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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2일 금요일

바람에 밀려온 파도는 녹색 페인트다

 [현장] 금강 하굿둑 덮친 독조... "그 많은 정치꾼 다 어디로 갔나"

21.07.02 21:34l최종 업데이트 21.07.02 21:34l


  투명카약을 타고 들어간 곳마다 녹조가 가득했다.

▲ 투명카약을 타고 들어간 곳마다 녹조가 가득했다. ⓒ 조수남

금강 하굿둑에 막힌 강물이 초록빛이다.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에 창궐하던 녹조는 세종, 공주, 백제보의 수문이 개방되면서 흘러내린 오염물질이 쌓여 더 심해진 것이다. 농민도 낚시꾼도 녹조로 가득한 물로는 살지 못하겠다고 아우성친다. 그런데도 하굿둑의 수문은 도통 열릴 기미조차 없다.
 
그제보다 어제가, 어제보다 오늘 녹조가 더 짙다. 이대로 가다가는 '녹죽'밭이 될 지경이다. 그런데도 금강의 제4보라 불리는 하굿둑이 열리지 못하고 있다. 취재하는 도중에 강변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하나같이 녹조 이야기뿐이다. 그 맑던 물이 왜 이 지경이 되고 그 많던 물고기가 다 어디로 갔느냐고 하소연들이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된 기사를 보고 많은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방송사부터 언론사까지 어디로 가야 녹조를 취재할 수 있냐는 것. 더 황당한 전화도 받았다. 자신이 녹조를 없애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 만나자는 제의부터 녹조 영상을 보내 달라는 요구까지 수많은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관련 기사: 거대한 녹조 공장.. 이 물로 농사지어도 될까)
 
지난 1일 이른 아침부터 금강 하굿둑으로 향했다. 연이틀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조수남 작가도 일찍 도착해 있었다. 사진은 빛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일기예보와 다르게 바람도 강하게 불고 하늘도 우중충하다. 햇볕이 없어 사진이 잘 나올지 모르겠다는 걱정을 하면서도 서둘러짐을 옮겨 강변으로 이동했다.
 
충남 서천군 길산천과 만나는 조류관찰대 앞에 도착했다. 어제보다 더 짙은 녹색 강이다. 일회용품부터 농자재, 공사장 자재까지 둥둥 떠다니는 강물은 역한 냄새부터 풍겼다. 녹조가 썩으면서 비릿한 악취가 진동하는 것이다. 다리 위쪽 하천변에는 벼도 자라고 있다. 강물을 퍼 올려 경작하는 논이다.
 
녹조의 정확한 명칭은 남세균(사아노박테리아, cyanobacteria)이다. 남세균은 간독성을 일으키는 마이크로시스틴 등 다양한 독성이 있다. 4대강 사업 후 녹조가 창궐하면서 해당 지역에 비알콜성 간질환이 늘었다는 논문도 있다. 선진국에서는 에어로졸에 의한 인체 유입이 심각하게 연구되고 있다. 농작물이나 물고기를 통해 독성 피해를 받을 수도 있다.
 
"물고기가 살 수도 없을 거여"
 
 금강 하굿둑에 핀 녹조.
▲ 금강 하굿둑에 핀 녹조. ⓒ 김종술
     
이곳에 낚시꾼이 산다. 인근에 산다는 낚시꾼은 나이가 많아서 낚시 말고는 마땅히 할 일도 없다고 한다. 다리 아래쪽에 텐트를 쳐놓고 해 질 녘까지 이곳에 있다가 저녁이면 퇴근을 하고 아침이면 다시 출근한다. 10여 개의 릴 대에 큼지막하게 떡밥을 달아 던지고 물고기가 잡힐 때까지 시간을 보낸다. 누치는 개에게 삶아주고 가끔 큰 고기가 잡히면 먹기도 하고 나눠 주기도 한다.
 
어제까지 물고기를 잡지 못했다고 투덜거리던 그의 얼굴이 오늘은 밝다. 오늘은 고기 좀 잡았나 보다. 평소 안면이 있어서 인지 커피부터 끓인다. 그런데 맑은 생수나 수돗물이 아닌 것 같다. 통에 담긴 물이 연녹색이다. 어르신의 성의를 생각해서 티 내지 않고 마셨다. 오늘은 고기를 좀 잡았는지 물었다.
 
"잡았지, 잡았어. 근데 붕어나 잉어는 안 나와. 먹지도 못하는 누치 몇 마리 잡았어"라며 잡은 고기를 넣은 살림망을 보라고 한다. 땅바닥에 꽂아둔 낚싯대가 휘면서 입질이 왔다. 느릿느릿 릴 줄을 감아올리는데 손바닥만 한 누치가 올라왔다. 잡은 물고기를 놓칠까 조심스럽게 살림망에 고기를 넣고 앉으면서 한마디 한다.
 
"예전에는 참 물이 맑았는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몰라. 그때는 물고기도 많아서 하루 낚시에 한 자루씩 잡아갔는데 요즘은 누치 저것들만 올라와. 장어도 참게도 잉어도 붕어도 다 죽어 버렸는지 보이지 않으니. 하긴 녹조가 저렇게 끼었는데 물고기가 살 수도 없을 거여."
 
어르신의 하소연을 들으며 차에 실어 온 투명카약을 내렸다. 녹조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하굿둑 가까이 다가갔다. 죽처럼 엉겨 붙었던 녹조가 노를 저어 나가면서 갈라졌다 다시 합쳐진다. 바람에 밀려 쌓인 곳에서는 떡처럼 찰진 녹조가 투명한 카약에 달라붙는다. 그나마 강 중앙은 녹색 알갱이가 보일 정도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농사지어 수매하면 누가 먹을지도 모르고"
 
 서천군 길산천 하천변 경작지.
▲ 서천군 길산천 하천변 경작지. ⓒ 김종술

신성리 갈대밭과 만나는 원산천 합수부에는 황포돛배 선착장이 있다. 이 또한 4대강 사업과 함께 들어온 곳이다. 그러나 이곳도 녹조가 가득했다. 심한 냄새가 진동하는 물속에는 죽은 새와 야생동물도 보였다. 사체가 썩어가면서 구더기가 끼고 파리가 잔뜩 달라붙었다. 그러니 이런 곳을 찾아올 사람도 없을뿐더러 왔다고 하더라도 유람선을 탈 사람도 없을 것이다. 풍악을 울려야 할 황포돛배는 움직이지 못하고 매일 문을 닫고 휴업 중이다.
 
서둘러 웅포대교 쪽으로 이동했다. 부여군 양화면 농경지에 유입되는 농수로의 녹색 물빛을 보고 차량을 세웠다. 녹조가 가득한 물이 수로를 타고 흐르다 논으로 들어갔다.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도 3만m²(9천 평)나 되는 벼농사도 짓고 있는 조수남 작가가 말문을 열었다. 녹조가 뒤섞인 강물이 논으로 유입되는 것이 안타까웠는지 긴 한숨을 쉬어가며 말문을 이어 나간다.
 
 부여군 양화면 농경지에 유입되는 농수로.
▲ 부여군 양화면 농경지에 유입되는 농수로. ⓒ 김종술
 
"와 이곳은 심각하네요. 우리 논은 저수지에서 보내준 물로 농사를 짓는데 이렇지 않아요. 우리 논에는 그냥 맑은 물이에요. 예전 녹조에 대해 몰랐을 때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녹조에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그냥 넘어가기 힘드네요. 이렇게 농사지어서 수매하면 누가 먹을지도 모르고 끔찍하네요. 다 우리 식탁에 오를 것인데..."
   
전북 익산시와 충남 부여군을 연결하는 다리가 있는 이곳에는 수상레저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강 아래쪽을 살피기 위해 다리에 올랐을 때 정박해 있던 보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트는 빠르게 때론 거칠게 강물을 휘저었다. 스크루에 갈라진 녹색 강물이 파도처럼 출렁거리며 춤을 췄다. 선착장 주변에 밀려든 녹조를 밀어내는 것이다. 한참이나 강물을 이리저리 휘젓던 보트가 정박하자 흩어졌던 녹조는 이내 다시 뭉쳤다.
 
"세상이 바뀌면 좀 좋아질 줄 알았더니"
 
 군산시 나포면 강변 선착장에 핀 녹조.
▲ 군산시 나포면 강변 선착장에 핀 녹조. ⓒ 김종술

군산시 나포면 나포리로 이동했다. 걸쭉한 녹조에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바람에 밀려온 파도는 녹색 페인트다. 주변에 나무를 주워 담갔다가 뺐더니 색이 덧칠해졌다. 이곳은 겨울철 가창오리 군무를 찍는 작가들 사이에 손꼽히는 장소다. 강변에 물고기를 잡는 선착장도 있고 어부의 보트도 정박해 있는 곳이다. 낡은 선착장은 말끔하게 손질돼 있었으나 물고기를 잡아야 할 보트는 자전거도로 주변에 올려놓았다.
 
이곳의 녹조는 어느 정도일까. 강폭이 1km가 넘으니 육안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다. 다시 드론을 띄웠다. 150m 정도를 올렸지만 강폭이 커서 그런지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드론을 건너편 제방까지 날리면서 바라본 강물은 온통 녹색이다. "녹조라면 믿을까요?" 동행하고 있는 조수남 작가에게 물었다. 온통 녹색 빛이니 녹조라고 믿기도 힘들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녹조가 많아서 통발이 안 보이네요."
"어차피 먹지도 못하는 물고기는 뭐 한다고 잡냐."

 
 금강 하굿둑부터 부여군 웅포대교까지 뒤덮은 녹조.
▲ 금강 하굿둑부터 부여군 웅포대교까지 뒤덮은 녹조. ⓒ 김종술

차량에 실린 투명카약을 싣고 와서 드론을 띄우는 우리가 궁금했는지 주변 정자에 앉아 웅성거리던 댓 명이 몰려들었다. 살짝 혀가 꼬인 것으로 보아 한 잔씩 하신 모양이다. 한 사람은 물속에 넣어 놓았다는 통발을 찾는다고 강변을 왔다 갔다 서성거린다. 통발을 놓고 실랑이를 하던 사람이 갑자기 정부를 비난했다.
 
"아니 뭐 세상이 바뀌면 좀 좋아질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네요. 하굿둑 좀 열어주면 예전처럼 물고기도 잡고 살 수 있는데 왜 안 열어 준대요. 옛날에는 황복도 잡고 장어도 넘쳐나던 곳인데요. 김 양식도 하고요. 녹조가 이렇게 피어서 사람도 못살 지경인데요. 곧 선거철인데 그 많은 정치꾼 다 어디로 갔는지 코빼기도 안 보여요."
 
취중인지 넋두리를 풀어 놓는다. 금강변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그가 보기에는 하굿둑 하나 열지 못하는 정치권이 한심했나 보다. 물그릇을 키우면 그에 비례해 물이 깨끗해진다는 4대강 환상론도 깨졌다. 그런데도 수문을 열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다. 썩은 물을 존치해야만 돈이 생기고 권력에 힘이 붙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처럼 술 취한 사람들의 안줏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이 녹조의 정확한 명칭 남세균은 맹독을 뿜는다. 간세포를 파괴하여 두통, 열, 설사, 구토, 등을 일으키고 간질환을 비롯해 만성피해를 일으킨다. 4대강 사업이 끝난 짧은 기간에 낙동강, 영산강, 금강 지역에서는 간질환이 늘어났다고 한다. 해결책은 쉽다. 물이 흘러 교란이 생기면 녹조는 사라진다. (세종·공주·부여) 금강과 영산강의 수문이 개방되고 이후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태그:#4대강 사업, #녹조, #남세균, #금강 하굿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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