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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3일 토요일

“선거 여론조사 제도 국민 수준에 못 미처…국민 알권리 제한 없애야”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51]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이영광 기자  |  kwang3830@hanmail.net
20대 총선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 새누리당의 과반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새누리당에서 선거 막판 과반이 위험하다고 했을 때에도 대부분은 엄살 부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야권이 분열한 상태였고 여론조사 결과 또한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으로 원내 1당을 거머쥐었고 새누리당은 그보다 1석이 적은 122석을 얻어 원내 2당이 되었다. 이 때문에 기존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과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총석 직후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빗나간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19일 이택수 대표를 리얼미터 사무실에서 만나 사과문을 올린 이유와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여론조사의 문제점과 개선책 등을 짚어보았다. 다음은 이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여론조사 오차 줄이려면 휴대전화 조사 병행돼야”
- 총선 결과가 여론조사와 큰 차이를 보여 비판이 일자 이 대표께서는 페이스북에 사과문까지 올렸던데.
“선거 전에 페이스북에 총선 관련된 의석 범위 예측치를 먼저 올렸어요. 그런데 선거 후 개표결과와 많이 차이가 나서 페이스북 친구들이나 팔로워들에게 그것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고, 왜 차이가 났는지 이유를 설명을 해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대통령 선거처럼 전국 단위의 조사는 휴대전화를 사용해요.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선거 등 소지역 단위 선거의 경우에는 유선전화밖에 못 하거든요. 그래서 이게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에요.
사실 페이스북에 올릴 때는 기사화될 것을 생각하지는 못했어요. 왜냐면 기사화가 되길 바랬다면 팔로워가 많은 트위터에 올렸을 거예요. 아무래도 트위터는 팔로워 외에도 불특정 다수가 보잖아요. 하지만 페이스북은 평상시 아는 분들하고만 친구 관계를 맺어서 친구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 개인적인 의견을 올린 건데, 페친들 중에 기자들이 있다 보니, 그게 기사화된 거죠.”
- 반응은 어땠나요?
“반응은 바로 오더라고요. 처음에는 여론조사 업계에서 유일하게 사과했다는 것 자체가 큰 주목을 받은 것 같아요. 제가 한국정치조사협회에서 상임이사를 맡고 있지만, 협회를 대표해서 얘기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리얼미터 대표입장과 개인 입장에서 입장표명 한 건데 그게 마치 업계를 대표해서 한 것처럼 보일 수가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여론조사기관을 대신해서’라는 표현을 썼는데, 저 외 아무도 업계에서 사과표명이나 입장표명을 한 사람이 현재까지도 없어서, 언론에서 많이 인용보도가 된 것 같아요.”
- 선거가 끝나면 늘 여론조사가 논란이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 특히 비판을 받는 이유 뭐라고 보세요?
“이번에는 특히 더 많이 틀렸기 때문이죠. 이전에도 선거 여론조사는 자주 틀렸었어요. 대통령 선거처럼 전국 단위의 조사는 틀린 적이 많지 않아요.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의 기초단체장 선거는 지역 단위의 민심을 파악하려면 휴대전화 조사가 필요한데, 현실적인 법, 제도적 문제로 휴대전화 조사를 거의 못했어요. 왜냐면, 안심번호 경선여론조사를 당내 경선에서는 쓸 수가 있는데 일반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는 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고, 또 유선전화로만 이루어진 조사가 최근까지는 사실 그다지 많이 틀리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예측이 실패할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 했어요.
근데 이번 선거에서는 2년 전 지방선거에 비해서 유선전화보다는 휴대전화 가입자가 많이 늘어났고 응답률이 낮아지다 보니 실제 민심이 다 반영이 안 되어 포함 오차 (Coverage Error)가 있어요. 전체 유권자들을 다 포함을 시켜서 조사해야 하는데 유선전화로만 하다 보니 휴대전화를 주로 사용하는 야권 지지층이 상당 부분 조사에서 배제된 것으로 오차가 상당하다는 것을 이번 선거에서 처음 확인 된 거예요. 그래서 이제는 휴대전화 조사가 병행되어야한다는 명확한 계기가 된 선거였어요.”
“인구통계 보정만으론 실제 유권자 여론지형 파악 어려워…”
- 보정 작업을 거치잖아요. 그런데 그게 효과가 없나요?
“보정 작업이란 최근까지는 성, 연령, 지역별 인구통계보정만 해왔어요. 그러나 2014년도부터 응답률이 낮아지는 것을 보고 인구통계 가중보정으로만 하면 실제 유권자들의 여론 지형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됐어요. 그래서 최근에 이루어졌던 선거에 의한 결과를 반영시키는 그 선거통계를 적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2016년 2월 말부터 각 지역에 있는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에서 선거통계 가중을 부여하지 말라는 연락을 갑자기 받기 시작해서 3월부터는 선거통계를 부여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인구통계에 선거통계를 추가 부여하면 좀 과다하게 표집이 되는 여당지지층을 가중치 과정에서 보정해줄 수가 있는데 그걸 제지당하게 된 것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실제 여당이 잘 나오는 결과만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죠. 왜냐면, 저희가 계속해서 선거통계를 반영한 결과를 발표하면 과태료를 계속 부과한다고 선관위 직원이 이야기했기 때문에, 과태료를 무한으로 내면서 이의제기를 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자체적으로 계속 문제를 제기했고, 야당 후보들에게 불리한 만큼 야당에도 얘기했는데, 선거를 앞두고 선관위에 야당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부담된다고 하여 야당에서도 사실 공식대응을 하지 못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결과가 더 큰 오차가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응답률을 얘기하잖아요. 응답률이라는 게 예를 들어 1,000명에 5%라면 50명이 응답했다는 게 아니라 25,000명을 전화했지만, 1,000명이 답한 것이잖아요. 그러나 이걸 50명이 응답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아요. 그래서 꼭 응답률 밝히는 게 필요한지 의문입니다.
“응답률 표기는 공직선거법에 표기하도록 명시되어 있습니다. 근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응답률 표기 의무조항이 없어요. 그래서 미국의 여론조사 보도를 보면 응답률이 표기가 안 되어있는데, 응답률이 높으면 ‘신뢰도가 높을 것이다’라고 추정은 할 수 있으나, 응답률이 높다고 해서 더 정확한 조사결과라고 아직 학문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어요.
물론 응답률이 낮아지니까 점차 모집단을 대표하는 대표성이 떨어질 가능성은 증가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답률이 낮다고 해서 조사결과가 정확하지 않다고 입증된 바는 없고, 실제 이번 여론조사들이 많이 틀렸는데 응답률이 낮은 것과 높은 것을 비교하면 응답률이 높은 것도 많이 틀렸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건 여전히 입증할 수 없고, 결국에는 포함 오차, 즉 휴대전화를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겼던 오차. 그게 더 크다는 것이에요. 그 문제를 더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게 제가 페이스북에 올린 얘기입니다.”
- 그럼 외국의 여론조사는 어때요?
“미국도 그렇고, 선거 여론조사는 해외에서도 많이 틀리죠. 최근의 추세는 조사기관 수십 개가 발표를 하면, 그것들을 종합해서 예측하는 연구기관들이 생겼어요. 조사기관 한 군데 것만 신뢰하기에는 워낙 오차들이 있으니까 좀 신뢰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여러 군데 조사기관들의 결과를 취합해서, 일종의 빅데이터 분석 방식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에요.”
▲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사진제공=뉴시스>
“선거 여론조사 제도 국민 수준에 못 미처…국민 알권리 제한 없애야”
- 선거 여론조사 발표 기간 문제도 제기하셨던데.
“그 문제도 역시 한국에만 있는 법규제인데, 해외에는 대부분 없거나 있어도 하루 이틀 공표보도를 못 하게 해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선거 6일 전부터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게 하면서, 결국에는 7일 전까지 조사된 것으로 선거결과와 비교하는 것이죠. 그러나 요즘은 사실 하루가 다르게 민심이 변하기 때문에, 실제 여론조사가 잘못된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6일 사이 민심이 변했을 수도 있는 것이에요.
따라서 7일 전의 조사를 갖고 개표 결과와 차이가 났기 때문에 ‘이건 엉터리’라고 하는 것도 사실 무리한 추론일 수 있어요. 그래서 그러한 무리한 추론을 없애려면 공표보도 금지 제한을 없애거나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선거 결과에도 나타났지만, 정치권의 예상과 완전히 다르게 실제 국민들은 준엄하게 황금분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여당은 딱 한 석 차이로 2당으로, 더민주당은 1당이 됐지만 과반을 얻지 못하고 더욱이 호남에서는 국민의당한테 완패했고, 또 국민의당은 호남의 벽을 넘지 못하는 등 국민들은 전문가들이나 언론의 예상과는 다르게 굉장히 황금분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국민들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예요. 반면 선거 여론조사 제도는 국민들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이런 부분들은 없어져야 됩니다.”
▲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친 정당별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으로 집계됐다. <사진제공=뉴시스>
- 하지만 국민은 사표방지 심리가 있어 밴드 웨건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걸 우려하는 부분도 있는데.
“밴드 웨건 효과도 분명히 있고, 언더독 효과도 있어요. 언더독 효과를 예로 들면, 특정 후보가 굉장히 근소하게 열세라고 발표하면, 그 열세인 후보들의 지지자들이 투표하러 많이 나가게 되죠. 밴드 웨건 효과나 언더독 효과는 분명히 지역구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고, 어느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하는지는 지역구 사정을 면밀히 살펴봐야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공표, 금지 기간 동안 떠돌아다니는 유언비어성 여론조사 결과들입니다. SNS를 통해 허위 조사결과들이 막 돌아다녀서 공표 금지 조항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에요.
국민들이 현재의 변화된 여론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을 수도 있지만, 국민들은 여론이 7일 전 여론으로 고정된 것으로 믿고 투표를 하게 되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여론이라는 것이, 본인 생각도 중요하지만 생각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선거 공보를 보거나 뉴스를 보고 다른 사람은 어떤 판단을 했는지를 알면 자신의 입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것조차 모르게 한다는 것은 국민들의 알 권리 침해가 될 수 있어요.”
- 여론조사 업체에서는 여론조사를 참고자료로 이용하라고 하지만 국민은 참고자료 이상으로 생각하는 것도 문제 같아요.
“맞아요. 이번 선거에서 많은 지역 당선자 예측이 실패했어요. 물론 더 많은 지역에서 선거결과와 여론조사 결과가 맞기는 했죠. 그런데 그런 지역들도 보면 조사기관별로 차이가 컸어요. 기본적으로 내포되어있는 표집오차, 포함 오차, 비표집오차 등이 내재가 되어있기 때문에 참고자료로만 쓰라고 얘기해요. 그런데도, 실제 경선 여론조사 등 여론조사가 실제 후보를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참고자료로만 쓸 수가 없죠.
그래서 선거 본선에서는 여론조사 영향이 크진 않지만, 경선 여론조사에서는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기 때문에, 특히 영남이나 호남권에서는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들에서는 여론조사가 결국에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도구가 되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큰 것이에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선 여론조사에서는 안심번호 형태로 휴대전화 조사가 포함됐다는 것입니다.”
“여론조사 기관, 모집조사 하는 정도의 역할이 적절”
- 여론조사를 어떻게 활용하는 게 현명한 방법일까요?
“ 국민참여경선의 모집인 조사 등의 제한적 역할로 여론조사 기관들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이 맞다고 보는 건데, 아직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기득권을 지키는 데 유리한 도구가 여론조사이기 때문에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국민참여경선이나 오픈프라이머리는 조직 선거의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현역의원들에 역시나 유리한 측면도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그러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고, 그러한 제도를 위해 여론조사 기관들이 모집조사를 하는 정도의 역할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안심번호, 언론사 여론조사 포함되면 유권자 혼란 막을 수 있다”
- 정치권에 3가지 제도 개선을 요구했는데 그게 개선되면 여론조사의 정확성이 높아지나요?
“안심번호 휴대전화 조사가 가능하다고 하면 정확도를 상당히 높일 수 있어요. 저희가 이번에 당내 경선은 모두 안심번호로 다 했는데, 그 이외의 언론사 여론조사를 안심번호로 못했으나, 비공개로 했던 더민주당 충남도당 의뢰 조사에서 안심번호를 50대 50으로 섞어서 한 지역이 있는데, 실제 선거 결과와 거의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안심번호를 써보고 그 정확성을 알게 됐고 그래서 제도개선을 주장하는 것이에요. 안심번호가 언론사 여론조사에 포함되면 유권자들의 혼란을 막을 수 있어요.
그리고 블랙아웃, 혹은 블랙박스 기간이 줄거나 사라지면 그사이의 추이를 유권자들이 알게 되어 7일 전 여론과 다른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는 일들도 사라질 거예요.”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 비판을 하면서도 대안을 찾지 않는 언론이 다수인데 <GO발뉴스>에서 여론조사의 문제점과 아울러 대안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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