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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3일 금요일

지휘권 발동한 추미애 vs 인정 못한다는 윤석열, 누구 말이 맞나?

 강경훈 기자 qa@vop.co.kr

발행 2020-10-23 16:20:25
수정 2020-10-23 17: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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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라임 로비 의혹 등과 관련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한 것을 두고, 윤 총장과 검찰 내부에서 ‘위법·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은 ‘위법·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시비를 가리려면 쟁송(소송)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우니 수사지휘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결과적으로 추 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받아들이는 효과를 가져오긴 했지만, ‘부당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윤 총장의 태도는 국정감사를 지켜본 국민들에게 찜찜함을 남겼습니다.

윤 총장을 특정 사건 수사지휘에서 배제하는 추 장관의 지휘권 행사는 과연 위법·부당한 것인지, 법률과 과거의 지휘체계 경험에 비춰 문답 형태로 정리해봤습니다.

질문)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위법·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답변)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 범위를 규정한 ‘검찰청법 8조’입니다. 해당 법률 조항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질문) 그렇다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법적으로 문제없는 것 아닌가요?
답변)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배제’가 법률에 명시된 장관의 ‘지휘·감독’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해석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추 장관은 총장 수사지휘권 배제도 장관의 정당한 지휘권에 해당한다고 보는 반면, 윤 총장은 총장의 수사지휘를 전제로 장관이 총장을 한정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질문) 법률 해석이 충돌한다면, 그동안 이런 논쟁이 없었나요?
답변) 현실에서 논쟁의 필요가 없었습니다. 과거엔 정치권력과 검찰권력이 충돌하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검사 출신 청와대 민정수석, 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이 사실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관계였으므로, 정치권력의 의중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규제하는 식의 지휘권 행사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질문) 과거 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특정 사건을 수사하지 말라고 지휘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답변) 그런 일은 비일비재했습니다. 철저한 상명하복에 의해 암묵적으로 이뤄졌으니 겉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입니다. 과거 법무부 장관은 매일 아침 검찰로부터 개별 사건을 보고받고 강제수사 여부뿐 아니라, 수사 개시 등과 관련해 일일이 수사지휘를 했습니다.

질문)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 지휘를 거부한 경우는 전혀 없었나요?
답변) 통상 면담 보고 단계에서 이견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보통 검사 선배인 법무장관이 권력으로 검찰총장을 찍어누르는 식으로 정리가 됐습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난 정치권력과 검찰권력의 충돌 사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채동욱 찍어내기’ 사례가 대표적이었죠. 박근혜 정부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에 의지를 갖고 있던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를 문제 삼아 망신주기를 하고 감찰을 지시해 채 전 총장이 스스로 옷을 벗게 했었습니다.

질문) 채동욱 전 총장 사례처럼 정치권력이 총장을 노골적으로 찍어누르면 되지 않나요?
답변) 그런 방식은 이번 정부 핵심 과제인 검찰개혁 기조와도 맞지 않습니다. 검찰개혁의 여러 과제 중 하나가 법무부의 ‘탈검찰화’입니다. 법무부 탈검찰화를 실현하고, 검찰에 대한 정치권력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 법무부 장관은 과거처럼 검찰총장으로부터 개별 사건에 대한 보고도 일일이 받지 않는다는 원칙에 기초해 민주적 통제 차원의 최소한의 지휘권 행사만 하고 있습니다.

질문) 최소한의 지휘권 행사 범위를 넘어 위법·부당한 지휘권 행사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답변) 검찰의 시각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관행에서는 이러한 충돌이 없었기 때문이죠. 관행과는 달라서 이례적인 건 맞습니다. 그러나 관행에 어긋나기 때문에 위법·부당하다는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질문) 이번 사안에서 최소한의 지휘권 행사가 필요한 근거는 무엇인가요?
답변) 라임 로비 의혹의 경우 윤 총장의 수사지휘 적절성과도 연관된 사안이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해당 의혹 사건에 대한 총장의 개입이 배제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진위는 불분명하지만, 라임 로비 의혹 리스트에는 여·야 정치인들과 검사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해당 의혹과 관련한 보고가 대검찰청 반부패부를 거치지 않고 서울남부지검장이 검찰총장에 직보하는 형태로 이뤄졌고, 이에 따라 검찰총장의 선택적 수사지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입니다. 해당 리스트의 진위 여부는 물론 여·야 정치인들이 모두 거론된 의혹에 대한 윤 총장의 취사선택 여부를 규명하는 일도 필요한 상황이 됐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질문) 윤 총장은 자신이 ‘장관 부하가 아니다’는 논리로 추 장관 지휘의 부당함을 역설하는데요?
답변) ‘부하’라는 말 자체가 봉건적 사고에 근거한 것인 만큼, ‘부하 논쟁’을 차치하고 ‘상급자’ ‘하급자’ 개념으로 이해해봅시다. ‘부하가 아니다’는 말을 ‘장관의 하급자가 아니다’는 뜻으로 이해한다면, 정부조직법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를 규정한 정부조직법 32조 2항은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고 돼 있습니다. 법률상 검찰총장은 법무부 외청 소속이며, 장관의 하급자입니다. 정부조직법은 검찰청법보다 상위법입니다. 또한 국가공무원법 57조는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질문) ‘직무상 명령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때 이의제기를 할 수 있지 않나요?
답변) 검찰청법 7조는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장관의 이번 지휘권 행사가 ‘직무상 부당한 명령’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나요?
답변) 검사윤리강령 9조 1항은 ‘검사는 취급 중인 사건의 피의자, 피해자 기타 사건 관계인과 친족관계에 있거나 그들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을 때 또는 당해 사건과 자신의 이해가 관련됐을 때 그 사건을 회피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례는 윤 총장이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건을 스스로 회피하지 않는 상황에서 직무상 상급자인 법무부 장관의 사건 회피 지휘에 해당합니다.

강경훈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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