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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8일 목요일

[단독]국토부, ‘KTX·SRT 경쟁에 매년 559억 낭비’ 보고 받고도 용역 중단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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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진전 없는 ‘코레일·SR 통합’…‘철도 공공성 강화’ 빈말 되나
ㆍ박상혁 의원 ‘철도산업 구조평가 연구’ 중간보고서 분석
ㆍ“통합 논의 3년 용두사미 우려…‘대선공약’ 포기 의구심”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된 고속철도 경쟁운영체제 때문에 연간 수백억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2018년 10월 이 같은 결과를 보고받았지만, 곧바로 해당 연구용역을 중단시켰다.

용역 중단 형식을 빌려 사실상 최종 보고서 공개를 막은 것이어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철도 공공성 강화 정책의 핵심 과제를 뒤집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평가 연구’ 중간보고서를 보면 고속철인 KTX(한국고속철도)와 SRT(수서고속철도)가 별도로 운영되면서 매년 559억원의 거래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TX와 SRT를 각각 운영하고 있는 코레일과 SR의 지배구조와 계약 방식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 비용으로, 보고서는 현재의 경쟁구조로는 정부의 재정 투입 확대나 운임 현실화 없이 철도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 철도산업 규모가 경쟁을 할 만큼 크지 않고, 고속철에서 발생한 이윤이 철도산업의 부채 상환으로 이어지지 않고 SR의 배당금 등 외부로 빠져나가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코레일·SR 경쟁체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근거로 두 기관의 통합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인 셈이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는 정책 반영은 물론 국회의원들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공개조차 되지 못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연구팀은 2018년 10월31일 국토부를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을 중간보고했고, 곧바로 11월 초 용역을 일시 중단해달라는 지시가 구두로 국토부에서 내려왔다. 이는 2018년 12월 강릉 열차 탈선사고로 철도 안전 부문을 추가 고려한 종합적 연구가 필요해 해당 용역을 중단시켰다는 정부의 해명과도 배치된다. 정부는 이어 약 1년 뒤인 2019년 10월 예고 없이 용역사업 재개를 요청했다가, 불과 2개월 만에 다시 용역계약을 일방해지한 뒤 사업을 완전 종료했다.

연구용역이 중단되고 후속 연구도 발주되지 않으면서 코레일·SR 통합 사업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첫발을 내딛기도 어려워졌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는 ‘철도 공공성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면서 코레일·SR 통합에 불을 지핀 바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2017년 6월 인사청문회에서 SRT 통합과 철도 공공성 강화 입장을 표명했지만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표류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일단 내년에 완성되는 ‘제4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2021~2025)’에서 해당 문제를 종합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본계획 확정 후 불과 반년 뒤에 차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추진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는 게 철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상혁 의원은 “코레일과 SR의 통합 논의가 시작된 지 3년이 지났고, 통합 연구용역이 진행된 지 2년이 넘었는데도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하고 연구용역이 해지된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철도 공공성 강화가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결국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정부가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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