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21년 3월 24일 수요일

‘검찰주의자’들이 그동안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에 찬성했던 이유

 강석영 기자 

발행2021-03-24 19:07:52 수정2021-03-24 19:07:52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 직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하면,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게 된다)”이라고 발언한 것과 달리,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가 검찰개혁의 완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는 2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개혁 입법 평가 연속 토론회―검찰개혁 현황과 과제’를 진행했다.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는 2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개혁 입법 평가 연속 토론회―검찰개혁 현황과 과제’를 진행했다.ⓒ참여연대

발제에 나선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홍익대 법학과 교수)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검찰개혁의 걸림돌로 지목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검찰청법 개정안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이른바 6대 중요범죄에 대해 검찰의 수사개시를 허용하고 있다.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범위가 넓어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확대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 조항이다.

오 소장은 “수사권이 질적으로 충분히 축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수사권 그 자체보다 오히려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요건의 강화가 (수사권 축소 측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어 보일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의 일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인정했지만,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상당히 넓은 영역에 남겨둔 결과, ‘수사권 조정’보다는 ‘수사권 분점’에 가까운 구도가 됐다. 검찰 수사권의 중점 이전을 의미할 뿐 검찰권의 ‘분리·분산’이라는 검찰개혁의 실제적 영역에 이르지 못한 것”이라고 짚었다.

문무일·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이른바 ‘검찰주의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인 이유는 직접수사권이 보장돼 사실상 검찰의 권한유지가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오 소장은 지적했다.

오 소장은 “적어도 검찰 내부에서는 그간의 개혁 입법이 검찰조직의 기본적 이해관계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았던 것”이라며 “검찰의 반발은 검찰이 더는 타협하거나 양보할 수 없는 지점에 검찰개혁 논의가 이르렀다는 점을 시사한다”라고 강조했다. ‘중수청 폐지는 검찰 폐지 시도’라며 윤 전 총장이 공개적으로 반발한 뒤 사퇴하자, 일선 고검장 등 검찰 수뇌부도 뒤이어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의를 표명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3.04ⓒ정의철 기자

검찰은 직접수사의 총량을 줄이면서도 직접수사가 가능한 주요 영역을 전문화하는 방식으로 수사권 조정 이후를 대비했다고 오 소장은 분석했다. 중수청 신설 제안에 윤 전 총장이 부패범죄 대응 역량을 강화하자며 반부패수사청, 금융수사청, 안보수사청 등 전문수사청 세 곳을 설립하자고 역제안한 것이 대표적이다.

오 소장은 이를 ‘중점 검찰청’ 제도로 설명했다. 이 제도는 특정 검찰청이 해당 분야 사건을 전문적으로 담당해 수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발간한 문재인 정부 2년 차 검찰보고서는 이 제도와 관련 “문제는 해당 분야의 수사를 자신의 소속·관할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갖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검찰조직 내에서 분야별로 분산된 전문수사 조직이 검찰총장 예하에 그 수족으로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이 제도를 통해 검찰은 과거 중수부 또는 현재 특수부와 유사한 기능을 하면서도 더 확장되고 심화한 전문성을 지닌 조직을 갖추게 된다”라고 평가했다.

오 소장은 “이른바 ‘검찰주의자’들에게 검찰개혁은 시대에 맞는 검찰조직의 재편, 조직의 효율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보인다”라며 “문재인 정부 초기 외부에서 검찰개혁에 찬동하는 듯 보였던 조치들이 실상은 검찰의 권한유지를 위한 내부적인 선택과 집중 현상이었을 수 있었다”라고 꼬집었다.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2020.05.19ⓒ김철수 기자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조직’을 분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오 소장은 강조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기능 분리는 어렵다. 검사가 공소제기를 위해서 일정한 범위를 조사 활동이나 수사 결과 확인을 수사라고 한다면, 이런 의미의 수사 기능 없이는 공소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쟁점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유지할 것인가, 보완 수사의 범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이 논해지고 있지만, 검찰 자체의 수사 인력을 둘 것인가, 만일 둔다면 어느 정도의 인력으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 것인가가 실제 문제 영역”이라고 말했다.

수사-기소 분리 방안으로 최근 여당의 중수청 신설 제안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사권 조정의 안착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지미 민변 사법센터 검찰개혁 소위원장은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수사, 기소 분리의 당위성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구체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어떻게 분리할 것인지, 즉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별도의 조직을 신설할 것인지, 경찰에게 수사권을 모두 넘길 것인지 등은 장기 과제로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수청 도입 제안을 들으면 ‘자치 경찰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건가’라는 질문이 따라온다”라며 “경찰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면 권한이 집중될 수 있으니 완전한 자치 경찰을 통해 지방으로 경찰 권력을 분산하자는 것이다. 검찰개혁과 경찰개혁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