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20년 10월 26일 월요일

'살고 싶으면' 석탄발전에서 탈출하라

 [함께 사는 길] "'탈석탄법'을 제정하라"


"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였던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8년을 정점으로 2019년부터 감소추세로 돌아섰습니다. 초미세먼지도 줄어서 연평균 농도가 개선되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늘어났습니다."


제1회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이었던 9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정부의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대응 노력을 강조했다.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은 '대기 환경과 기후 변화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대기오염 저감 활동에 대한 범국가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취지로 지정한 날로 지난해 9월 열린 '기후행동 정상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유엔이 이를 공식 채택한 뒤 올해 첫 기념일을 맞았다.


올해 코로나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뿌연 공기가 가시고 푸른 하늘이 열렸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빨간 지구'는 더욱 심각해졌다. 코로나 감염병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도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8월 기준,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14ppm(100만분의 1)을 기록했다. 산업화 이전인 1850년에 비해 47% 증가한 수치다. 

석탄발전 퇴출한다면서 수명 30년은 보장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세계 감염병 대유행부터 최장기간 이어진 장마와 태풍까지, 기후위기는 당장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비상사태로 치닫고 있다. 한국의 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빨라 폭염 사망을 비롯한 기후 재난 위험이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푸른 하늘의 날' 기념일에 초강력 태풍 '하이선'이 덮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단기적 대기오염 대책에 안주하며 기후위기에 정부가 무대응한다면, 시민 생명과 안전은 더욱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1.5℃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탈탄소 전환에 대한 정부의 정책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현행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1.5℃는커녕 3℃ 이상 온난화로 이어지는 '매우 불충분'한 목표라는 국제사회의 혹평을 받는 처지다.


 

가장 큰 역설은 '푸른 하늘의 날'을 제안한 한국이 대기오염과 기후변화 주범인 석탄발전에 중독된 대표적 국가라는 사실이다. 한국은 현재 석탄발전소 60기가 가동되고 있고 현재 7기가 추가 건설 중이다. 석탄발전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0%를 배출하는 최대의 배출원이며, 연구에 따르면 석탄발전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로 해마다 1천 명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석탄발전의 문제점에 대해 모르지 않는다. 더구나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라고도 말한다. 동일한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는 신규 석탄발전소 허가를 전면 금지하였으며, 이미 폐쇄한 노후 석탄발전소 4기를 포함하여 임기 내 10기를 폐쇄하고, 장기적으로 2034년까지 20기를 추가로 폐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태양광과 풍력 설비는 2025년까지 지난해 대비 세 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럼, 한국은 석탄발전으로부터 제대로 '탈출'하고 있는 것일까.


 

대통령의 연설을 보면, 한국이 석탄발전을 과감히 줄이는 정책을 펴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그건 착시다. 대통령은 석탄발전소를 2034년까지 20기를 추가 폐쇄하겠다고 했지만 석탄발전소의 가동 수명을 30년으로 정하고, 수명이 만료되는 발전기를 순차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방침에 근거한 말이다. 석탄발전소의 폐쇄에 대한 공식적 규칙이 없었던 과거보다는 나은 것일까. 아마 10년 전이었으면, 그렇게 평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온실가스 배출을 극도로 억제하고 줄여나가야 할 시점인 현재로선 전혀 그렇지 않다.


 

1.5°C 지구 온난화 방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 세계적으로 204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늦어도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완전히 퇴출해야 한다는 게 과학적 명제다. 정부 계획대로 수명을 30년으로 설정해 석탄발전소를 가동하게 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1.5°C 목표 대비 3배를 초과할 전망이다. 특히 향후 온실가스 급증의 원인이 될 7기의 건설 중 석탄발전소에 대해서 정부는 수수방관할 뿐이다. 실제 정부 예측을 보더라도, 석탄발전은 15년 이후에도 최대의 발전량 비중을 유지할 전망이다.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목도하는 현재, 석탄발전의 '수명 30년 보장'이 아닌 조기 퇴출을 촉진해야 하는 이유다.


 

▲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9월 9일 국회 앞에서 '석탄발전 퇴출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석탄발전 퇴출 위한 탈석탄법 제정해야


 

환경운동연합은 8월 26일 '탈석탄법 제정 캠페인'을 선포하며 "국회는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금지와 '2030 석탄발전 퇴출 로드맵' 수립을 포괄한 탈석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회원 1233명이 선언자로 참여한 '석탄발전 퇴출을 촉구하는 환경운동연합 1천인 선언'을 발표해 △2030 석탄발전 퇴출 로드맵 수립 △환경 과세 강화 및 환경급전 제도화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의 중단 △건설 중 석탄발전의 중단 및 지원 근거 마련을 요구했다. '탈석탄법'이 담아야 할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첫째, 석탄발전 퇴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 말까지 1.5℃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가운데 전국 모든 광역기초지자체가 기후 비상 선언을 선포했다. 아울러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목표와 2030년 목표를 강화하자는 국회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진전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다. 석탄발전을 운영 중인 유럽 15개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 방안을 공식화했고 대부분 2030년 이전까지 석탄발전의 퇴출을 완료할 계획이다.


한국도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퇴출하기 위한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 폐쇄되는 석탄발전소의 자리만큼 에너지 효율 개선과 풍력,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석탄발전은 조속히 퇴출하되, 지역 사회와 노동자의 일자리는 보호하고 안정화해야 한다. 석탄발전에 의존하던 지역이 에너지 전환에 기반을 둔 일자리와 경제로 회복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석탄발전의 퇴출을 제도적으로 정한 해외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네덜란드 의회는 2019년 12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의 일환으로 석탄발전 금지법(Law on the prohibition of coal in electricity production)을 제정해 2025년부터 석탄을 이용한 발전시설을 전면 금지하는 것을 입법화했다. 핀란드는 2029년 5월 1일 이후로 석탄을 연료로 한 전기 및 열 생산을 전면 금지하는 법을 2019년부터 발효했다. 정책적 의지만 있다면 방안은 만들면 된다.


둘째, 석탄발전의 비용에 환경오염을 제대로 부과해야 한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석탄발전이 과도하게 가동되는 '시장 왜곡'을 바로잡고 효과적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현행 전력시장은 발전원에 대해 아무런 기후변화 비용이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그나마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 중이지만, 배출권 가격도 급전 순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오로지 연료비만 따지는 '경제급전'만 작동 중이다. 온실가스 배출 비용을 전력시장 급전 순위 결정에 반영하는 '환경급전'을 조속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과 화력발전의 배출원단위 기준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석탄발전이 미세먼지의 다배출 오염원인 만큼, 대기오염 세제도 높여야 한다. 발전용 유연탄에 대한 개별소비세 세율을 대기오염 환경비용에 충분히 반영하도록 2배 수준으로 인상하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이 요구된다.


 

셋째, 석탄 사업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을 중단하고 금지해야 한다. 2015년 노르웨이 연기금은 기후변화 대응 및 윤리적 투자를 위해 석탄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중단과 철회를 선언했다. 전 세계적인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 1000개 이상의 투자기관이 동참했다. 반면, 한국산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은 최근 10년간 국내외 석탄발전 사업에 총 23조 원 규모의 금융을 제공하며 석탄 사업에 대한 주요한 자금 제공처 역할을 담당했으며, 석탄발전에 대한 금융 지원의 축소와 중단을 선언한 바 없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국민연금 등 공적금융 기관의 사업 업무에 사회, 환경, 지배구조 등 사회책임을 고려하고 석탄발전 투자를 금지하는 기준을 포함시켜야 한다. 아울러 기후변화 영향이 큰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을 결정하는 경우, 기후변화 비용을 포함한 경제성 평가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건설 중인 석탄발전 사업을 중단하고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 현재 강원도 삼척과 강릉, 경남 고성, 그리고 충남 서천 등 지역에 건설 중인 7기의 대규모 석탄발전 사업이 중단 없이 그대로 추진돼 향후 30년 동안 가동된다면 연간 516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석탄발전소 건설과 장거리 송전선 입지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주민 갈등도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다.


 

이대로 추가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기보다는 매몰비용에 대한 보전을 통해서라도 중단시키는 방안이 공익적으로 편익이 높다. 방법이 없지 않다. 현행 전기사업법과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해 석탄발전소를 포기하는 경우 보상책을 제공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현재 건설이 진행 중인 석탄발전소를 멈춰 세우기 위해서는 강력한 의지를 모아야 한다. 국회는 건설 중 석탄발전 사업의 중단 및 전환을 위한 국회 결의안을 채택하고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02612122427271#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