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역할’을 되물은 언론, 총파업 비판에 힘 쏟는 언론 나뉘어
선우정 조선일보 논설위원 “법과 원칙을 무기로 거대 권력과 다시 한판 붙은 모습에서 ‘윤석열다움’ 느껴”
한겨레 “툭하면 고발장 던지는 대통령실” 조선 “야권이 의혹 부풀려 입장 달라진 것”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이 14일째를 맞은 가운데, 정부의 태도는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업무개시명령서를 송달받고도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운송사와 화물차주에 대해서는 확인 즉시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요구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지난 6일 정부는 화물연대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서는 기업을 지원하겠다고까지 밝혔다. 

7일 아침신문 보도는 정부의 초강경 대응을 비판하며 정부의 ‘역할’을 되물은 언론과 화물연대 총파업 비판에 힘을 쏟는 언론으로 나뉘었다. 이 가운데 조선일보는 기사, 칼럼, 사설에서 적나라하게 총파업을 비판했다. 논설위원은 “법과 원칙을 무기로 거대 권력과 다시 한판 붙은 모습에서 ‘윤석열다움’을 느낀다”고도 했다. 

▲ 7일 한겨레 4면 사진 갈무리.
▲ 7일 한겨레 4면 사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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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정부의 ‘역할’을 되물은 언론, 총파업 비판에 힘 쏟는 언론 나뉘어

한겨레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명의의 ‘개입’ 공문을 입수해 보도했다. 

국제노동기구는 2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민주노총이 제기한 문제와 관련해 즉시(immediately) 정부 당국에 개입(intervene)했다”며 “관련 협약에 나오는 결사의 자유 기준과 감시감독기구 입장을 (한국 정부에) 상기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가 보낸 서한을 ‘외교 문서’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국제노동기구가 한국 정부에 보낸 공문에서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결사의 자유 침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 7일 한겨레 아침신문 갈무리.
▲ 7일 한겨레 아침신문 갈무리.

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 명의의 개입 공문을 보면, “국제노동기구 감독기구는 운송서비스 및 유사한 부문의 업무복귀명령이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간주하고, 평화적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에 대해 형사 제재를 가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다”고 명시돼 있다. 기사는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법과 원칙’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가 국제협약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국제노동기구의 ‘개입’ 사실이 알려진 이후, 정부는 그 의미를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화물연대 피해 기업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지원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4면 기사에서 “노동자 파업 등을 이유로 기업이 과도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 이른바 ‘노란봉투법’까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의 손배 청구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사설에서는 정치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설은 “지금 정부의 태도를 보면 화물연대를 무릎 꿇리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듯하다”라며 “그렇게 ‘백기 투항’을 받아내 정부가 ‘승리’를 거머쥐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과 국민의힘의 ‘색깔 공세’를 지적하며 “파국을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국회가 나서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윤 대통령도 사회 통합을 바란다면 좀 더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 7일 한겨레 사설 갈무리.
▲ 7일 한겨레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도 꽉 막힌 노·정 대화를 국회가 나서서 풀어야함을 강조했다. 사설에서는 “국정을 책임진 입장에서 진정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국가 경제를 걱정한다면 노조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 노·정 대화가 막혀 있다면, 국회가 나서는 게 당연하다”며 “여당은 야당의 제의를 받아들여 즉각 중재에 나서는 한편 안전운임제 안착 방안을 논의하는 게 옳다”고 했다. 

1면에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은 30년차 화물기사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30년차 화물기사 조동현씨(51)의 트레일러 앞면에는 “법과 원칙에 의한 강제노역 차량입니다. 안전운임제 폐지와 유가보조금 폐지에 겁먹은 차주가 운전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7일 경향신문 지면 갈무리.
▲ 7일 경향신문 지면 갈무리.

국제칼럼에서는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가 한국 정부와는 다른 영국 정부의 파업 대응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11월 영국 대학노조 파업은 역대 최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의 개입은 없었다. 칼럼은 “대처 정부 이후로 노조의 영향력이 위축된 영국이지만 영국 정부는 파업과 노사분쟁에 있어서 노조와 사용자 간 협상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도 라동철 칼럼에서 정부의 강경 대응을 비판했다. 칼럼은 “그런데도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 파업’ ‘정치 파업’으로 규정하고 공권력을 총동원해 화물연대로부터 항복 문서를 받아내겠다고 작심한 것 같다.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정당한 활동까지도 불온시해 탄압하던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며 “화물연대 파업은 후속 조치 이행에 손을 놓다시피 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이제라도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7일 국민일보 칼럼 갈무리.
▲ 7일 국민일보 칼럼 갈무리. 

반면, 조선일보는 1면, 칼럼, 사설 모두에서 민주노총의 파업행위를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 ‘“제발 좀 살려달라” 파업 불참 기사의 절규’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제목의 “제발 좀 살려달라”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공유한 비조합원 화물 기사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 메시지 내용을 인용한 것이었다. 기사는 “파업에 동조하지 않은 동료 기사들을 향해 저주와 욕설을 퍼붓는 현수막을 내거는가 하면, 쇠구슬에 라이터·마이크까지 집어던지고, 일부 조합원은 파업 도중 불법 도박을 벌이다 적발되기까지 했다”며 파업 동력이 약해진 민노총이 갈수록 난폭해진다고 비판했다. 

▲ 7일 조선일보 1면 기사 갈무리.
▲ 7일 조선일보 1면 기사 갈무리.

이어지는 4면 기사에는 ‘“일하는XXX들다, 길바닥서 객사해라” 조폭같은 민노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고, 해당 면의 제목은 ‘민노총 정치파업’이었다.

▲ 7일 조선일보 지면 갈무리.
▲ 7일 조선일보 지면 갈무리.

“법과 원칙을 무기로 거대 권력과 다시 한판 붙은 모습에서 ‘윤석열다움’을 느낀다”는 주장도 나왔다. 선우정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윤 대통령이 어쩌다 대통령에 올랐다고들 한다”라며 “윤 대통령이 조국 수사, 울산 수사, 원전 수사를 연이어 시작한 것은 권력의 기(氣)가 정점을 모르고 치솟을 때였다. 좌파의 민낯을 사법 증거로 폭로했고 20년 집권론을 5년 만에 끝냈다. 어쩌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국 정치사에 이런 승부사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윤 대통령에게 포용하고 양보하고 협치하라고 한다. 하지만 국민이 승부사 윤석열을 대통령 자리에 앉힌 본질은 다르다고 본다”며 “최근 민노총과 대결하는 윤 대통령을 보면서 그의 진가를 오랜만에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 법과 원칙을 무기로 거대 권력과 다시 한판 붙은 모습에서 ‘윤석열다움’을 느낀다는 것”이라고 했다. 

▲ 7일 조선일보 선우정 칼럼 갈무리.
▲ 7일 조선일보 선우정 칼럼 갈무리.

중앙일보는 1면 기사에서 “민노총이 총파업을 강행했지만 파급력은 거의 없었다”며 “화물기사가 속속 복귀하면서 대오에 균열이 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파업 개시일을 전후로 민주노총의 대오가 뭉치기는커녕 오히려 무너지는 모양새라면서, “‘총파업’ 날이 일터에서의 ‘총노동’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날짜가 된 듯하다”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아울러 총파업 불참 현상에 대해 “일선 산업현장의 노조가 이런 민주노총의 명분에 동의하지 않거나 반대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를 지원하는 전위부대 역할을 거부한 것이고, 정부의 법과 원칙에 기반을 둔 대응에 물리력으로 맞설 생각이 없다는 얘기”라고 해석했다. 

▲ 7일 중앙일보 1면 갈무리.
▲ 7일 중앙일보 1면 갈무리.

동아일보도 1면 기사 ‘민노총 전국 총파업 강행 주요 사업장 대부분 불참’에서 같은 사안을 전했다. 오피니언면에서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독과점 시장서 가격 올리겠다는 격”이라고 주장하는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을 인터뷰 했다. 김대환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독과점 기업이 소비자를 무시하고 물건값 올리듯이, 독과점 시장에서 운임을 올려달라고 하는 것이 이번 집단운송거부의 본질”이라고 했다. 

▲ 7일 동아일보 지면 갈무리.
▲ 7일 동아일보 지면 갈무리.

국민일보는 1면에 ‘화물연대 파업 직격탄 현장르포’라는 소제목으로 르포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A사는 최근 공장 가동을 절반으로 줄였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출하를 하지 못하면서 제품을 쌓아두는 공간이 꽉 찼기 때문”이라며 “지난달 24일 이후 모든 게 멈춰섰다. 화물연대 파업 이후 이곳을 드나든 컨테이너 차량은 한 대도 없었다. 그사이 물류 창고는 80% 넘게 재고로 채워졌다”고 했다. 

한겨레 “툭하면 고발장 던지는 대통령실” 조선 “야권이 의혹 부풀려 입장 달라진 것”

대통령실이 6일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무속인 ‘천공’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방송인 김어준씨를 고발했다. 

이에 한겨레는 ‘툭하면 고발장 던지는 대통령실, 스스로를 돌아봐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치적 해법 찾기를 건너뛰고 곧바로 법적 대응으로 넘어간 대통령실의 행태도 볼썽사납긴 마찬가지”라며 “이를 대통령 지휘를 받는 수사기관에 고발해 처벌하겠다고 나서는 순간, 대통령실의 대응은 정치를 포기한 권력의 비판 옥죄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대통령은 각종 비판과 의혹 제기에 최대한 열린 자세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실이 먼저 할 일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하는 것이지, 고발 남발이 아니다. 대통령 관련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수사로 겁박해 틀어막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고발을 철회하기 바란다”고 했다. 


▲ 7일 한겨레 사설 갈무리.

반면, 조선일보는 5면 기사에서 “대통령실은 그동안 법적 조치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최근 야권이 익명의 제보 등을 이용해 ‘믿거나 말거나’식 의혹을 부풀리자 입장이 달라졌다”며 “여권에선 “지난 9월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당시 MBC 자막 논란 이후 대통령실이 허위 폭로에 대해 ‘강력 대응’으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짜 뉴스를 방치하면 정부 신뢰가 바닥부터 침식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