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본관. [사진-국정원 제공]
박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본관. [사진-국정원 제공]

국가정보원은 23일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을 1차 조사하게 되어 있는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탈북민센터)를 2014년 명칭 변경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이날 통일부 출입기자들을 초청해 "오늘 행사는 국정원 창설 60주년을 맞아 국정원 보호센터가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고 있다는 것을 언론과 국민 여러분께 보여 드리기 위한 자리"라며, "(국정원 직원들도 접근이 어려운) '가급 국가보안시설'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2014년 이후 우리가 해 온 일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탈북민센터'는 지난 2008년 12월 국정원 수사국 소속의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로 개관했으나 2014년 국정원이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던 화교출신 유우성씨를 증거 조작으로 간첩으로 조작하려던 사건을 계기로 그해 7월 수사국에서 차장 산하의 별도조직으로 분리해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됐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행정조사와 간첩혐의 수사가 철저히 분리되었다는 것. 탈북민센터에서는 수사 착수도 금지하고 간첩 협의를 적발했을 경우에 바로 수사부서로 이첩하는 등 수사업무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 제7조 3항) 및 시행령(제12조)에 따라, 탈북민 해당 여부와 비보호 사유 등을 조사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입국한 탈북민 대상의 '조사'와 '임시보호'가 탈북민센터의 주 업무인 셈.

박지원 국정원장이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시설을 기자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사진-국정원 제공]
박지원 국정원장이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시설을 기자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사진-국정원 제공]

먼저, 북한국적의 탈북민 외에 중국국적의 조선족, 북한국적으로 중국체류가 허가된 거류민증을 소지한 조교(朝僑), 재북 화교(華僑), 중국 한족 등 외국 국적자는 탈북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국내 연고가족이 있을 경우 인계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법무부에 넘겨 조치하고 있다.

또 조사과정에서 항공기 납치, 마약거래, 테러, 집단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와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위장탈출 혐의자 등의 범죄사실이 드러나면 '비보호 탈북자'로 분류해 그 결과를 통일부장관에게 통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통일부장관은 이를 근거로 정착금 지급과 주거지원 등에서 '비보호 탈북자'를 제외할 수 있다. 

국정원은 이 과정에서 2010년 황장엽 암살을 기도한 북한 정찰총국 공작원 3명을 비롯해 지금까지 11명의 탈북민 위장간첩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또 조교와 재북 화교, 한족 등 탈북민에 해당하지 않는 입국자도 2008년 이후 지금까지 총 180여명 적발하는 등 본연의 임무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탈북민 조사과정에서 인권 침해요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사역량과 인권감수성을 동시에 강화해 2014년부터 조사 및 보호의 전 과정을 '인권보호' 중심으로 대폭 개선했다고 국정원은 강조했다.

과거 생활과 조사가 한 공간에서 진행돼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던 '생활조사실'은 완전히 없애고 남녀로 구분한 생활실을 제공한다. 사진은 해외 입국 고위층 등 조사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사용하게 하는 특별생활실이다.  가족 생활이 가능한 침대와 전자렌지, 미니세탁기 등이 구비되어 있다. [사진-국정원 제공]
과거 생활과 조사가 한 공간에서 진행돼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던 '생활조사실'은 완전히 없애고 남녀로 구분한 생활실을 제공한다. 사진은 해외 입국 고위층 등 조사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사용하게 하는 특별생활실이다.  가족 생활이 가능한 침대와 전자렌지, 미니세탁기 등이 구비되어 있다. [사진-국정원 제공]

조사의 모든 과정에서 투명성을 제고했다고 했다.

탈북민이 입소한 직후 국내 연고 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국내 입국 및 센터 입소' 사실을 알리고 통화를 하도록 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조사 시작 전에 조사의 법적 근거와 목적(보호결정 판단용), 내용(신원확인 및 탈북경위), 기간(최장 90일)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조사과정에서 법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인권보호관' 제도를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보호관은 여성탈북민이 80%를 넘는 상황을 감안해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 복수로 추천받아 위촉하며, 이들은 탈북민에 대한 조사 전후 각 1회씩 면담하고 집단상담도 병행한다.

변호사 출신인 안서영 4대 인권보호관은 "1주일에 한번 정해진 날 출근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상담 업무를 한다"며, "센터 내의 모든 탈북민을 상담하는데, 가족법 관련 사항과 브로커 비용에 관한 상담 등이 주로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2020년부터는 만19세 미만의 미성년 탈북민에 대한 조사시 부모나 친인척, 동반 입국자 등 '신뢰관계인'이 동석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2018년 2월 북한이탈주민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조사기간도 최장 180일에서 90일로 단축했으며, 주말과 야간 조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했다고 소개했다.

피복과 생필품을 지원하는 생황용품지원실. 남녀 27~29종 50여점의 품목이 제공된다고 한다. [사진-국정원 제공] 
피복과 생필품을 지원하는 생황용품지원실. 남녀 27~29종 50여점의 품목이 제공된다고 한다. [사진-국정원 제공] 

국정원은 특히 과거 생활과 조사를 병행해 논란이 되었던 '생활조사실'은 완전히 없앴으며, 당사자가 동의하거나 요청을 할 경우 조사과정을 녹음·녹화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조사 전과정이 투명해졌다고 강조했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입국후 탈북민센터에서 7,600여명이 조사받았으며, 이들의 평균 조사기간은 5~10일, 임시보호기간은 60여일이다.

한편, 박지원 원장은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에 대해 "국정원의 입장은 폐지가 아닌 존치·개정"이라며, "실정법에 따라서 간첩을 잡는 것이 국정원의 일이고 국정원이 유관기관과 공조하여 간첩을 잡지 않는다면 국민이 과연 용인하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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