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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5일 목요일

[살며 사랑하며] 다른 언어 배우기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입력 : 2022-12-16 04:05


우리가 사는 이 지구에서 2022년 현재 사용되고 있는 언어 종류는 정확히 7151개라고 한다. 언어 정보를 수집해 제공하는 웹사이트 에스놀로그에서 낸 집계 결과다. 가장 많은 이들이 모국어로 쓰는 언어는 중국어(만다린)이고,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는 영어다. 그렇다면 가장 많은 종류의 언어를 쓰는 나라는? 바로 파푸아뉴기니다. 한 국가 안에서 쓰는 언어가 자그마치 840개라 한다. 한 아티클에 따르면 이 나라 부족들은 분쟁 조정을 잘하기 위해 서로의 언어를 배우게 됐고, 그 결과 각각의 세계관과 사유 체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서로의 세계를 인정하니 부족들의 언어도 남는 법. 다른 언어를 배우고 지켜준다는 것은 이처럼 타인의 세상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방법인 셈이다.

언어는 단지 부족과 나라를 가로지르는 민족학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직종과 상황을 가로질러 달라지기도 한다. 기자로 일할 땐 야마, 와꾸, 하리꼬미처럼 일본어투의 표현들이 직업을 입 밖으로 드러나게 했다. 공학 분야로 넘어와서는 한글로 발음을 옮기는 것조차 어색한 영어 단어들이 한국어 조사 ‘을 를 이 가’의 앞에 붙어 쓰였다. 영어 개념을 한국어로 적확하게 옮기는 것은 학자들의 중대한 의무이지만 많은 경우 원어를 그대로 활용해 버리곤 해 벌어진 일이다. 그러다 투자업계로 옮겨왔다. ROI, KPI, PER 같은 줄임말로 고도의 소통 효율을 높이니 더할 나위 없이 혼란하다. 배우는 데 한참 걸린다.

특정 업계의 말을 익히는 것은 상대와 잘 협업해 훌륭한 결과를 만들기 위한 전제인 동시에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뉴스 속 주요 집단들은 상대 언어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심지어 그 집단의 고유한 표현을 써서 설명해 줘도 모르쇠다. 갈수록 폐쇄적인 부족이 돼가는 집단을 가만히 보며, 역으로 소수 언어들이 소멸되지 않게 할 영감을 얻고 있다. 좋든 싫든, 모든 현상에는 배울 점이 있다.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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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78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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