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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3일 수요일

[단독] 코로나19 접종 이상반응에…인과성 심의기준 더 엄격 ‘역행’

 등록 :2021-06-24 04:59수정 :2021-06-24 07:23

 
질병청, 올 3월 심의기준 개정으로
‘그레이존’ 보상영역에 설자리 좁아져
자료불충분 의료비 ‘지원’도 8건 그쳐

전문가 “근거 부족해 인과 모른다면
인과성 불인정 말고 보류해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증가함에 따라 이상반응에 대처하기 위한 타이레놀 등 아세트아미노펜 약품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지난 21일 서울의 한 약국 입구에 타이레놀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증가함에 따라 이상반응에 대처하기 위한 타이레놀 등 아세트아미노펜 약품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지난 21일 서울의 한 약국 입구에 타이레놀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백신 예방접종 뒤에 나타난 이상반응과 예방접종 사이의 인과성을 인정하고 보상을 해주는 ‘심의 기준’이,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되면서 더 엄격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개발돼 위험도 평가가 완전하지 않은 백신을 대규모 인구에 접종해야 하는 만큼 인과성 인정 범위를 더 넓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컸지만, 정부가 되레 역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3일 공개한 ‘예방접종 피해보상 심의 기준’ 자료를 보면, 질병관리청은 올해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된 뒤에 피해보상 심의 기준을 일부 개정했다. 심의 기준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이상반응과 접종과의 관련성을 5가지로 분류하되, ①관련성이 명백한 경우 ②개연성이 있는 경우 ③가능성이 있는 경우 세 항목에 포함되면 보상 대상으로 삼았다. ④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와 ⑤명확히 관련성이 없는 경우 두 항목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올해 개정된 부분은 보상 대상의 ‘마지노선’인 ③항목의 정의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는 시작점인 ④항목의 정의다. 우선 ③항목의 정의가 종전엔 ‘다른 이유로 인한 결과와 백신 접종으로 인한 개연성이 동일한 수준으로 인정되는 경우’에서 ‘다른 이유보다는 예방접종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로 더 엄격해졌다. 이에 대해 질병청 관계자는 “올해 3월25일 열린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회의를 거쳐 심의 기준을 다듬은 것”이라며 “문안만 바뀌었을 뿐 실제 심의는 개정 전과 다를 것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발생한 이상반응이 백신 접종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애매모호한 상황이 곧 그레이존(회색지대)인데, 심의 기준 개정으로 이전엔 ③항목에 포함될 수 있던 사례가 ④항목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생겼다”며 “그레이존이 보상 대상 영역에서 설 자리를 찾기 힘들어진 것은 명확하다”고 짚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은 새로 개발되어 예상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그레이존에 대한 인과성 인정 범위를 전보다 더 넓히고 적극적으로 보상하는 것이 맞는데 질병청이 외려 반대로 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제한적 범위의 임상 단계에선 알아내지 못했던 희귀한 부작용들이 대규모 접종을 거치면서 확인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화이자는 심근염이라는 부작용이 나온 게 그런 사례다.


심의 기준에서 ④항목인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도 일부 개정됐는데, 이 역시 회색지대가 인과성을 인정받는 데 되레 ‘장벽’을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④항목의 정의는 종전 ‘접종 뒤 이상반응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적 근접성이 떨어지고, 백신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불명확한 경우’에서 ‘시간적 개연성이 있어도 백신과 이상반응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거나(④-1),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④-2)’로 바뀌었다. 다만 지난 5월에 ‘자료 불충분’(④-1)에 대해서 ‘보상’ 대신에 최대 1천만원까지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한 점이 좀 더 포용적으로 바뀐 부분이다.


김윤 교수는 “중증 이상반응 원인이 백신 때문인지 아닌지 근거가 부족해 모르는 사례를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근거 자체가 불충분한 사례라면 차라리 인과성 여부 판단을 보류하고, 별도의 지원 체계를 만드는 게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열린 18차 피해조사반 회의가 열리기까지 ④-1항목으로 분류돼 치료비 지원 대상이 된 중증 이상반응 신고 사례는 모두 8건뿐이다. 이상반응과 백신과 인과성이 인정돼 보상 대상이 된 사례는 전체 사망신고 224건 가운데 1건, 중증 신고 238건 가운데 3건에 그쳤다. 이와 별개로 아나필락시스는 230건이 신고돼 72건이 인정됐다.


최하얀 서혜미 기자 chy@hani.co.kr


[화보]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은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1000678.html?_fr=mt1#csidxf2c6e53f1584f70b04af7fe06e90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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