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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1일 일요일

[단독]“포스코인터, 한 해 2천억원 미얀마 군부 통제 기업에 준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입력 : 2021.03.22 06:00 수정 : 2021.03.22 08:14


양국 시민단체 ‘99개 기관 관련된 군부 카르텔 지도’ 제작 

조계사에서 “미얀마에 민주주의를” 재한 아시아 불자들의 모임이 2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김기남 기자" style="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none; outline: none 0px; vertical-align: top; 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transparent; display: block; max-width: 710px;">

조계사에서 “미얀마에 민주주의를” 재한 아시아 불자들의 모임이 2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김기남 기자

가스공사와 석유·가스 개발사업…2018년 대금 2192억원
롯데호텔도 군 부지서 사업…시민들 “사업 중단” 목소리
포스코인터내셔널 측 “수익금, 국책은행·재무부에 지급”
 

포스코, 한국가스공사, 롯데호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와 직간접적으로 수십개의 투자 사업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얀마 시민사회와 임시정부는 한국 기업들이 군부의 시민 학살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군부와의 합작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경향신문은 21일 미얀마 시민단체 ‘저스티스 포 미얀마’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가 만든 ‘포스코를 통한 미얀마 군부 카르텔 지도’를 입수했다. 카르텔 지도에는 포스코를 중심으로 군부의 사업과 연결된 광산, 은행, 연금기금 등 세계 각국 99개 기관들도 포함됐다.

미얀마 군부와 한국 기업들의 사업 지도를 시민단체가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전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는 미얀마국영석유가스회사(MOGE)와 함께 2004년부터 미얀마 슈웨(Shwe) 가스 개발 사업을 벌여왔다. MOGE는 토머스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이 표적 제재를 촉구할 정도로 미얀마 군부의 핵심 자금줄로 꼽힌다. 미얀마국영석유가스회사(MOGE)는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다시 군부 통제에 놓이게 됐다.

미얀마 시민단체 ‘슈웨 가스 무브먼트’ 등은 한국 기업의 투자로 진행된 이 가스 개발 사업 과정에서 지역주민 강제이주, 토지몰수, 강제노동, 성폭력 등 미얀마군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8년 한 해에만 1억9400만달러(2192억원)를 미얀마에 석유가스사업 대금으로 냈다. 생산한 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 등에 팔아 지난해 474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중국 윈난성까지 771㎞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일대일로 사업에도 관여했다. 이것 역시 MOGE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포스코는 미얀마 군부소유 기업인 미얀마경제홀딩스(MEHL)와 포스코강판(C&C)을 합작회사로 세워 미얀마 군의 소수민족 학살에 재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롯데호텔은 양곤의 군 소유 땅에 5성급 호텔 사업도 벌이고 있다. 이외에도 스웨덴 국가연금펀드인 AP1, 호주 철강기업 블루스코프스틸, 프랑스 은행 크레디트에그리콜 등이 포스코를 통해 미얀마 군부와 연계됐다고 ‘저스티스 포 미얀마’는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한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포스코가 주도하는 라카인주의 슈웨 가스 개발에 참여하던 미얀마 기술자 60여명은 지난 15일부터 업무를 중단한 채 민주화 시위에 나가기 시작했다고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가 전했다. 롯데호텔양곤 노동자들도 지난 5일 사측에 e메일을 보내 “미얀마 군부와 하는 사업을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미얀마 임시정부(CRPH)는 지난 5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에게 공문을 보내 군부가 지배하는 MOGE에 가스판매대금을 내지 말라고 요구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20여년간 이어진 미얀마 정부와의 계약에 따라 진행하는 사업으로 정권과는 무관하며 정권교체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수익금도 미얀마 국책은행이나 재무부로 지급되어 군부와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포스코강판은 “인권 이슈가 해소될 때까지 MEHL에 배당하지 않고, 필요하면 사업관계 재검토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미얀마 군부와 사업을 중단하는 초국적 기업들이 늘고 있다. 프랑스전력공사는 지난 19일 ‘인권 문제’를 이유로 미얀마 샨주에서 진행하던 15억달러(1조7000억원) 규모의 수력발전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호주 에너지기업 우드사이드도 지난달 27일 “미얀마에서의 사업 중단을 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의 기린맥주는 지난달 5일 미얀마 군 복지기금으로 쓰였던 미얀마경제홀딩스와의 합작투자사업을 접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3220600005&code=940100#csidx0541a62666ea928bb66bee4ba145d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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