫았다.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연일 성 전 회장과 접촉과 금품 수수 의혹을 부인했지만 성 전 회장은 "대선 때. 우리 홍문종 같은 경우도 본부장 맡았잖아요. 얼마나 어렵습니까"라며 "(선진통일당과)통합하고 이렇게 같이 매일 움직이고 뛰고. 그렇게 하는데 제가 한 2억 정도 이렇게 줘서. 조직을 관리하니까"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홍 의원에게 돈을 준 정황에 대해서도 "같이 사무실 쓰고 그랬으니까요. 어울려 다니고 했으니까요. 홍문종 아버지하고 잘 알아요"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마지막으로 "제일 마음이 아픈 게 제가 장학금을 2만8000명 이상 줬는데 이 장학생들이 뭐라 그러겠어요"라며 "3만명 가까운 사람이 가족이 세 가족이어도 10만명 아닙니까. 그런 사람들한테 이렇게 충격을 주고, 25년 동안에 내가 그런 사업까지 해왔는데 이런 사람을 매도해 가지고 하루아침에 잡범으로 만드는, 그게 말이 됩니까"라고 토로했다. 통화을 끊기 직전까지도 "우리 장학금 받은 학생들이 성완종이란 사람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꼭 좀 인식시켜주도록 써주십오"라고 부탁했다.
성 전 회장은 "내가 희생이 되고 죽는 한이 있어도 내 목숨으로 내가 대처를 하려고요", "나 하나로 희생하고 끝내야죠. 내가 시장에서 부도덕한 놈, 나쁜 놈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요.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라며 수차례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뜻을 암시했다. 이에 경향신문은 "마음 강하게 잡으셔야 됩니다"라고 당부했다.
성 전 회장의 녹취록 전문이 공개되면서 정치권 뿐만 아니라 여론도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금품 수수 뿐 아니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심경을 고스란히 담은 내용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의 부당함과 정권을 향한 비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당장 충청권 민심이 성 전 회장 쪽으로 기울면서 이완구 총리의 사퇴 요구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도 성 전 회장의 음성파일을 경향신문으로부터 입수하면서 발언의 내용을 기초로 본격 수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성 전 회장과 금품을 준 장소에 동행했던 측근의 증언을 바탕으로 의혹이 언론에 잇따라 제기되면서 보도 이상의 내용을 검찰이 밝혀야할 과제도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