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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1일 일요일

[단독] 박형준, “실거주용”이라며 아들에게 산 엘시티 1년여 비워두다 올해 3월 입주

 


“거주 목적” 해명과 안 맞아...“부인 화랑에서 지냈다”더니 왜 1년 동안 공실로?

강경훈 기자 qa@vop.co.kr
발행 2021-03-21 13:25:17
수정 2021-03-21 17: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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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로 선출된 박형준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부산시장 후보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후보 수락 인사를 하고 있다. 2021.03.04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로 선출된 박형준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부산시장 후보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후보 수락 인사를 하고 있다. 2021.03.04ⓒ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해 4월 부산 해운대 고가 아파트 ‘엘시티’를 매입한 지 1년여 동안 집을 비워뒀다가 올해 3월에서야 입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민중의소리’ 취재에 따르면 박 후보는 아들로부터 엘시티 ‘로얄층’으로 불리는 B동 3호 라인을 매입한 시기는 작년 4월이었으나, 입주 시기는 그로부터 11개월이 지난 이달 초였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작년에 매입해 올 3월 입주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비워뒀다가 이번에 입주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도 “실제 집에 들어간 건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지난 17일 박 후보가 “앞으로 평생 살겠다고 생각하고 산 집”이라며 실거주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과 배치된다. 박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도 지난 18일 한 언론에 “실거주 목적으로 구입해 지난해 4월부터 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박 후보의 실입주 시기가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이 제기되던 시점인 올해 3월이라는 점, 배우자 화랑 집무실에서 거주하며 주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직접 들어가 살려고 마련했다는 아파트를 왜 1년여 동안 비워뒀는지는 의문이다.

해당 아파트는 박 후보의 배우자 명의로 아들에게서 21억1천500만 원에 1억 원의 프리미엄(웃돈)을 얹어 매입한 것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에 따르면 당시 박 후보 부부가 매입한 곳과 비슷한 수준의 3~4호 라인 17~19층 75평형 분양권 프리미엄은 2억6천~3억7천만 원 선이었다. 박 후보가 매입한 아파트 매물의 현재 호가는 41억 원 선에 형성돼 있다. 지금 되팔면 20억 원 가량의 차익이 발생한다.

또한 박 후보는 작년 12월 15일 예비후보 등록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배우자 조모 씨가 운영했던 ‘OO화랑’ 주소를 실거주지로 기재해서 제출했다. 박 후보 역시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2015년까지 민락동 롯데캐슬 아파트에 거주했고, 이후 5년은 방 하나짜리 화랑 위에 집에서 부부가 살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곳은 박 후보의 배우자가 운영하다가 2019년 아들에게 넘겨준 전시 공간으로 일반적인 주거 공간으로 보기 어렵다. 건물 용도도 주거지가 아닌 ‘근린생활시설’로 돼 있다. 박 후보가 직접 살았다고 언급한 꼭대기 층은 과거 언론에 배우자 조 씨의 집무실로 소개된 적이 있다.

엘시티를 아들로부터 구입한 이후 오랜 기간 비워둔 데 대한 해명도 석연치 않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그 시기에 입주가 쉽지 않았다. 기반시설이 들어서지 않는 문제 등 여러 가지 제반 사정들 때문에 많은 분들이 최근부터 입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엘시티 정식 입주가 시작된 시점은 2019년 12월부터이며, 기반시설은 작년 4월경 대부분 갖춰졌다. 그 시기부터 상당수 주민들이 입주하기 시작했다. 현재 들어서지 않은 것은 상가 일부와 수영장 등 위락시설이다.

이처럼 해명한 지 몇 시간 뒤 박 후보 측은 “작년 가을쯤 이사를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선거에 출마하게 되면서 경황이 없어서 이사를 못했다”며 “당내 경선이 마무리될 즈음 짐부터 옮겨놓고 3월 초에 완전히 이사를 하게 됐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작년에 매입한 이후 경황이 없어서 이사를 못했다고 하면서, 경선 이후 본 선거가 임박해 더 바빠진 시점에 갑자기 이사할 여유가 생겼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

박 후보 측 설명을 종합하면 2015년 민락동 아파트에서 나와 5년여간 배우자가 운영한 화랑에 거주했고, 올해 3월에 엘시티에 실입주한 것이 된다. 2015년은 엘시티 최초 청약이 이뤄지던 시점이기도 하다. 또한 2015년 민락동 아파트에서 나왔다고 했으나, 국회의원을 지내던 2016년 재산신고 때엔 민락동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 등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가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혜 분양과 투기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힌 이후 해운대해수욕장 일대를 둘러보는 모습. 2021.03.17.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 등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가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혜 분양과 투기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힌 이후 해운대해수욕장 일대를 둘러보는 모습. 2021.03.17.ⓒ뉴시스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은 최근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건을 계기로 재조명됐다. 이는 엘시티 시행사인 청안건설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이 특혜분양 명단을 작성해 로비 명목으로 정관계 유력 인사들에게 엘시티 분양권을 낮은 가격에 넘겨줬다는 의혹이다.

이는 지난 2017년 부산참여연대 등이 고발해 세상에 알려졌으나, 검찰은 작년 11월 고발 대상 43명 중 이 회장의 아들과 하청업체 사장 등 2명만 기소하고 나머지 41명은 ‘성명불상’ 불기소 처분했다. 이를 두고 “유력 인사의 정체를 감추려는 것이 아니냐”며 면죄부 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주범인 이 씨는 특혜분양 의혹과 별개로 회삿돈 705억 원을 빼돌리거나 가로채고, 정관계 인사들에게 5억 원 가량의 금품 로비를 한 혐의로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6년형을 확정받았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최근 부산경찰청에 엘시티 특혜분양을 위한 별도의 명단이 있었다는 진정서가 접수됐고, 더불어민주당 측은 박형준 후보 부부가 매입한 집도 특혜분양 리스트에 포함됐던 것인지 밝혀져야 한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박 후보는 아들이 최초에 해당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한 것과 관련해 19일 “최초 분양받은 사람은 1965년생 이모 씨이고, 부동산 소개로 아들이 분양권을 샀다. 어떤 특혜나 비리, 불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강경훈 기자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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