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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31일 금요일

문 대통령, 교착된 북미 협상에 ‘대북특사’로 승부수

남북정상회담 위기 처하자 북미 간 중재 나선 문 대통령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8-08-31 20:26:33
수정 2018-08-31 21: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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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6월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6월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뉴시스
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종전선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도 불투명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특사'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문 대통령은 오는 9월 5일 특별사절단을 평양에 보내기로 했다고 31일 청와대가 밝혔다. 이번 대북특사 파견은 이날 남측이 제안하고 북측이 수락하면서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이번 대북특사 파견은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및 종전선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 합의하고도 진척이 없었던 이유
불과 보름 전만 해도 분위기는 이 정도로 냉각돼 있지 않았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판문점선언'에 따라 지난 8월 13일 열린 4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9월 안에 평양에서 열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고위급회담에서 남북은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날짜도 어느 정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확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당시 김 대변인은 "북측이 북의 사정을 감안해서 날짜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북의 사정'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북 일정을 일컫는 것으로 풀이됐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인해 지난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이후 정체된 북미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됐다.
하지만 8월 말로 예정돼 있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통보로 전격 취소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됐다.
그 여파로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8월에 할 계획이었던 남북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도 줄줄이 무산됐다. 당혹한 정부는 "북측과 협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만나 2차 남북정상회담을 열었다.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만나 2차 남북정상회담을 열었다. 자료사진.ⓒ청와대 제공
북미 간 협상 중재 위한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꺼내든 '대북특사' 카드는 궁극적으로 북미 간 협상을 중재해 꽉 막힌 국면을 뚫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북미는 최대 쟁점인 '핵신고 리스트 제출'과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계속 대치하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은 현재 미국이 종전선언 등 북미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는 하나도 없이 핵무기 리스트 제출 등 일방적인 '우선 핵폐기' 주장만 펼치고 있는 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취소된 것도 북미 간 이러한 이견을 좁힐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이 특사를 통한 중재 역할에 다시 나선 결정적인 배경이다.
김 대변인은 "대북특사는 남북정상회담의 구체적인 개최 일정과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 등을 폭넓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6.12 북미정상회담이 양국 갈등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중재 역할에 나선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5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깜짝'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은 무산될 뻔한 북미정상회담을 재점화시키며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변인은 이번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해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통화 또는 미국 방문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결정되거나 예정돼 있는 것은 없다"며 "그런 것들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특사를 다녀온 후에 결과물을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결국 북미 사이의 중재를 위한 것이라면, 이번 대북특사는 북한과 미국의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과의 '핫라인'인 서훈 국가정보원장이나 미국과의 고위급 채널을 담당하고 있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평양으로 파견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을 각각 앞두고 있을 때에도 북미 모두를 오가며 특사로 맹활약 했다. 문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대변인은 대북특사 인사와 규모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앞으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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