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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4일 금요일

'핵마피아'의 실체, 한수원 적폐청산 TF가 필요하다!


[기고] 원전 문제 핵심은 '부패 고리'에 있다
적폐의 사전적 뜻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 등의 폐단"이다. 우리사회의 적폐가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겠으나, 적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원전비리'와 '한수원'이 들어간다고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에 '원전비리와 한수원 적폐청산 테스크포스'를 구성해야 한다.

원전의 역사는 비리의 역사

1978년 첫 상업운전을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의 건설 당시부터 원전비리 문제는 커다란 사회적 논란이었다. 박익수 전 국가과학기술자문회 위원장은 "당시 웨스팅하우스사의 한국 대리점은 화신산업(주) 아닙니까? 특히 (웨스팅하우스의) PWR, (제너럴일렉트릭의) BWR, (영국에서 개발한) AGR의 판매교섭과 경쟁이 치열한 무렵에 '만일 PWR을 선정해 주면 커미션 750만 불을 준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당시 원전 계약금액이 약 1억5000만 불이었으니까, 그것의 약 5%가 커미션이라고 할 수 있지요"라고 증언한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회장 시절인 1988년 영광원전(한빛원전) 3,4호기 권력형 비리의혹으로 국감장에 선 일이 있다. 현대건설은 전두환 군사정부 시절인 1987년 4월 총공사비 3조3230억 원(44억 달러)의 영광 3,4호기의 토건 및 기전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이는 당시 단일 공사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였다. 건설 공사의 수주가 덤핑 가격으로 이루어지는 관행 속에서 예정가의 90%가 넘는 좋은 가격으로 공사를 수주했으니, 관례에 따라 정치자금으로도 상당한 액수가 쓰였을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이었고, 게다가 전두환 군사정부 시절임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의혹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문제에 대한 신문이나 국회에서의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참고로 현대건설은 고리1호기 건설에 웨스팅하우스의 하청으로 참여하여, 현재는 국내 원전 시장의 맹주로 성장했다. 

2013년 원전비리 사건은 원자력 발전소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부품을 준비했음에도, 부품의 시험 성적표를 조작했다가 적발된 사건이다. 당시 부품을 공급한 JS전선에서 부터, 부품의 성능이 기준에 맞는지를 검사한 새한티이피, 이 모든 것을 관리, 감독하고 최종 승인한 한국전력기술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함께 벌인 일이었다. 그리고 수사과정에서 산업부 차관에서부터 한수원과 대기업 간부에 이르기까지 비리혐의로 기소되어 사법 심판을 받았다. 참고로 원전비리 1심 판결문 189건에 등장하는 피고인은 총 226명이다. 한수원 직원이 57명, 한수원 납품업체와 용역업체 임직원은 152명이고, 한수원의 기기검증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한국전력기술 직원도 7명 있다. 정치인, 브로커 등 기타 인물은 10명이었다. 또한, 판결문에서 등장한 원전비리 기업 89곳은 2008년부터 2014년 초까지 한수원과 4679건의 계약을 따낸 것으로 집계됐다. 계약 총액은 1조 9485억 원, 거의 2조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당시 적발된 것만 그렇다는 것이다.  

원전비리는 과거의 흘러간 노래가 아니다. 최근 영광원전(한빛원전) 4호기 돔 건물 콘크리트 외벽 곳곳에 구멍이 난 사실이 밝혀져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녹슬고 구멍 난 영광 한빛원전 4호기가 25년 전 건설 때부터 부실시공을 했다는 제보가 끊임없이 있었음에도 한국수력원자력 측에서는 이를 묵살하고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이명박 전 현대건설회장이 비리의혹으로 국감장까지 불려 나왔던 그 영광4호기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진실을 밝히려면, 이명박 전 회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원전의 역사는 비리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적폐의 핵심에는 원전의 건설-유지‧관리-사후처리 전 과정에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 관료, 산업, 학계, 언론의 이익공동체, 즉 원전마피아가 똬리를 틀고 있다. 

원전마피아가 적폐인 이유 

그렇다면, 지난 2013년 원전비리 사건 당시의 재판으로 적폐는 청산되었는가? 당시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원전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한 핵공학자는 제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주식을 선물로 받고, 납품편의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또 원전안전을 관리하는 방사선안전관리 업체가 가족명의로 편법적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그리고 한수원에서 최소한 조달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한 임직원의 비정상적인 재산증식을 검증한다면? 한수원 출신 임직원의 납품업체 재취업 전수조사와 부당한 거래내역을 추적한다면?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한, 정치인-관료-학계-산업의 인적네트워크와 전관예우라 볼 만한 수상한 결정을 검증한다면? 무엇보다 원전의 건설과 운영의 최일선에 팽배한 부패문제이다. 이는 원전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생존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정보공개센터는 원전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인터뷰를 진행해 왔는데, 영광원전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언이다. "한 번은 회사에서 복지비를 받아 왔다고 해서 체육복을 다 지급했어요. 그 명세서를 보니 한 벌에 20만 원. 똑같은 걸 인터넷에서 검색하니 7만8000원에 파는 거예요. 어디로 갔을까? 그런 식으로 회사에서 노조하고 돈을 나누어 먹는 거예요." 

그는 또 다른 사례를 얘기한다. "한 달에 보통 22.5일을 근무하는데, 회사에서 식당에 지급하는 밥 개수는 25일치에요. 그러면 2.5개가 남는데, 이건 노조위원장이 가져가요. 그리고 노조 위원장의 누나가 식당을 운영하고. 어떻게 회사가 먹지도 않은 밥값을 내느냐 말이죠. 한 달에 200만 원 이상 챙겨가는 거예요. 이 사람이 노조 위원장을 15년째 하고 있어요." 

물론 모든 노조가 이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부패는 자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 또한 현실이다. 원전에서 나오는 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부패의 피해는 직접적으로는 원전 최하층 노동자의 착취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시민안전을 위협한다. 정상적인 노조라면 부패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이다.

원전마피아는 왜 문제인가? 우선, 이들은 국가적 이익과 지속가능한 미래보다 그들 자신의 이익을 쫒는다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암적 존재이다. 둘째,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책결정 과정에 개입하고 정부예산을 특정 소수의 기업과 개인에게 부당하게 편성함으로써 스스로에게 특혜를 부여한다. 셋째, 직접적이고 잠재적인 위험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해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원전마피아'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 인권, 안전, 평화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뿐만 아니라, 국가정책과 재정의 왜곡을 초래해 독성경제를 지속시키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한다. 

새 정부의 탈핵의지는 원전 적폐청산으로 확인될 것 

원전 정책의 결정권자들과 수혜자들의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이며, 감시받지 않는 관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수원과 원자력문화재단을 위시한 원자력업계의 광고 공세와 언론과의 공생 관계, 원자력정책과 정치 후원금을 둘러싼 정치인과 이들 기업의 관계, R&D와 원자력 이데올로기를 만드는 사람들과의 관계, 퇴직 관료의 재취업과 그들의 역할 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게다가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정책과 사업의 결정과정의 비공식성, 즉 학연, 지역, 혈연까지 미세혈관이 연결되기도 한다. 일례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원전 중단은 백년대계 자해행위"라고 했는데, 그의 셋째 형이 부회장으로 있는 두산중공업은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의 일시적 중단으로 3분기부터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진심 단순한 우연이기를 바란다.

원전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정부발주 사업이고, 참여기업이 매우 제한적이며, 소수의 이해당사자가 폐쇄적으로 관련 정책을 결정한다. 또한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에 있으며, 이를 가능케 하는 정치-관료-산업-학계-언론의 이익공동체가 똬리를 틀고 있다. 조달과 계약의 투명성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구조적으로 특혜와 부패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전을 건설‧운영하는 과정에서 차별과 위험에 노출돼 있고,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원전 비리는 원전의 고장과 사고의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안전‧사고‧피폭의 가능성을 높이고, 구조적으로 최하층 노동자의 임금‧후생복지의 질을 저하시킨다. 그리고 원전의 건설부터 유지‧관리, 나아가 피폭의 위험에 노출되는 노동현장은 우리사회의 또 다른 적폐인 '안전의 외주화'로 인해 노동기본권 침해와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한다. 원전마피아가 적폐가 아니라면, 무엇이 적폐란 말인가?

적폐가 적폐인 이유는 청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문재인 정부는 '원전비리와 한수원 적폐청산 테스크포스'를 구성하여, 적폐청산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적폐의 청산과 함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즉 청산과 창조의 양 날개 전략이 필요하다. 새 정부의 탈핵의지는 적폐청산으로부터 진정성이 확인될 것이다.

onscar@pressian.com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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