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21년 7월 5일 월요일

[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토지주택은행을 신설하자

 정부의 역할을 심판에서 시장조정자로 확장해야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발행2021-07-06 07:12:07 수정2021-07-06 07:12:07

민주당의 대선경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내년 3월초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이제 세간의 관심은 각 당의 대선후보 선출에 쏠릴 것이다.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경제, 그 중에서도 부동산이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14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대세상승이 아직 꺾이지 않았으며, 그로 인한 양극화 등 사회적 폐해가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극심하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승리하려는 후보와 당은 부동산 공약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심판에서 균형 잡힌 시장조정자로

건국 이래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조세, 금융, 택지공급, 청약 등의 정책수단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개입해 왔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었고, 주기적인데다 진폭도 매우 큰 부동산 시장의 가격급등락에 대한 정부의 대응수단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젠 정부의 역할을 심판에서 균형잡힌 시장조정자로 확장할 때가 되었다. 가칭 토지주택은행(LHB)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할 것이다. 토지주택은행의 기본 아이디어는 정부 등의 공공이 출자하여 토지주택은행을 신설하고, 이 토지주택은행이 토지(예컨대 LH와 지방공사 등이 개발한 신도시 및 택지개발지구의 토지 등) 및 주택(예컨대 재건축 및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이 매각하려는 공동주택의 일반분양분)을 매수한 후 이를 매각·임대하여 부동산 유통시장의 안정적 관리 및 조절을 꾀하고 국민리츠 등을 통해 주주가 된 시민들의 자산 및 소득증대를 노리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는 시민들.ⓒ제공 : 뉴시스

물론 토지주택은행이 직접 토지 및 주택을 매수하여 소유자가 되는 방식도 있고, 리츠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토지 및 주택을 매수할 수도 있다. 시민들은 국민리츠의 주주가 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토지주택은행에 탑승할 수 있다.

만약 토지주택은행이 설립된다면 가격 급등기에 토지주택은행 혹은 토지주택은행이 대주주인 리츠가 소유한 주택 등을 시장에 투사해 시장을 안정시키고, 경제쇼크 및 정부정책(예컨대 주임사 혜택 폐지로 인해 시장에 쏟아져 나올 수 있는 매물들)등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급락할 때 최후의 매수자 역할을 수행해 시장변동의 진폭을 줄이는 게 가능하다. 부동산과 금융과의 관계, 금융과 실물과의 관계를 감안할 때 토지주택은행은 경기조절 기능과 위기관리 기능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불로소득의 공유화 &
신도시 개발사업 및 정비사업의 대안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속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의 구조적 불가피성을 전적으로 부인하는 건 난점이 있다. 관건은 가격 상승의 과실을 부동산 소유자가 독식하지 않고 전 국민이 고루 분배받는 것이다.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가 과세를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전 국민이 기본소득의 형식으로 공유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토지주택은행은 모든 국민이 국민리츠의 주주가 됨으로써 부동산 불로소득을 배당의 형식으로 공유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또한 토지주택은행은 신도시 개발사업 및 정비사업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 동안 신도시는 택지를 분양받은 건설사와 수분양자가 천문학적 불로소득을 전유했다. 서울 등의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의 경우 분상제의 혜택을 일반 수분양자가 부동산 불로소득을 독식하는 구조다. 만약 토지주택은행이 직접 혹은 리츠를 통해 LH로부터 신도시의 택지를 매수해 임대 및 분양하고,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의 일반분양분을 조합과의 협상을 통해 일괄매수 후 시장가격으로 임대한다면, 신도시 개발 및 정비사업 시에 발생하는 천문학적 불로소득 중 상당부분을 사회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동시에 입지가 우월한 위치의 토지와 주택을 공공이 소유함으로써 시장에 마찰 없이 개입할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3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합동 tv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이낙연·추미애·김두관·이광재·최문순·정세균·이재명·양승조 후보. 2021.07.03ⓒ국회사진취재단

지금의 토지은행은 한계가 명백

물론 이미 대한민국에는 토지은행이 있다. 토지은행이란 2009년 ‘공공토지의 비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동법에 근거해 2010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내에 설치된 토지은행 계정을 말한다. 이러한 토지은행은 정부가 국가 기반시설인 도로나 철도의 건설계획을 하는 경우 높은 지가로 인해 천문학적인 건설비용이 발생하였는데 사전에 토지를 취득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토지은행이 비축하는 대상토지는 ①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 ②토지시장의 안정을 위한 수급조절용 토지, ③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에 따라 조성된 매립지 및 매립예정지, ④그밖에 토지비축위원회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토지에 불과하다. 또한 토지은행은 재정상의 한계가 뚜렷하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곳곳에 존재하는 빈집, 빈터, 도심공동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은행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모쪼록 이번 대선에 토지주택은행 신설을 약속하며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후보가 등장하기 바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