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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8일 월요일

검찰 수장은 꼭 ‘검사’여야 할까…정치권 일각서 나오는 비검사 총장론

 


법무·검찰개혁위도 “검찰총장 임명 다양화” 권고, ‘현실적으로 어려워’ 회의론도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1-03-08 19:20:44
수정 2021-03-08 19: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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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자료사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로 후임 인선 작업이 본격화된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는 비검찰 출신 총장도 논의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이 될 이번 총장은 남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하고, 관련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제 식구'인 검찰 출신보다는 오히려 비검찰 출신인 총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 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 5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 '비검찰 출신 검찰총장'에 대한 질문을 받자 "비검찰 출신 검찰총장이 이제 나올 때도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8일 민중의소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 이유에 대해 "차이는 있겠지만, 검찰 출신(총장)의 경우 '검찰 조직 논리'를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이지 않았나. (이번 검찰총장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비검찰 출신 총장이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의원들이 여럿이다. 이들은 차기 검찰총장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정부의 개혁 기조를 이해하면서도 검찰 내 뿌리 깊은 관행과 조직이기주의를 타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검찰도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의미에서 윤 전 총장을 임명했지만, 윤 전 총장이 편파 수사, 불공정 수사, 제 식구 감싸기 등 검찰의 오랜 잘못을 시정하지 않고 나간 것 아닌가"라며 "다음 총장은 편파 수사, 불공정한 수사의 관행을 끊을 수 있는 개혁적인 총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검찰이 제대로 개혁을 하려면 검찰 내부의 제 식구 감싸기 등 반복되는 관행을 끊어낼 수 있어야 한다"며 "적임자가 있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겠지만, 비검찰 출신 총장도 검토할 만한 가치는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검찰청법으로도 '비검찰 출신 총장' 가능
법무·검찰개혁위도 검찰 폐단 시정 위해 비검찰 출신 총장 권고했으나
"임기 말이라 부담될 수도", "2년 임기 내 검찰 장악 쉽지 않을 듯" 현실론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현행법상으로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검찰청법 27조에 따르면, 검사 외에도 판사나 변호사 등으로 15년 이상 일한 경력이 있으면 총장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총장의 임명 자격을 폭넓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회)에서도 검찰 개혁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비검찰 출신 총장 임명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현직 검사에서 바로 검찰총장으로 임명됨에 따라 검찰총장은 국민의 이익보다는 검찰 조직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 검찰 조직 내부의 비위를 제대로 척결하지 못하는 폐해가 발생했고, 모든 국민이 염원하는 검찰 개혁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진단하며, 비검찰 출신의 검찰총장을 그 해법으로 제시했다.

위원회는 다양한 출신의 검찰총장이 임명될 경우 "검찰 조직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거나 검찰 내부의 비위를 은폐 축소하는 '제 식구 감싸기' 등의 폐단을 시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윤 전 총장 사퇴 이후 어수선한 검찰 조직을 안정시킬 수 있는 내부 장악력이 필요하다는 점과 정권 임기 말 정치적 부담감을 높이는 인선이라는 점에서 비검찰 출신 총장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는 회의론도 있다.

한 의원은 "검찰 출신이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이 된 상황이니 (검찰) 외부에서 총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검찰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면서도 "집권 초기에는 (비검찰 출신 총장 임명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위험 부담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또 다른 의원은 오히려 검찰 개혁을 위해서라도 검찰 출신의 총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아직도 검찰이 잘못된 수사 관행을 버리지 못하는 게 많고, 엘리트 의식으로 인해 자기 식구 감싸는 게 많다. 그런 것을 개혁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고, 조직 내 신망도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검사 출신이 아닌 사람이 (총장의 임기인) 2년이라는 기간 동안 검찰 조직을 장악하기 쉽지 않다. 사실상 총장이 역할을 못 하고 왕따를 당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총장이 검사들에게 휘둘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법무부는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9명으로 구성되는 추천위는 법무부 검찰국장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비당연직 위원 4명은 대검 검사급 이상 검사로 재직했던 법조인 1명과 각계 전문 분야의 비법조인 3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3명 이상의 검찰총장 후보를 추천해야 하며, 법무부 장관은 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후보 중 1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대통령은 해당 제청자를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면 검찰총장 임명이 마무리된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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