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262] ‘명복’과 ‘애도’
기독교인인 친구한테서 질문이 들어 왔다. “나는 기독교인인데 ‘명복을 빕니다’고 쓰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었다. 뭐라고 답을 할까 조금 망설였다. 왜나하면 우리나라엔 존대법의 압존법처럼 상대방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 많기 때문이다. 죽은 이(망자)가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그렇게 써도 무방하지만 기독교인이라면 꺼리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저승에 해당하는 말로 명부(冥府)나 유명(幽明)·음부(陰府)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많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만 들어 보았다. 각 단어는 각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주로 불교나 도교적인 것이 많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고 하는 말에는 저승에서의 평화로운 안식을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는데, 불교(도교)적인 색채가 짙은 말이다.
그래서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등과 같이 써도 무방하다고 답을 해 주었다. 이러한 표현들은 종교를 초월하여 사용이 가능한 말이다. 명복(冥福)이 ‘죽은 뒤에 저승에서 받는 복’ ‘명부(冥府·사람이 죽은 후 염라대왕의 심판을 받는 곳)’ 등의 개념이 불편하면 다른 어휘를 사용하는 것도 삶의 지혜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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