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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0일 목요일

아세안경제 공동체(AEC) 출범 배경과 의미

1. 아세안경제 공동체(AEC) 출범 배경과 의미

2015.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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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아세안경제공동체 출범과 미중일의 패권적 경쟁

  2015년 12월 31일 아세안경제공동체(AEC: ASEAN Economic Community)가 출범한다. 이미 예견돼 있는 것이었지만 2007년에 AEC 청사진을 발표한 지 8년 만이다. 경제규모를 보면 2014년 기준으로 인구 6억2000만 명, GDP 2조5000만 달러, 1인당 소득 4000달러의 공동체 출현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인구는 12배, 경상가격 GDP는 약 1.8배, 그리고 구매력평가에 의한 GDP는 3.8배에 이른다.
  물론 아직 갈길이 멀다. 아세안 10개국은 소득수준, 산업구조에서 큰 차이가 있다. 통합의 과정에는 수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그러나 역내 비관세장벽이 철폐되면서 상품과 서비스 시장 통합은 진전될 것이다. 아세안은 AEC 창설을 통해  상품, 서비스, 투자, 숙련인력,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해 역동적이고 경쟁력 있는 단일 시장이자 생산기지로 변화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0월 초 미일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TPP)이 타결되고, 한중 FTA가 비준돼 12월 20일 발효된다. 올 5월 창립준비를 마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내년 초 공식 출범한다. 여기에  5월엔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이 추가로 가담해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러시아가 주도하는 5개국의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이 이미 연초부터 출범했다.  아시아 태평양지역을 넘어 유라시아는 지금 새로운 경제질서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포스코 경영연구원이 발행하는 <친디아 플러스>의 동의를 얻어 아세안 통합을 한단계 발전시킬 새로운 경제공동체 등장의 배경과 의미, 그리고 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과 중국 사이의 패권적 경쟁을 세번에 걸쳐 조망한다.
 
 1. 아세안경제 공동체(AEC) 출범 배경과 의미/ 박번순 고려대 경상대학 경제학과 초빙교수
    -조밀한 분업과 넓은 시장 향해 출항

 2. 미·중의 뜨거운 전략게임 TPP, AIIB/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아세안의 생존법으로서의 AEC
 3. 중국 일본의 ‘경제전쟁’- 일본 뒷마당으로 밀려드는 차이나 파워/심상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일본의 촘촘한 생산망과 중국의 인해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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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진적으로 진행된 아세안 경제통합

 아 세안은 1967년 창설됐으나 본격적으로 경제협력을 시작한 것은 베트남이 공산화된 이후였다. 아세안 창설 5국은 1977년 자발적으로 일부 품목을 지정해 관세를 인하해 주는 특혜무역제도(PTA)를 실시하고 공동으로 공산품을 생산하기 위한 합작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회원국들 간의 상호 경쟁으로 이러한 협력 방식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상태에서 1985년 플라자 합의(엔 마르크의 평가절상과 달러 가치 하락에 합의한 G5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회담) 이후 1980년대 후반부터 외국인직접투자가 아세안으로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다. 선발 아세안 경제는 고도성장기를 맞았다. 아세안 협력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다.
  1990년대 들어 경제협력은 다시 한 번 강조됐다. 우루과이라운드의 타결이 임박하고(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이 체제를 농업자유화, 정부간 조달협정 등을 포함한 다자간 무역기구로 발전시키려는 국가간 협상으로 94년에 합의), 소련 체제가 붕괴하면서 많은 국가가 독립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시작했다. 89년 천안문사태를 극복한 중국에도 투자가 몰려들었다. 세계적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 경쟁이 시작됐다. 아세안은 투자유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1992년 아세안정상회의를 열어 2008년까지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를 창설하기로 했다. 단일시장을 만들면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아세안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외환위기는 아세안에 위기의식을 불러 왔고 다시 한 번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아세안은 AFTA의 목표시기를 2008년에서 2003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또한 2003년 아세안협력선언Ⅱ(발리협력선언Ⅱ)를 발표하면서 2020년까지 AEC를 창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제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2020년까지 공동체를 창설한다는 계획은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사실이 곧 드러났고, 2007년 아세안은 2015년까지 단일시장과 단일생산기반을 구축한다는 AEC 청사진을 채택했다. 이어 2008년에는 아세안헌장(ASEAN Charter)을 비준함으로써 아세안이 법인격을 갖춘 동남아 10개국의 국제정부 조직으로 탄생하게 됐다. 이후 아세안은 2015년 AEC를 출범시키기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AFTA를 아세안상품무역협정(ATIGA)으로 개정했고, 중소기업 개발을 위한 전략적 행동계획을 세웠다. 아세안소비자 보호에 합의했고, 지적재산권 행동계획, 균형 경제개발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동시에 AEC의 순조로운 추진을 위해 정기적으로 계획대비 목표달성 수준을 점검하기도 했다.

 아세안경제공동체 4개 영역 프로그램 가동

  아세안은 AEC 청사진에 따라 4개 영역에 걸쳐 17개 핵심 내용을 중간목표로 삼고 있다. 첫 번째 영역은 단일시장과 단일생산기지의 구축이다. 이는 무역과 투자에서 장벽을 제거하는 것으로 경제공동체의 필요조건이다. 아세안은 상품, 서비스, 투자, 숙련노동의 자유로운 이동과 자본의 보다 자유로운 이동을 추진한다. 상품무역 분야에서는 관세 철폐,무역 원활화, 비관세장벽 철폐를 추진하고 있다.
  두 번째 영역은 아세안을 경쟁력 있는 경제지대로 만들기 위한 체제의 구축이다. 즉 투자자, 기업, 소비자들이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소비자 보호, 경쟁촉진정책, 지적재산권보호 체제를 구축하고 나아가 인프라를 개발하고, 이중과세방지 협정을 체결하며, 전자상거래를 촉진한다. 아세안국가들은 2015년 말까지 경쟁정책과 법률을 도입할 예정이다. 고속도로가 연결되고 있으며, 국경 간 전력송배전망도 구축하고 있다. 아세안 역내의 항공 네트워크를 강화하려는 오픈스카이 정책도 추진 중이다.
  세 번째 영역은 아세안 국가 간, 또 개별 국가 내의 소득 불균형을 축소하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인도차이나 국가들이 아세안에 가입하면서 개발격차 문제는 아세안의 경제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근본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때문에 균형발전은 AEC 성공의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다. 균형개발을 위한 AEC 중간 목표 프로그램은 중소기업 육성과 아세안통합 이니셔티브(IAI)를 추진하는 것이다. 중소기업(SME) 협력의 경우 아세안 경제에서 기업의 수나 고용 등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발전이 느리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IAI는 역내의 개발격차를 줄이기 위해 CLMV(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 국가의 통합을 가속화할 목적으로 기술지원이나 역량 구축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마지막 영역은 세계경제와의 통합이다. 아세안과 세계경제의 무역과 투자 연계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요 무역 대상국과 FTA를 체결할 것이다. 대외 경제관계에서는 아세안이 중심이 되는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아세안경제공동체(AEC)와 유럽연합(EU)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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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체 단일시장 창출에는 어느 정도 성공

  AEC 완성을 위해 아세안 각국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영역별로 진전된 정도는 다르다. 단일시장에서는 상품교역에서 큰 진전을 보였으나 서비스 산업 일부는 여전히 문제다. 자본이동의 자유화나 금융통합의 경우 아직 아세안이 갈 길은 멀다. 경제통합의 중요 요소인 인력이동에 대해서는 숙련인력의 이동만 허용하고 있다. 현재 7개 분야에서 상호인증을 통해 이동을 허용하고 있는데 학위가 있는 엔지니어, 의사, 간호원, 회계사, 치과의사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숙련인력의 이동 성과는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이동한다고 해도 고임금 국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저개발국에서는 두뇌유출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인력 이동과 관련해 아세안 전체가 이익을 보기 위해서는 기능을 가진 일반적인 생산인력이 이동해야 한다.
  아세안 내에서 기능 인력의 수요와 공급은 국가마다 사정이 다르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에서는 부족하고 베트남에서는 공급이 넘친다. 때문에 아세안에서 투자활동을 할 중견기업이나 다국적기업은 노동력 이동의 제한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경쟁력 있는 경제지대를 만들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프라 개발은 여전히 미진하다. 인도차이나 지역의 인프라연계는 아직 취약하고 일부 국가 도로와 철도망은 매우 낙후돼 있다. 아세안은 이를 인식하고 AEC 프로그램과 독립적으로 연계성(connectivity)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인프라 개발이 단기간에 기대만큼 이뤄지기는 어렵다. 이는 기업의 역내 사업 전개에서 제약으로 작용한다.
  역내 균형발전 영역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AEC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의 균형발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불균형발전은 저개발국 국민들에게는 아세안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데 어려움을 주고 비관세장벽의 철폐, 자본이동의 자유화 등을 저해한다.
  이 점에서 보면 아세안은 역내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AEC는 국가 간 균형발전의 중간목표로 설정한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인큐베이터와 혁신센터를 운영하고 중소기업 가이드북을 만들었지만, 이런 조치가 역내 개발 격차 감소로 이어질지는 분명하지 않다. CLMV(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IAI도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 실적은 많지 않다.
  세계경제와의 통합 문제도 당초 AEC 프로그램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아세안은 역외 국가나 지역과의 관계에서 하나의 아세안, 즉 아세안중심성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아세안은 한국, 일본, 중국, 인도, 호주-뉴질랜드와 FTA를 체결했다. 나아가 이들을 통합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을 주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아세안을 FTA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2014년 말 종료하기로 했던 협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또한 아세안 일부 국가가 독자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TPP에 가입함으로써 단일 대오가 흐트러졌다. 이와 같이 AEC는 청사진의 모든 계획을 달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범한다. 아세안 각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가 분명하다. 대체적으로 아세안을 관찰하거나 아세안에서 사업을 하는 현지기업이나 다국적기업들은 AEC가 현재의 비즈니스 환경을 대폭 변화시킬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것 같다.
  그럼에도 AEC는 단일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으며 역내 국가나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세안 선진 6국의 관세율은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내려갔고 후발 아세안의 관세수준도 2.5% 정도에 불과하다. 역내 선진국들은 이미 싱글 윈도(single window 통관단일창구)에서 큰 진전을 보였다. 국가들 간의 화물 청산과 데이터 교환도 용이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2018년까지는 비관세장벽을 식별해내고 철폐를 위해 노력하기로 되어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아세안 역내에서 생산분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글로벌화와 함께 형성되는 국제 생산 네트워크에서 상품의 공정간 분업은 핵심 기초를 이루는데, AEC로 무역과 투자의 거래비용이 축소되면서 각국의 비교우위에 따라 여러 국가로 생산분업이 확산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아세안에서 생산분업의 과정은 좀 더 복잡해질 것이다.

 포스트 2015를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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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EC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아세안정상회의(ASEAN Summit)다. 그러나 경제장관 혹은 통상장관으로 구성된 아세안경제공동체위원회(AECC·ASEAN Economic Community Council)가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아세안의 의사결정 방식은 이른바 아세안 방식(ASEAN way)이라고 불리는 합의에 의한 방식이다. 이는 규칙기반의 유럽연합(EU)의 방법과는 다른 것이다. AEC가 발족해도 아세안 각국은 공동체를 규율하는 상급 기구를 만들어 여기에 주권을 이양할 계획은 없다.
  실제로 AEC는 1958년 발족해 현재 EU의 모태가 된 유럽경제공동체(EEC)에 비해서는 통합의 정도가 훨씬 낮다. 아세안은 EU가 아세안의 모델이 아님을 늘 천명해 왔다. 동시에 현 단계의 AEC가 불충분하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내부에서도 AEC를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AEC 출범 후 아세안이 추진해야 할 분야가 아직 많다는 것이다. CLMV(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 국가 간 관세를 철폐해야 하고 비관세장벽 해소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무역 원활화를 위한 단일창구를 아세안 전역으로 확대하고, 투자제도와 수송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 서비스 산업의 개방도 확대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아세안은 AEC 출범 이후 10년의 비전을 담을 Post 2015를 준비하고 있다. Post 2015는 아세안공동체 전반을 다루고 있는데, AEC 부문을 보면 높은 경제통합과 유기적인 경제를 만들기 위해 AEC에서 미진한 비관세장벽 해소, 서비스 교역 강화, 투자 및 숙련노동력 이동 확대 등을 강화하고 연계성(Connectivity)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내외부 충격에서 경제의 복원력(Resilient), 국내 및 회원국간 균형 발전(Inclusive)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이 글은 포스코 경영연구원이 발간하는 <친디아 플러스> 12월호(Vol 111)에 실린 글입니다.

박번순 고려대 경상대학 경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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