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한무 기자 chm@vop.co.kr
- 발행 2024-07-07 20:07:48
7일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오늘 오후 4시 30분경에 사측과 유족은 합의서를 작성하고, 대표이사가 정문 앞 분향소와 4일째 단식 중인 고인의 어머니를 방문해 애도와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유족은 대표이사에게 “이번 일을 계기로 회사가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공정뿐 아니라 회사 전체적으로 산업안전관리를 철저히 점검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전주페이퍼도 “사망 사고 관련 유족과 원만한 합의를 이루고, 지연됐던 고인의 장례 절차를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빈소는 전남 순천의료원에 마련된다.
이번 합의는 전주페이퍼의 자체 재조사 직후 이뤄졌다. 이날 전주페이퍼는 사고 현장에서 황화수소를 측정했다. 전주페이퍼와 대한산업보건협회의 측정기 통해 4ppm가량의 황화수소가 검출됐다.
유족과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황화수소 노출에 따른 사망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무색 악취의 기체인 황화수소는 인체에 유해한 독성 가스다. 노출 시간과 농도에 따라 호흡곤란과 어지럼증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재조사에서 검출된 황화수소 농도는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나, 고인이 황화수소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달 22~23일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사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참관한 조사에서는 황화수소가 검출되지 않았다. 당시 조사를 둘러싸고 전주페이퍼의 사건 은폐 의혹이 일었다. 조사가 시작되기 하루 전 회사가 사고 발생 현장의 탱크와 배관을 청소한 것이다. 회사는 사고 당시 환경을 복원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으나,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날 재조사에는 유족과 민주노총은 참석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조사 절차와 형식, 방법에 대한 논의 없이 전주페이퍼가 재조사를 강행했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노동부와 경찰 등 유관기관도 참관하지 않았다.
사고 발생 이후 전주페이퍼는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지난 2일 회사 대표이사는 유족과 면담에서 ‘왜 일을 이렇게 크게 키우냐, 불편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계속된 합의 불발로 고인의 어머니는 지난 4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한 상태였다.
유족과 회사가 합의에 이르긴 했으나, 진상규명 조사를 계속될 전망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을 진행 중인 가운데, 노동부와 경찰이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이날 재조사에서 황화수소가 검출된 점을 언급하며 “유족은 회사가 진상조사 및 사고원인 규명을 성실히 이행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6일 전주페이퍼 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A(19) 씨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겼다. A 씨는 물량 조절로 6일간 멈춘 기계를 혼자 점검하던 중 의식을 잃었다.
A 씨는 평소 지병이 없었고, 입사 당시 받은 건강검진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사망진단서에는 사인이 ‘원인 불명’으로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순천의 한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현장실습을 거쳐 지난해 12월 전주페이퍼에 입사했다. 이후 3개월간 수습 기간을 거쳐 올해 3월 정식 직원이 됐다. 지난 5월부터는 새로운 부서로 배치받아 생산라인을 점검했다.
사고 이후 발견된 A 씨의 노트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단·장기 계획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오전, 오후, 심야 근무 등 4조 3교대로 일했던 A 씨는 업무 전후로 경제 공부와 독서, 운동 계획을 짜놓고 있었다. 첫 번째 우선순위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라고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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