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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5일 월요일

“유엔이 사기꾼에 속았다”..‘정의연 논란’ 빌미로 ‘위안부’ 부정한 日우익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0-10-05 23:33:49
수정 2020-10-05 23: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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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43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고 손영미 소장의 영정이 놓혀 있다. 2020.06.10
1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43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고 손영미 소장의 영정이 놓혀 있다. 2020.06.10ⓒ김철수 기자  

일본 우익단체가 국내에서 불거진 정의기억연대(정의연)과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논란을 근거로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부정하고 나섰다.

이에 정의연 측은 위안부 운동이 국내외에서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면서 유엔에 도움을 호소했다.

5일 유엔인권이사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제45차 이사회 결과에 따르면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22일 정의연이 제출한 입장문을 회람했다.

정의연은 해당 입장문을 통해 "위안부 피해 생존자이자 인권활동가인 이용수 할머니의 2020년 5월 7일 기자회견 이후 정의연은 일본과 한국의 우익 미디어와 극우 역사 수정주의자들로부터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우익단체가 유엔인권이사회에 보낸 서한
일본 우익단체가 유엔인권이사회에 보낸 서한ⓒ홈페이지 캡쳐

실제로 지난 6~7월 개최된 제44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일본 우익단체인 '새역사교과서를만드는모임'(Japan Society for History Textbook), '국제역사논쟁연구소'(Inter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ontroversial Histories)가 보낸 서한을 보면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근거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주장 자체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이 할머니가 성금 사용 문제를 지적한 것과 함께 성노예 표현에 대한 거부감을 보인 점 등을 언급하며 "윤미향 전 이사장이 거짓 증언을 허용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을 향한 국내 논란과 검찰 기소를 언급하면서 "유엔을 이용해 '위안부 문제' 거짓말을 퍼트리고 한국 내외에서 거액의 기부금을 모아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챙겼다"고 비판했다.

일본 우익단체들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사기꾼들에게 속았다"면서 "'일본 위안부'는 결론적으로 매춘부"라며 위안부 문제 자체를 부정했다.

하지만 '위안부'가 성노예제였다는 것은 정의연의 회계 문제 등과는 관련 없으며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식이다. 유엔 내 인권기구들도 이를 인정해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에 대해 "법적 책임을 인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우익 단체들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한국 정부에 이 사안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결과 보고를 요구했다.

또 일본 정부에 대한 권고에 대해서도 "정의협의 주장을 근거로 일본 정부에 계속 잘못된 방향의 권고를 했다"고 비판하면서 사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실관계를 다시 조사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입장문을 통해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자들은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왜곡하고 공격하기 위해 이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며 사소한 회계 실수를 '부패'나 '횡령'으로 왜곡하며 정의연 활동을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활동을 겨냥해 공격이 쏟아지는 상황에 대해 한일 양국 정부에 우려를 표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5차 정기 수요 시위가 보수단체로 인해 소녀상 곁에서 못하고 보수단체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28년간 매주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열렸던 수요집회는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에서 7월 중순까지 집회신고를 선점했다.  2020.06.24
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5차 정기 수요 시위가 보수단체로 인해 소녀상 곁에서 못하고 보수단체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28년간 매주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열렸던 수요집회는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에서 7월 중순까지 집회신고를 선점했다. 2020.06.24ⓒ김철수 기자

'정의연 논란' 틈타 '소녀상 철거'까지 주장하는 일본 우익 언론

정의연 논란을 틈타 일본 우익세력들의 '위안부' 문제 흡집내기는 더욱 거세진 상황이다.

특히 일본 언론들은 정의연을 향한 의혹을 빌미삼아 "소녀상 철거"까지 주장하는 등 '위안부 문제' 부정에 적극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일본의 우익성향 언론인 '산케이신문'은 지난 5월 20일 논설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증오를 가르치고 있다', '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비판에 귀를 기울여 반일 증오의 상징인 위안부상(평화의 소녀상)을 조속히 철거하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또 "이 씨가 이번에 정의연에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반일 집회를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은 옳다"며 수요시위의 중단도 언급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를 향해 정의연 논란을 빌미로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6월 사설을 통해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는 역대 정권에 영향력을 갖고, 한일 간 현안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문재인 정권은 단체와의 관계를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한국 정부를 향해 한일관계를 재검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성향을 알려진 일본 '아사히신문'에서도 지난 9월 사설에서 정의연과 윤 의원에 대한 논란을 언급하면서 "한국 정부는 인권 문제의 원점으로 돌아가 위안부 합의의 재평가와 이행을 추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과 우익단체들 뿐 아니라 일본 정부도 이 시기를 틈타 "소녀상 철거" 주장을 하고 나서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지난 1일 유럽 방문 중 독일 외무장관과의 영상통화에서 지난달 독일에 세워진 소녀상을 철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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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
ⓒAP/뉴시스

이보다 앞서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 또한 지난달 29일 독일 소녀상에 대해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과 양립할 수 없는 것"라며 "일본 정부는 다양한 관계자와 접촉하고 기존 입장을 설명하는 등 계속해서 소녀상 철거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본 정부와 우익세력들의 최근 행태에 대해 정의연은 "일본 정부, 우익단체는 꾸준히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부인하고, 이미 해결되었다는 식의 왜곡된 정보를 국제사회에 배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의연은 이러한 일본의 역사부정 시도를 수집해 유엔인권이사회와 관련 단체 등에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진실을 알리고, 문제해결을 위한 연대활동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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