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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5일 월요일

진퇴양난, 어버이연합의 두 모습


16.04.25 21:39l최종 업데이트 16.04.25 21:39l
글·사진: 소중한(extremes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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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이연합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묘광장공원에서 회원들을 상대로 안보강연을 하고 있다. 이종문 부회장이 트럭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 소중한

"저놈(언론)들이 우리 어르신들을 돈 2만원 받고 끌려다니는 사람으로 폄훼하고 있어요. 유언비어에도 흔들림없이, 오직 나라를 위해 애국해야 합니다. 여러분, 맞죠?"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묘광장공원. 양복을 입은 한 중년 남성이 트럭에 마련된 무대 위에 올라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내뿜고 있었다. 이른바 '안보강연'이었다.

트럭에는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아래 어버이연합)'이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큰 글씨로 '자유대한민국을 위하여 뭉치자! 싸우자! 이기자!'라고 적힌 플래카드에는 '종북좌파세력 척결, 전교조 해체, 현대사 바로세우기'라는 글귀도 담겼다. 트럭 한 편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부엉이 바위'라는 글자도 새겼다.

현재 어버이연합은 전국경제인연합회(아래 전경련)에서 자금 지원을 받아 집회에 노인, 탈북자 등을 동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어버이연합의 자금을 책임지고 있는 추선희 사무총장은 "25일 (어버이연합 문제를 보도한) JTBC 사옥 앞 항의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지만, 이날 자리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출입금지' 사무실, 홈페이지도 먹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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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어버이연합 사무실을 찾았다. 추 사무총장이 쓰는 건물 3층 사무실은 굳게 잠겨 있었다. 2층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무실 문엔 '外部人 出入禁止(외부인 출입금지)'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 소중한

트럭 위 안보강연의 주인공은 이종문 어버이연합 부회장이다. 1시간 30분 가량 강연을 한 뒤 트럭에서 내려온 이 부회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3일 째 추 사무총장과 연락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전화를 해도 안 받고, 문자를 남겨도 답이 없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 추 사무총장과 연락이 잘 안 된다고 들었다.
"연락이 안 돼, 지금... 나도 한 3일 째 연락을 못했어. 금요일 이후론 연락이 안 돼."

- 지방에 내려갔다는 말도 있던데.
"그것도 모르겠다니까. 우리와 일체 연락을 안 하고 있어. 오늘 사실은 거기(JTBC 사옥)에 가려고 했던 건데, 연락이 안 되니까 (갈 수가 있나). 보류가 된 거지. 다시 (추 사무총장이 돌아오면) 바로 JTBC 가야지."

앞서 어버이연합 사무실을 찾았다. 추 사무총장이 쓰는 3층 사무실은 굳게 잠겨 있었다. 2층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무실 문엔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안보강연을 위해 직원들이 현장에 나간 탓에, 사무실 문은 잠겨 있었다. 사무실 주변 곳곳에는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집회 때 사용하는 손팻말이 박스에 담긴 채 놓여 있었다. 

3층 식당에서 만난 한 어버이연합 회원은 "요새 분위기가 통 안 좋다"라며 "추 사무총장도 통 만날 수가 없다. 전화를 해도 먹통이란다"라고 말했다. 

25일 기자가 추 사무총장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수화기 너머에선 "고객의 요청으로 착신이 정지된 상태"라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어버이연합 인터넷 홈페이지도 먹통이었다. 'Forbidden(금지된)'이란 글자만 뜬 채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건물주가 6월 30일 이후 나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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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이연합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묘광장공원에서 회원들을 상대로 안보강연을 하고 있다. 이종문 부회장이 트럭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 소중한

최근 JTBC는 전경련이 2014년 9월부터 넉 달 동안,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계좌에 1억2000만원을 입금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25일 JTBC의 추가 보도에 따르면, 전경련은 2012년 2월 1800만 원을 시작으로 2014년 연말까지 총 20차례에 걸쳐 5억2300만원을 벧엘선교복지재단 계좌에 입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는 25일 이 부회장에게 이와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 전경련으로부터 자금을 받았다는 보도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우린 돈에 대한 건 전혀 모른다. 왜 모르냐, 우리는 행사장(집회) 나가고, 그때 외엔 평상시 교육하는 거 밖에 없다. 어디에서 무슨 돈이 어떻게 들어오는지 전혀 모른다. (자금과 관련해선) 어떤 하달도 없다."  

- 전경련과의 관계도 전혀 모른다는 건가.
"모른다. 벧엘(선교복지재단)인가 뭔가하는 그것도 잘 모른다. 그런데 가령 돈이 정말 들어왔다고 치자. 솔직히 어르신 200명 하루 식사비가 한 달이면 몇 백만원이다. 솔직히 말해 회비 1, 2만원이랑 파지 좀 주워서 돈 모아봐야 집세(사무실 임대료) 내기도 힘들다."

- 임대료가 좀 밀렸다고 하던데.
"많이 밀렸어."

- 건물 주인은 뭐라고 하나.
"나가라고 해. 6월 30일까지만 있다가."

- 앞으로 (사무실 유지는) 어떻게 할 건가.
"당신들이 좀 도와주셔야지(웃음)."

"언론들 개소리, 어르신들이 대한민국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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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어버이연합 사무실을 찾았다. 추 사무총장이 쓰는 건물 3층 사무실은 굳게 잠겨 있었다. 2층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무실 문엔 '外部人 出入禁止(외부인 출입금지)'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 소중한

이러한 상황에서도 어버이연합은 매일 안보강연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안보강연에서 이 부회장은 "모든 신문들이 난리를 치고 있다"며 "우리 어르신들이 이 나라 대한민국을 어떻게 지켜왔는지 알면서도 언론은 그 연륜을 일거에 말살시키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언론을 향해 "편파적이어도 이렇게 편파적일 수 없다", "보수신문이라고 생각했던 조중동도 전부 미쳤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놈(언론)들은 개소리하고 있지만, 여기 나오신 어르신들이 대한민국을 지켰다. 이 나라를 만드셨다. 후세들에게 튼튼한 미래, 아름다운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이 자리 나오신 거 아닌가. 흔들림 없으셔야 한다."

공원을 찾은 어버이연합 회원 200여 명은 이 부회장의 발언에 손을 높이 들고 박수를 치거나 "옳소"라고 외치며 호응했다. 강연을 끝낸 뒤에는 이 부회장의 선창에 따라 "자유대한민국의 수호를 위해 뭉치자! 싸우자! 이기자! 자유대한민국 만세! 어버이연합 만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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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이연합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묘광장공원에서 회원들을 상대로 안보강연을 하고 있다. 이종문 부회장이 트럭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강연을 진행하고 있고(왼쪽 끝), 노인들이 그늘을 따라 줄지어 의자에 앉아 강연을 듣고 있다. 중간에 큰 스피커가 보인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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