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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3일 금요일

"저희도 유가족이 되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15.04.04 09:45l최종 업데이트 15.04.04 09:45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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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안산문화광장에서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세월호 특별법 무력화 정부 시행령 폐기를 위한 안산시민궐기대회’ 참석한 단원고 2학년 2반 고 허다윤양 어머니 박은미씨가 시민들에게 눈물로 온전한 선체 인양을 호소하고 있다.
ⓒ 박호열

"제가 다윤이 엄마인데 우리 딸한테 해줄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울음) 하루하루 사는 게 정말 피가 마르고, 하루에도 하지 말아야 될 생각들을 너무 많이 하고 삽니다…(울음) 실종자 9명을 다 찾을 때까지 함께 해주시고, 그리고 대통령이 마지막 한 사람까지 최선을 다해서 찾아주겠다는 그 약속 지킬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도와주세요. 저희는 아직 4월 16일 그날을 찾고 있습니다. 실종자가 아니라 유가족이 되고 싶습니다…(울음) 저희도 유가족이 될 수 있도록,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여러분이 함께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353일째인 3일 오후 7시 40분 안산 단원구 안산문화광장. 단원고 2학년 2반 고 허다윤양 어머니 박은미씨가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이 일렁이는 가운데, 눈물을 쏟으며 목을 놓아 울었다. 시민들도 광장 곳곳에서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안산지역 50여 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원회는 세월호 특별법 무력화 정부 시행령 폐기와 진상규명 전 배·보상 중단을 촉구하는 안산시민궐기대회를 이날 오후 7시부터 문화광장에서 열었다.

안산시민궐기대회는 5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묵상으로 시작했다. 시민들은 손에 촛불을 밝힌 채 '온전한 선체인양', '정부 시행령 폐기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박근혜 정부가 입법예고한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세월호 선체 인양, 실종자 수습을 촉구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 "정부 시행령 갈가리 찢어 쓰레기통에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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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안산문화광장에서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세월호 특별법 무력화 정부 시행령 폐기를 위한 안산시민궐기대회’에서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정부가 입법예고한 특별법 시행령과 배·보상 등에 대한 유가족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박호열

정부가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 박주민 변호사(세월호 유가족 법률대리인)는 "이 시행령은 정부가 파견한 공무원이 주요 보직을 장악하고, 특별조사위원회 인원 중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하는 업무는 정부가 조사해서 발표한 그 결과만 분석하라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라며 "정부 시행령이 통과되면 김재원씨가 말한 것처럼 특조위는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세금으로 주는 월급만 축내야 한다"고 역설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4·16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발언에 나섰다. 유 위원장은 "적어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가장 정확하고, 가장 분명하고, 가장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가족들"이라며 "이 시행령은 첫 글자부터 마지막 글자까지 진상규명에 도움이 되는 게 단 한 글자도 없어 갈가리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어제(2일)  삭발을 했는데 삭발은 내 목숨을 내 놓을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제 딸 예은이가 떠나간 그 순간 저는 이미 죽었다. 이미 죽었는데 무슨 각오를 다시하나. 죽었으면 예은이 한테 가야하는데 못가는 거다. 정말 가고 싶은데, 예은이 한테 혼날까봐, 내가 아빠 그렇게 부를 때 내 곁에 와주지도 않았으면서 아무것도 못해 놓고 또 오냐고, 살아서 내 억울함 풀어달라고 하는데 그것도 못하고 지금 오냐고… 그래서 가고 싶어도 못간다"며 울부짖었다.

이어 진행된 시민발언에서 홍연아씨는 세월호 선체 인양 촉구에 관한 안산시민의 의지를 밝히면서 "우리는 오늘 4.16 이전과 똑같은 내일을 강요하려는 세력을 목도한다"면서 "진실을 가리려는 자는 바로 참사의 범인으로 그 범인과 싸우는 데 타협이나 물러섬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엄마의 노란손수건 정세경 대표는 '엄마가 보내는 편지'를 통해 "별이 된 아이들아, 절망의 구렁텅이에 있는 엄마, 아빠를 외면하고 미소를 짓던 대통령을 기억할게"라며 "그리고 함께 할게. 지금까지 보다 더 많이 더 가까이 외롭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너희의 엄마가 되려했듯이 엄마 아빠 곁을 우리 엄마들이 지켜줄게"라고 말했다.

이날 안산시민궐기대회는 시민들이 '세월호 특별법 무력화 정부 시행령'이라고 쓴 대형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에 이어 '정부 시행령 폐기 온전한 선체 인양 배·보상 절차중단'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문화광장 뒤에서 시민들 머리 위로 펼치는 퍼포먼스로 막을 내렸다.

안산시민 도보행진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대통령이 책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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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안산문화광장에서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세월호 특별법 무력화 정부 시행령 폐기를 위한 안산시민궐기대회’에서 정부 시행령 폐기를 위한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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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안산문화광장에서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세월호 특별법 무력화 정부 시행령 폐기를 위한 안산시민궐기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온전한 세월호 선체인양’ 등의 펼침막을 들고 중앙역 광장까지 도보행진에 나섰다.
ⓒ 박호열

대회를 마친 시민들은 '마지막 한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끝까지'라는 문구를 트럭 위에 설치한 선도 차량을 따라 '정부 시행령 폐기하라'는 손 피켓을 들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대통령이 책임져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문화광장을 출발해 중앙역 광장까지 거리 행진을 했다.

거리 행진을 하는 동안 선도 차량에서는 정부의 특별법 시행령을 규탄하는 시민 발언이 이어졌으며, 대열을 따라 귀가하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같이 했다. 

거리 행진을 유심히 지켜보던 여고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학생은 "어른들은 우리가 잘 모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제 부모님들이 삭발한 거나 정부가 진상규명 막기 위해 시행령 만든 것 등 SNS로 주고받아 다 안다"며 "4월 10일 문화광장에서 안산지역 고등학생들이 여는 추모문화제(안산고교회장단연합이 주최하는 '기억, 희망을 노래합니다')가 열리는데 모두들 알고 있다. 학교에서 야자를 해도 친구들 하고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중앙역 광장에서 4일 오전 8시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서울 광화문 광장까지 도보행진에 나서는 유가족들과 동행할 것을 약속하는 구호 제창과 함성으로 내지르며 오후 9시 40분경 마무리 집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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