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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19일 일요일

주한미국군 감축 예상한 미국 국방부와 연방의회

[개벽예감 311] 주한미국군 감축 예상한 미국 국방부와 연방의회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08/20 [09:36]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국방수권법안에서 뭐가 달라졌는가?
2.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드러난 무지몽매와 망동
3. 조미비핵화협상 감시하려는 국방부와 연방의회
4. 대통령의 철군결정은 누구도 가로막지 못한다


1. 국방수권법안에서 뭐가 달라졌는가?

2018년 8월 13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이 뉴욕주 북부에 있는 포트 드럼(Fort Drum)을 방문하였다. 이 군사기지에는 미국 육군 제10산악사단이 주둔하고 있다. 미국군에 단 하나뿐인 이 경보병산악사단은 지난 10여 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에서 실전경험을 쌓아온 정예부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정예부대를 찾아가 흥미로운 정치극을 연출하였다. 미국 언론매체들의 보도사진을 보면, 그는 미국 육군의 전투장비를 대표하는 AH-64E 어파치(Apache) 공격헬기 두 대와 차량견인식 155mm M777 곡사포 두 문을 배경에 두고, 장병들 앞에서 법안서명식과 연설을 진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백악관에서 법안에 서명해온 전통과 관례를 벗어나 전투부대에서 서명식을 진행하고 연설까지 하였으니, 이를 어찌 의도적으로 연출된 정치극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8년 8월 13일 뉴욕주 북부에 주둔하는 경보병산악사단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장병들 앞에서 서명한 '2019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 문서를 손에 들고 장병들과 취재진에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미국 국방부가 작성하고, 연방의회가 승인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국방수권법안은 오는 10월 1일부터 1년 동안 시행된다. 2019회계년도에 미국 국방부가 지출할 군사예산은 약 7,170억 달러인데, 거기에는 미국의 핵무력을 현대화하고, 우주군을 창설하고, 병력을 증원하고, 신형 전략폭격기를 개발하고, 신형 전투함을 건조하고, F-35 스텔스전투기 77척을 제작하는 방대한 규모의 예산이 포함되었다.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무력증강으로 실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적 의지가 그 법안에 반영되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정치극을 연출하면서 서명한 법안은 미국 국방부가 작성하고 연방의회가 승인한 ‘2019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for Fiscal Year 2019)’이다. 국방수권법안이라는 것은 군사예산을 얼마나 책정하고, 어느 부문, 어느 사업에 군사예산을 어떻게 배정하는지를 명시한 회계법안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회계년도는 10월 1일부터 이듬해 9월 30일까지 1년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13일에 서명한 국방수권법안은 2018년 10월 1일부터 시행되어 2019년 9월 30일에 종료되는 한시법안이다. 

미국 국방부가 작성하고 연방의회가 승인한 법안에서 책정된 2019회계년도의 군사예산은 약 7,170억 달러다. 거기에는 핵무력을 현대화하고, 우주군을 창설하고, 병력 15,000명을 증원하고, 신형 전략폭격기 B-21을 개발하고, 신형 군함 13척을 건조하고, F-35 스텔스전투기 77척을 제작하는 방대한 예산이 포함되었다.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무력증강으로 실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적 의지가 그 법안에 반영되었다. 법안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곧이어 진행된 연설에서 “지난 몇 해 동안 지독한 삭감조치가 있었으나, 지금 우리는 이전에는 결코 가질 수 없었던 우리 군대를 재건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이 우리의 자유를 살리기 위한 것임을 알기에 우리 군대의 힘에 의존한다. 지구 위의 그 어떤 적도 미국군의 힘과 용기와 기량에 맞서지 못한다.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게 되었으며, 결코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다.    

일반적으로 국방수권법안에는 미국 국방부가 인식하는 군사정세와 그에 대한 대응책이 반영되는데, ‘2019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과 ‘2018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을 비교하면서 그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하였던 2017년 12월 12일은 조선이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성공하여 미국 본토 전역에 전략핵타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 날로부터 불과 12일밖에 지나지 않은 때였으므로, 당시 미국 국방부는 국가안보파탄위험을 직감하고 있었고, 바로 그런 사정이 그 법안에 반영되었다. 그 내용을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8년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에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가장 중시하는 세 가지 군사전략목표가 명시되었는데, 그 목표를 우선순위에 따라 열거하면, 첫째가 “한반도의 위협에 대처하기에 필요한 군사적 임무들”이고, 둘째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이 제기한 도전과 관련된 미국 국방부의 역할”이고, 셋째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테러와 싸우기 위한 목적과 우선순위들”이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북조선의 핵 및 미사일프로그램이 오늘 미국이 직면한 가장 위험한 국가안보위협들 가운데 하나라고 인식하고, 현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의 방어를 최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2월 12일 백악관에서 '2018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하는 장면이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조선의 핵무력 완성을 미국이 직면한 가장 위험한 국가안보위협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방어를 최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그와 달리,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는 조선의 핵무력이 인도양-태평양 전역의 안정에 중대한 국가안보위협을 제기한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서술내용의 변화는 2018년 6월 12일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조선의 국가핵무력에 대한 미국의 위협체감도가 현저하게 낮아졌음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당시 다급한 사정에 처한 미국 국방부는 국방장관이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관한 정보와 대응계획을 연방의회에 보고하겠다고 하였다. 이를테면, “북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또는 핵무기의 개발 및 배치”, “북조선의 핵 및 미사일프로그램이 미국과 동맹국들에 주는 영향”, “북조선의 위협을 억제하고 방어하는 계획”, “우주공간에서 미국의 사활적 이익과 능력을 북조선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계획”, “북조선의 전자기파무기(EMP weapon)가 촉발할 수 있는 손실과 파괴” 등에 관한 국방장관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와 달리, ‘2019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프로그램이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를 포함하는 인도양-태평양 전역의 안전과 안정에 중대한 국가안보위협을 제기하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간략하게 명기되었다. 

미국이 직면한 국가안보위협에 관한 서술내용이 지난해 국방수권법안과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그처럼 확연히 달라진 것은, 2018년 6월 12일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조선의 국가핵무력에 대한 미국의 위협체감도가 현저하게 낮아졌음을 말해준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에 맞서기 위한 대책들을 열거하였다. 이를테면, “미국 국방부가 2017년에 작성하는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에서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게 충분한 방어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행동들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지적하였고, 한미군사회담과 미일군사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미국의 확장억제노력의 신뢰성과 실천성을 보장하는 현존 핵능력을 유지하고 현대화하여야 한다”고 언급하였으며, “현대적인 핵능력을 갖춘 항공모함을 적절한 시기에 개발하고, 생산하고, 배치하는 것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확장억제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장하는 데서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에 대처하는 대책수립과 관련하여 법안시행일로부터 30일 안에 “미사일방어체계, 장거리타격자산, 중거리타격자산 같은 미국의 주요군사자산들을 해당지역에 증강배치하고, 해당지역에서 동맹국들과의 군사협력, 군사연습, 통합방위를 강화하고, 해당지역 동맹국들에게 대외군사판매를 증대시키고, 해당지역에 이중용도 항공모함을 배치하거나 훈련하는 계획을 수립하며, 핵탄두를 장착하는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을 해당지역에 재배치하는 문제를 포함하여 핵무력태세에 관련된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고, 미국 국방장관이 해당지역에서 확장억제 및 안보보장을 강화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행동들도 취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와 달리,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는 “미국이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방어와 확장된 핵억제에 관한 조약의무와 보장을 포함하여 자기의 조약의무와 보장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간략하게 명시되었다.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에 맞서려는 미국의 핵무력준비태세에 관한 서술내용이 지난해 국방수권법안과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그처럼 달라진 것은, 2018년 6월 12일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조선의 국가핵무력에 대한 미국의 위협체감도가 현저하게 낮아졌음을 말해준다.


2.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드러난 무지몽매와 망동

지난해 국방수권법안과 올해 국방수권법안을 대조하면, 서술내용에서 차이점이 하나 더 나타나는데, 그것은 지난해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비핵화문제가 올해 매우 비중 있게, 그리고 아주 상세하게 명기된 것이다. 미국 국방부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명시한 비핵화문제에 관한 서술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 국방부는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미국의 중심적인 대외정책목표로 되었다”고 명시하였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비핵화합의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충돌종식합의”도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방어와 확장된 핵억제에 관한 미국의 조약의무와 보장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였으며, 주한미국군을 “강력하게,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북조선이라는 비공식 국호를 썼지만,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표기했다. 이것은 조선의 국가적 지위 및 조미관계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변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위에 서술된 인용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역사적 과업에 대한 미국 국방부의 인식은 정세발전을 거스르는 퇴행적이고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강변으로 일관되었다. 이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미국 국방부는 남북정상회담과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되고 천명된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을 ‘조선의 비핵화’라는 자의적 개념으로 바꿔버리고, 조선이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미국 국방부는 조선과 미국이 비핵화나 평화체제구축과 관련하여 어떤 합의에 이르더라도, 한미동맹체제는 그런 합의와 무관하게 종전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의 그런 견해와 입장은 그들의 무지몽매를 드러내 보여줄 뿐이다. 그들은 조미관계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 서술된 방향과는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무지몽매에 빠져있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한미동맹체제라는 것은 정전체제에 의해 산생된 것이므로, 종전선언 발표에서 출발하여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일련의 정세변화 속에서 정전체제가 해체되면 한미동맹체제도 존재근거를 상실하고 당연히 해체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무지몽매에 빠진 미국 국방부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한미동맹체제가 양립, 병존할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였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한미동맹체제의 상호관계와 관련하여 미국 국방부가 드러내 보인 그런 무지몽매는 아주 오래 전부터 흘러나오는 왜곡관념의 병리적 분비물이므로, 별로 특기할 만한 것이 아니다. 

정작 특기할 만한 것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내용이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그 새로운 내용은 미국 국방부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주한미국군 감축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주한미국군 감축을 반대해오던 그들이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그 문제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은 중대한 문제이므로, 아래에서 자세히 논한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조선전략수립문제에 대해 언급하였다.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미국 국방부는 대조선전략수립에 관한 대통령 보고서가 연방의회에 제출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를테면, “대통령은 법안시행일로부터 90일 안에 대조선전략수립에 관한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고, 이에 관련된 진전상황을 알려주는 갱신된 연례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하면서, 대통령 보고서에 들어가야 할 주요내용들까지 적시하였다. 미국 국방부와 연방의회가 대통령 보고서에 적시되기를 원했던 주요내용들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대한 북조선의 주요위협에 대한 설명과 평가”, “외교, 경제, 안보부문에서 한반도전략의 목표들과 북조선으로부터 발생되는 안보위협의 종식”, “안보위협을 종식시키는 상세한 실행경로와 시간표” 등이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8월 1일 미국 연방상원이 '2019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을 의결하는 장면이다. 미국 국방부는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국방장관이 '조선의 비핵화'에 관한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겠다고 하면서, 그 보고서에 조선이 전면 배격한 "강도적이고 일방적인 요구"를 반영하겠다고 하였다.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미국 국방부는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조선의 비핵화'를 조선에게 요구하겠다고 하면서, 핵무기가 아닌 대량파괴무기들까지 비핵화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훼손하려는 불순한 저의를 드러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미국 국방부는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대통령 보고서가 아니라 국방장관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겠다고 하였고, 대조선전략에 관한 보고서가 아니라 조선의 비핵화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하였다. 이를테면, “미국 국방장관이 국가정보실장, 국무장관, 에너지장관과 협력하여 법안시행일로부터 60일 안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협상을 진전시키는 기준선을 정하기 위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프로그램 현황에 관한 보고서를 연방의회 산하 위원회들에 제출하겠다”고 명시된 것이다. 그리고 미국 국방부는 국방장관 보고서에 다음과 같은 주요내용들을 담겠다고 하였다. 

(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기, 그리고 화학무기 및 생물무기를 포함한 다른 대량파괴무기들의 위치, 수량, 능력, 작전상태” 
(2)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기, 그리고 화학무기 및 생물무기를 포함한 다른 대량파괴무기들을 연구, 개발, 생산, 시험하는 시설들의 위치”
(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지상고정식 탄도미사일발사대의 위치, 수량, 능력, 작전상태, 그리고 이동식 발사대와 해상발사대의 능력, 준비태세에 관한 평가”
(4)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탄도미사일 제조시설, 조립시설들의 위치”
(5) “위의 서술부분에서 요구되는 정보와 관련된 정보격차와 확인수준에 대한 평가, 그리고 그런 정보격차를 메울 수 있는 검증 또는 사찰”

미국 국방부가 연방의회에 제출할 국방장관 보고서에 담으려는,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사항들은 조선이 전면적으로 배격한 “강도적이고 일방적인 요구”들이며, 국가자주권을 인정하는 국제법에서 탈선한 비법적인 요구들이다. 더욱이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과 어긋나게 핵무기가 아닌 대량파괴무기까지 비핵화대상으로 규정하였다는 점에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훼손하려는 불순한 저의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조선에게 그런 부당한 요구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불법행위다. 그런데도 미국 국방부가 연방의회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그런 불법행위를 거론한 것은 망동이 아닐 수 없다.   


3. 조미비핵화협상 감시하려는 국방부와 연방의회

미국 국방부는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만일 조선과 미국이 비핵화에 관련된 합의에 이르는 경우, 합의일로부터 60일 안에, 그리고 그 이후에도 90일마다 위에 열거된 다섯 가지 사항이 들어간 국방장관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겠다고 하였다. 이런 내용이 올해 국방수권법안에 들어간 것은, 미국 국방부가 조선과 미국이 2019년 9월 30일 이전에 비핵화를 합의할 것으로 예상하였음을 말해준다. 

미국 국방부의 그런 예상은 그들이 조선과 미국의 비핵화협상을 감시하려는 의욕을 불러일으켰는데, 연방의회도 그런 감시조치에 동조하였음은 물론이다. 미국 국방부는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자기들이 연방의회에 제출할 조미비핵화협상 보고서에 다음과 같은 주요내용들을 담겠다고 적시하였다.   

(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밖으로 이전되거나 또는 검증할 수 있도록 해체되고 파괴되고 영구히 사용할 수 없게 된 핵무기, 그리고 화학무기 및 생물무기들과 탄도미사일들을 비롯한 대량파괴무기들의 수량”
(2)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해체되고 파괴되고 영구히 사용할 수 없게 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기, 그리고 화학무기 및 생물무기들을 비롯한 대량파괴무기들을 연구, 개발, 생산, 시험하는 시설들의 위치” 
(3) “검증할 수 있도록 해체되고 파괴되고 영구히 사용할 수 없게 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탄도미사일 제조 및 조립시설들의 위치”
(4)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통제에 남아있는 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통제하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의 수량”
(5)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핵무기프로그램을 재생시키고 핵무기를 재생산하기에 필요한 돌파기간(breakout period)을 연장하는 상황에 대한 평가” <사진 4>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사항들이 말해주는 것처럼, 미국 국방부는 그들이 주장하는 ‘조선의 비핵화’가 실현되더라도 조선의 국가핵무력이 전부 해체되는 것은 아니므로,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일정기간 뒤에 재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조선의 국가핵무력을 전부 해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 미국 국방부의 강조점은 ‘조선의 비핵화’ 실행여부를 검증하는 것에 찍혀있다. 그래서 그들은 검증평가보고서를 ‘조선의 비핵화’가 실현된 날로부터 180일 안에 연방의회에 제출하고, 그 이후에도 180일마다 제출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가 검증평가보고서를 거론한 것 자체가 현실을 배반한 망상의 산물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조미협상이 진전되면서 공고하고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조선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할 것으로 예견된다. 조선의 국제원자력기구 복귀는 조선이 그 기구의 포괄적안전협정(Comprehensive Safeguards Agreement)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조선이 국제원자력기구에 복귀하여 포괄적안전협정을 받아들이면, 그 기구가 구성한 사찰단이 과거에 그러했던 것처럼 포괄적안전협정에 의거하여 녕변핵시설단지에 대한 정기사찰을 시행할 것이고, 녕변핵시설단지에서 조선이 자발적으로 해체한 몇몇 핵시설들의 해체상황을 정기사찰을 통해 검증할 수 있다. 하지만 녕변핵시설단지 밖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비밀핵시설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은 결코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미국이 국제원자력기구를 앞세워 미신고 핵시설들에 대한 특별사찰을 시행하려면, 조선과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를 합의해야 하는 데, 1993년의 경험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이 추가의정서를 합의할 가능성은 털끝만큼도 없다.  

더욱이 핵물질생산시설이 아닌 핵무기를 사찰하고 그것의 해체여부를 검증하는 것은 국제원자력기구의 권한과 임무를 넘어서는 엄청난 일이므로, 만일 미국이 조선의 핵무기를 사찰하고 검증하려면, 조선과 협상을 벌여 사상 초유의 특별검증방식을 합의해야 하는데, 조선이 그런 협상요구에 응해줄 가능성은 전혀 상상할 수 없다. 


4. 대통령의 철군결정은 누구도 가로막지 못한다

미국 국방부는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주한미국군 감축문제를 처음 언급하였다. 그 동안 주한미국군 완전철수를 반대할 뿐 아니라 감축마저 반대해온 그들이 감축문제를 거론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그런 변화는 조미협상이 진전되면서 주한미국군 감축이 불가피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자인한 것이다. 
그런데 조미관계에 관한 보도에서 사실왜곡을 일삼는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 서술된 주한미국군 감축문제에 대해 왜곡하였다. 그들은 연방의회가 승인해주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을 감축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식의 왜곡보도를 내보낸 것이다. 이를테면, <조선일보>는 2018년 8월 14일부 보도기사에서 올해 국방수권법안에 서술된 주한미국군 감축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젠가 주한미군 감축, 철수를 원한다고 말한 상황에서, 미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법으로 막은 것”이라고 하였다. 

그것은 상투적인 왜곡보도다. 미국군 해외파병 또는 증파, 그리고 해외 주둔 미국군의 감축 또는 철수는 연방의회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이 미국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권한이므로, 미국 연방의회가 대통령의 그런 권한을 가로막을 수 없다. 그런데도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미국 연방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국군 감축을 승인해주지 않으려는 법적 조치를 의결한 것처럼 보도하였으니, 왜곡보도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미국 국방부가 작성하고 연방의회가 승인한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주한미국군 감축문제가 언급된 항목의 제목은 “한국에 배치되어 현역으로 복무하는 군대의 전체 병력수를 축소하기 위해 자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제한”이다. 이 제목만 보더라도, 주한미국군 감축을 가로막은 것이 아니라, 올해 책정된 군사예산이 주한미국군 감축에 사용되는 것을 제한한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항목에는 다음과 같은 세 문장이 들어있다.

“국방장관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연방의회 국방관련위원회들에 먼저 증명하지 않으면, 이 법안에서 승인된 자금이 한국에 배치되어 현역으로 복무하는 군대의 전체 병력수를 22,000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데 사용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1) 감축은 미국의 국가안보이익에 부합되고, 해당지역 동맹국들의 안전을 심하게 훼손하지 않는다. 
(2) 감축문제와 관련하여 국방장관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과 적절히 상의한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이번에 책정된 군사예산이 주한미국군 감축에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단정적인 어법이 아니라, “사용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어정쩡한 어법이 쓰였다는 점이다. 

<한겨레> 2015년 10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한국 정부가 국민의 혈세를 거둬 미국에게 상납해온 ‘방위비분담금’ 가운데 일부를 사용하지 않고 미국 민간은행 ‘뱅크 오브 어메리카(Bank of America)’ 서울지점이 위탁운영하는 ‘커뮤니티은행(Community Bank)’이라는 미국 국방부 소유의 특수은행에 2002년부터 비자금으로 적립해놓았는데, 비자금 규모는 2008년 10월에 1조1,193억원, 2013년 8월에 7,100억원, 2014년 1월에 6,210억원, 2015년 10월에 3,900억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미국 국방부는 해마다 적립되는 비자금을 가지고 2002년부터 2015년까지 3,000억원 이상의 이자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는데, 한국 정부는 미국 국방부의 이자수익에 대한 세금을 한 푼도 걷지 못한 채 수수방관해온 것이다. 비자금 내막을 보면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방부에게 그 비자금으로 주한미국군 감축비용을 충당하라고 지시할 수 있다.  

주한미국군 감축문제가 언급된 국방수권법안 항목에서 주목되는 것은, 미국 국방장관이 주한미국군 감축의 필요성을 연방의회에 증명하는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책정된 군사예산을 지출하여 주한미국군을 22,000명 선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미국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감군 행정명령서에 서명만 하면 주한미국군이 즉각 감축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으므로, 감군하더라도 22,000명 이하로는 감군하지 말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고한 것이다.  

현재 주한미국군 총병력수는 공식적으로 28,500명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의 권고를 받아들이면 2019회계년도 안에 주한미국군 6,500명을 감축할 수 있다. <사진 5>

미국 국방부는 전투부대를 한국에 고정배치하지 않고, 미국 본토에서 한국으로 9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순환배치하고 있는데, 9개월마다 순환배치되는 병력은 약 3,500명이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으로 순환배치되는 병력을 두 번만 연거푸 순환배치하지 않고 미국 본토에 남겨두라고 명령하면, 감축비용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주한미국군 약 7,000명을 감축할 수 있다.  

이전에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들에서 몇 차례 거론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왔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8년 5월 1일 보도, <뉴욕타임스> 2018년 5월 3일 보도, 그리고 <워싱턴포스트> 2018년 6월 7일 보도에서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오면서도, 자기의 철군의지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주저하는 까닭은 몇몇 각료들이 그의 철군결정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1968년 8월 리처드 닉슨(Richard M. Nixon)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였으나, 헨리 키씬저(Henry H. Kissinger) 국가안보보좌관이 반대하는 바람에 주한미국군을 철수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닉슨은 1971년 3월 주한미국군 7사단 20,000명을 감축하는데 그쳤고, 1973년 3월 베트남에서만 미국군을 완전히 철수하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오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매우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존 볼턴(John R. Bolton)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John F. Kelly)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이 철군을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정세는 50년 전 정세와 완전히 다르다. 1968년 8월 닉슨 대통령은 아시아 주둔 미국군을 철수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검토하였는데, 당시 그가 아시아 주둔 미국군을 철수하려고 하였던 까닭은, 미국군이 베트남전쟁에서 패배한 충격과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개발에 대한 우려가 중첩되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1968년 1월 21일부터 7월 9일까지 베트남에서 격렬하게 계속된 케산전투(Battle of Khe Sanh)에서 미국군이 북베트남군에게 패하였고, 비록 발사 후 30초 만에 엔진폭발로 실패하였으나 중국이 1968년 1월 26일 사상 처음으로 3단형 위성발사체 창정(長征)-1호를 쏘아올렸다. 

그런데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오늘 정세는 전혀 다르게 변모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주둔 미국군을 철수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검토하는 게 아니라, 아시아대륙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다. 그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까닭은, 미국이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을 막으려고 갖은 술책을 다하다가 실패하여 조선과의 핵대결에서 패하였을 뿐 아니라,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이 미국을 국가안보파탄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50년 전에는 한반도가 아닌 베트남과 중국에서 각각 일어난 변화에 의해 아시아 주둔 미국군을 철수하는 과정에 덤으로 주한미국군을 감축하였지만, 지금은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으로 조미관계가 결정적으로 바뀐 정세변화 속에서 주한미국군을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머지않아 종전선언이 발표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몇몇 각료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주한미국군 감축을 단행할 것이고, 종전선언에 이어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감축 이후에 남게 되는 주한미국군도 모두 철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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